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목 좋은 주유소에 하이마트 매장 얹는다면‥ 인수후보 및 이슈점검 ③SK네트웍스

박준식 기자공개 2012-06-18 11:21:42

이 기사는 2012년 06월 18일 11: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번 하이마트 인수전의 다크호스는 단연 SK네트웍스다. 초반 경쟁구도에서 빠져있던 재계 3위 기업집단 소속의 이 회사는 지난 5월 이른바 혜성처럼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SK네트웍스는 옛 SK글로벌의 후신으로 SK그룹의 모태이지만 분식회계 문제로 경영난을 겪은 후 10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도 좀처럼 도약의 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무역상사로서 정체성을 가졌던 이 회사는 △주유소 관리(에너지유통, E&C) △휴대폰 도소매(정보통신유통, IM) △무역 및 자원개발(T&I) △자동차 정비(E&C) △의류제조 및 판매(패션) △부동산 물류 및 와인(Customer) △호텔 및 레져(워커힐, SK핀크스 CC) 등 상당히 복잡한 사업구조를 아우르고 있다.

주요 사업부의 매출은 지난 1분기 연결기준으로 △IM(1조5875억 원, 23.9%) △E&C(3조549억 원, 46%) △T&I(1조7503억 원, 26.4%) △패션(1299억 원, 2%) △Customer(158억 원, 0.2%) △워커힐(936억 원, 1.4%) △기타(46억 원, 0.1%) 등이다. 주유소와 휴대폰, 무역상사 등 주요 사업의 비율이 총 96.3%로 3가지가 주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그룹의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이 만드는 주요 상품을 소매 고객들에게 판매하면서 본연의 무역상사업에 자원개발 기능이 부가된 업태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clip20120618110322

SK네트웍스는 그룹이 가진 사업구조로 인해 주유소와 휴대폰 사업에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유소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5년간 30% 중반 대에서, 휴대폰은 50%에 가까운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의 관련 시장 내 1위 지위의 혜택을 반사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성장 가능성이 막혀있는 업태로 인해 투자자들로부터는 기업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액이 26조2244억 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2조7307억 원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394억 원에서 3331억 원으로 931억 원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6개월 후의 실적을 반영하는 주가는 지난 2월 초 1만1800원에서 6월 초 7800원 대까지 30% 가량 하락한 상태다. 이 시기에 전체 시장이 침체된 탓이 크지만 SK네트웍스 자체가 관계사들에 종속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보니 성장성을 의심받으며 투자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회사 측은 이런 이유로 인해 절치부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지만 이 과정이 순탄치 않다. 몇 년 전까지 의욕적으로 벌였던 수입차 병행수입 판매업은 소비자들의 외면 끝에 사업을 접었고, 패션업은 한섬 등과 인수합병(M&A)을 타진하면서 성장기대를 불러 모았지만 경쟁자에 매물을 뺏기면서 다시금 실망감을 안겼다. 10년 전부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중국 진출은 최근 관련 투자지분을 축소하면서 실패나 마찬가지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렇듯 계열사 차원의 신 성장 동력 확보 노력이 한계에 부딪친 찰나, SK네트웍스 전략 실무진은 최근 활기를 되찾았다.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의 컨트롤 타워에서 최근 매물로 나온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 인수건 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두 매물은 인수규모가 조 단위에 달해 실무진은 감히 예상하지 못했던 옵션이었지만 그룹이 지원을 약속하고 인수 검토 지시가 하달되면서 시너지 분석이 관건이 됐다. 과거 리먼브라더스 홍콩지점 출신의 이은영 박사(상무) 등이 실무에 투입됐고 JP모간 등이 자문사로 선정되면서 인수 의지는 이른바 '떠보기'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 인수를 검토한 실무진의 반응은 초기 후자에 기울었다가 최근 전자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웅진코웨이는 방문판매 조직을 통한 SK그룹의 주요 프로덕트 라인 시너지가 크지만 대기업이 들어가기에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른바 '코디'로 불리는 방판 네트워크에 휴대폰과 브로드밴드(인터넷망 서비스) 등을 얹어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1만5000여명에 달하는 계약직 방판직원을 그룹이 정규직으로 수용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SK네트웍스 입장에서 후순위로 뒤처져있던 하이마트 건은 검토 결과 중장기 시너지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베팅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전국 500여 개 주유소 네트워크를 통해 46만여 평의 토지와 2조9000억 원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 고정자산은 최근 부동산 개발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실제 회사는 최근 서울 여의도 주유소 부지를 36층 규모의 '에스트레뉴(S-Trenue)'라는 이름의 고급 오피스텔로 개발해 분양했다. 경기도 화성에서는 물류센터 부지에 주상복합 SK뷰(View)를 지어 분양에 성공했다.

