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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아니면 못 산다"는 자만심이 걸림돌 인수후보 및 이슈점검 ①롯데

박준식 기자공개 2012-06-13 15:30:31

[편집자주]

하이마트 경영권 지분 매각을 위한 구속력 있는 입찰이 오는 20일에 실시된다. 유진그룹과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의 경영권 분쟁으로 지난해부터 시작된 하이마트 이슈가 반년 간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새로운 인수자를 찾으며 마무리될지 시장의 관심이 높다. 유진과 선 전 회장, H&Q AP, 농협 등 매각 측은 이번 매각을 성공시켜 그동안의 문제를 해결할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이번 딜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인수 후보들에 대한 점검과 몇 가지 매각 이슈를 짚어보기로 한다.

이 기사는 2012년 06월 13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은 롯데마트 내 디지털파크라는 브랜드로 운영되고 있는 가전양판업과 하이마트 사이의 시너지를 예상하고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롯데쇼핑은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을 사업부로 둔 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최근 성장이 정체되고 주식 가격이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주당 29만 원)에 머물고 있다. 백화점 사업의 침체와 유통 대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심화되고 있는 게 투자자들의 심리를 압박하는 주 요인이다. 롯데쇼핑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전분기보다 8.9% 성장해 5조9920억 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3.8%나 감소한 3650억 원에 머물렀다. 올해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과거 최저치인 0.7배에 근접할 것으로 우려된다.

롯데는 유통업 저성장의 돌파구로 가전 양판업을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롯데의 사업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발전상을 근거로 국내 가전시장의 성장잠재력이 아직도 충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본은 도쿄 아키하바라를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됐고 관련 양판 체인이 번창하면서 가전의 천국이라고 할 만큼 관련 시장이 커진 상태다. 우리나라도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고 가족 형태가 4인에서 2~3인으로 분화되고 있어 생활가전의 종류와 수요는 점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롯데쇼핑 내 할인점 사업부인 롯데마트의 지난해 매출액은 8조4747억 원, 영업이익은 3327억 원 수준이었다. 할인점 사업은 롯데쇼핑 내에서 매출 기준 38.1%를, 영업이익 기준 20%를 담당하는 주요 캐시카우다. 아직까지 백화점 사업(매출의 35.6%, 영업이익의 52%)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는 전자를 '지는 해'로 할인점을 '뜨는 해'로 비유할 수 있다.

문제는 국내 할인점 사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지방 정부를 중심으로 대형 할인점의 격주 주말영업규제가 시행되고 있어 실제로 실적에 적잖은 타격을 입고 있다. 롯데쇼핑은 1분기 기준 영업규제로 인한 전체 매출액 감소치를 4~5% 수준으로 집계했다. 규제로 인한 영업제한은 중장기적으로 해외매출 확대로 극복할 방침이지만 국내에서는 업태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중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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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쇼핑의 지난 1분기 말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4324억 원, 기타 유동금융자산은 7조3402억 원 수준이다. 국내 대기업 중 삼성과 현대차 등을 제외하면 가장 여유로운 재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는 GS마트와 GS스퀘어를 인수(1조3400억 원 규모)한 후에도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롯데마트 서울 구로점 등의 부동산을 유동화해 인수금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부채비율을 유지했다. 하이마트 인수전에 나선 후보 중 롯데가 시너지와 인수여력 측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후보로 꼽히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는 하이마트 입찰을 일주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 신경이 곤두서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경쟁 구도가 자신들에 상당히 유리할 것으로 판단했지만 한 달 만에 이 상황이 쉽게 예측하기 곤란한 수준으로 돌변했기 때문이다.

M&A 노하우가 상당한 롯데가 그들답지 않게 긴장하는 이유는 SK네트웍스라는 예상치 못한 후보의 출현 탓이다. SK네트웍스가 다크호스처럼 등장하면서 가격경쟁의 불이 다시 지펴진 게 상당히 마뜩찮은 눈치다. 롯데는 하이마트를 무리한 가격에 꼭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내심으로는 '놓쳐서는 안 되는 매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사실 지난 5월 초까지만 해도 롯데는 이미 하이마트를 인수한 것처럼 여겼다. 매각 측이 반드시 팔아야 하는 입장이라는 걸 간파했고 잠재 후보들이 하나 둘 의사를 접으면서 롯데가 가장 좋아하는 인수자 중심(Buyer's market)의 구도가 형성됐다.

