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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투자의 값진 시도

권일운 기자공개 2012-07-06 07:46:23

이 기사는 2012년 07월 06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 들어 한국벤처투자의 '유한책임투자자(LP) 모시기'가 부쩍 활발해졌다. 연기금과 금융사는 물론 지자체들과도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중심에는 지난해 8월 취임한 정유신 대표가 있다.

정 대표 체제의 한국벤처투자는 다양한 포럼과 설명회를 통해 "벤처투자로 돈 벌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증권사 대표를 역임하며 투자은행(IB) 업계에 발이 넓은 정 대표는 다양한 전주(錢主)들과의 네트워크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정 대표는 공석과 사석을 막론하고 "시장 논리를 거스르지 않더라도 벤처캐피탈 업계로 물 흐르듯 자금이 유입되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모든 편의를 제공할테니 벤처조합에 출자하라고 당부한다.

한국벤처투자가 제시하는 당근은 꽤 매력적이다. 두자리 숫자를 넘나드는 내부수익률(IRR)은 기본이다. 한국벤처투자가 조성하는 연기금 투자 풀에 참여하면 매년 실시되는 기금평가의 '공익성' 항목에서 가점을 받을 수도 있다.

숨어 있는 재원을 찾아내려는 시도도 한다. 수익률 측면에서 중진계정보다 상대적으로 뒤처져 고갈 위기에 놓인 문화계정 확충을 위해서다.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연구에 나서 관련 기금들의 재정 상태와 출자 성향 등을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해 대형 콘텐츠 기업이 수익 일부를 출자토록 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한국벤처투자의 노력은 단순히 모태펀드 재원 확충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벤처캐피탈 산업 활성화'라는 모태펀드의 태생적 취지를 감안할 때 다양한 성격의 자금이 꾸준히 유입돼야 한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2005년부터 조성된 모태펀드 자조합들은 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회수된 금액 중 상당 부분은 재투자를 위한 재원이 됐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모태펀드 재원이 고갈돼 벤처캐피탈 업계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하지만 한국벤처투자 혼자서 벤처캐피탈 업계 전체를 먹여살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1년 동안 1000억 원 안팎을 출자해 선정할 수 있는 운용사 수는 제한돼 있을 뿐 아니라 모태펀드 자조합 규모가 커봐야 300억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돼 약정 총액의 60~70%를 지원 받더라도 매칭 자금을 구하지 못하면 펀드 결성은 물거품이 된다. 다양한 자금이 꾸준히 유입돼야 벤처캐피탈 산업의 생존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벤처투자의 이같은 노력에 대해 벤처캐피탈 업계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우수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벤처조합 출자를 꺼리던 보험사 자금을 유치한 것을 보면 전주들 역시 우호적이다.

정유신 대표가 취임한 뒤 한국벤처투자가 보여주는 움직임은 꽤 신선하다는 평가다. "굶어 죽겠으니 제발 살려달라"고 하소연만 하던 그간의 면모와는 다르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한국벤처투자의 노력이 일회성 혹은 단기성으로 그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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