SK네트웍스는 서울이나 지방 주요 도심지 내 직영 주유소 부지를 활용해 비즈니스호텔이나 상가오피스텔을 개발하는 방식을 기획하고 있다. JP모간과 공동으로 한 하이마트 인수 시너지 조사에서는 이 부동산 개발 계획과의 접합점이 기대됐다. 전국 500개 SK주유소 중에 부동산을 임차가 아닌 소유한 곳이 261개에 달하고 이 중 개발을 통해 중층에 하이마트를 입점해 시너지를 낼 곳이 적어도 40~80개가량 된다는 타당성 조사를 마쳤다.

하이마트는 기존 자체적으로 인구와 소득수준, 교통여건, 경쟁업체 등의 상권 분석을 통해 최적의 입지를 선점하는 전략을 세워 전국에 300여 개 지점을 확보했다. 좋은 입지를 골라 가건물을 지어 신속히 입점하는 형식의 ‘스크랩 앤 빌드(Scrap & Build)' 전략이다. 이는 백화점과 할인점에 비해 규모가 작고, 투자비가 적게 든다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SK네트웍스는 하이마트의 이 전략이 자체적인 성장 모델로는 한계에 달했다 보고 자신들이 확보한 도심 주유소 부지를 활용한 방식으로 전략을 다변화할 계획이다.

SK가 하이마트에 내린 사전 조사 중 단점은 해외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삼성과 LG, 대우 등 가전사를 상대로 갖고 있는 제품 수급 교섭력을 해외에 이식하기가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하이마트는 이번 경영진 갈등이 있기 전까지 지난해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약 3000억 원에 달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이마트 홀로 수익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략적 투자자(SI)로 계열사가 많은 SK그룹 입장에서는 현 시점에서 보이지 않는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SK네트웍스는 자사의 주요사업 중 휴대폰 도소매(IM) 부분의 시너지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이마트는 지난 2008년부터 모바일 기기 판매망을 전점으로 확대해 매출을 3년 만에 1조 원(2008년 2조4500억 원→2011년 3조4100억 원) 가량 늘렸다. SK네트웍스는 자사가 운영하고 있는 휴대폰 대리점 중 수익이 충분하지 못한 직영점을 하이마트에 흡수시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SK네트웍스의 IM 사업부를 하이마트가 도맡는 구조도 그려볼 수 있다.

SK의 전략 실무진은 지난 주말 하이마트 인수와 관련한 종합보고를 의사결정권자에게 올렸다. 실무진은 할일을 끝냈고 최태원 회장과 관련 임원들의 베팅 유무 결정만 남은 상태다. 최 회장은 최근 몇 가지 불미스러운 문제로 인해 재판에 연루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난국을 사업 확장과 국민경제 기여라는 카드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의 지난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1조380억 원 수준. 기타 금융 및 유동자산과 매각예정 자산을 더하면 1조5000억 원 이상의 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하이마트 인수에 필요한 순수 자기자본이 3000억~5000억 원 가량이라는 걸 감안하면 베팅여력은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남은 건 그룹의 전략적 의사결정 뿐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