롯데는 선 전 회장에 대한 검찰의 배임·횡령 조사가 이뤄지기 전부터 이런 문제로 인한 구체적인 회사의 손실액을 계산해 인수금 책정에 반영했다. 여러 루트로 롯데가 취합한 하이마트의 손실액 합계는 1500억 원을 넘지 않았다. 선종구 전 회장으로 인한 리스크를 자신들이 컨트롤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에 검찰 조사는 껄끄러운 경쟁 상대를 맞상대하지 않고도 링 위에서 내려 보낼 절호의 찬스였던 셈이다.

롯데는 하이마트 인수전에서만큼은 신세계를 라이벌로 보지 않고 있다. 하이마트 입찰에 앞서 신세계가 비슷한 매물인 전자랜드 인수로 방향을 선회했고 조 단위의 메가 딜을 수행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마트를 통해 하이마트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현금자산이 많지 않고 내부의 이견이 거센 상황이라 실제 인수전을 완주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롯데 입장에서는 사모펀드(PEF) 후보인 MBK파트너스만 견제하면 매각 측과의 협상에서 교섭력을 쥘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릴만했다. 롯데의 자문사인 골드만삭스도 경쟁구도를 이러한 앵글에서 판단하고 한동안 배타적 협상권을 가지는데 집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만 동의했다면 경쟁 입찰(auction)보다 사적 협상(private negotiation)이 롯데에게 유리할 법한 접근이었다.

이런 구도가 5월 초까지 지속되던 중 매각 측은 예고했던 거래를 재개했고 SK네트웍스라는 돌발변수가 나타났다. 재계 3위, SK의 등장은 각종 문제로 경쟁 열기가 식어가던 이 딜을 다시 뜨겁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롯데는 SK가 웅진코웨이 인수에도 출사표를 던지자 하이마트 딜에 얼마나 진의를 가졌냐를 두고 다각도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롯데 역시 웅진코웨이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오너 경영인인 신동빈 회장은 하이마트에 상대적으로 강한 의지를 갖고 있어 실무진도 이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롯데는 비근하게 지난 2009년 초 오비(OB)맥주 인수전에 나섰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당시 인수전 구도는 롯데에 크게 유리한 편이었지만 이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매각 측을 휘두르려고 하다가 복병으로 나타난 KKR에 물건을 빼앗겼다. 롯데 실무진은 신동빈 회장의 주문으로 당시 뒤늦게 입찰가격을 올리는 등 절치부심했지만 매각 측은 이를 필리버스터 수준으로 여기고 KKR과 거래를 강행했다. 롯데 실무진은 이 때문에 당시 매각 자문사인 JP모간과 아직까지도 거래를 끊고 있다. 대선주조를 부산 지역기업인 BN그룹에 뺏긴 것도 마찬가지 사례다.

롯데는 하이마트 인수를 의미 있게 보고 있지만 경쟁구도가 조성된 상황에서 보수적인 기업가치 평가 태도를 갖고 얼마나 베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롯데는 OB맥주 이외에도 최근 3년 새 의욕을 보였던 대우인터내셔널, 대한통운 인수전 등에서 라이벌에 매물을 빼앗겼다. 물론 두 매물은 뚜렷한 시너지가 확인되지 않아 하이마트와는 다소간의 차이가 있지만 "롯데 아니면 살 곳이 없지 않느냐"는 태도는 이번에도 매각 측의 공분을 사고 있다. 롯데의 M&A 담당 국제실 실무진 노출한 지나친 프라이드는 이번 인수전에서도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글로벌 경기가 유럽의 문제로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점은 롯데의 M&A 전략 근간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보인다. 롯데는 지난 2009년 말 중국에서 대형마트와 슈퍼마켓 등 65개 점포를 가진 유통사 타임스를 8000억 원 가량에 인수했지만 이 계열사는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고 있다. 경기불안이 중국에도 밀려오고 있어 이로 인한 악영향을 신격호 명예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지갑을 닫아버릴 변수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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