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사무라이채 '끝물 우려' 씻었다 신한은행과 동일 수준에 금리 결정…아직 중소형 투자자 수요 있어
서세미 기자공개 2012-07-13 11:24:05
이 기사는 2012년 07월 13일 11: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끝물'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무라이채권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발행 규모는 200억 엔으로 예상보다 작았지만 조달금리를 신한은행 수준으로 낮췄다. 우리은행은 처음부터 발행규모를 크게 가져갈 생각이 없었다. 외화 확충이 급한 숙제가 아니었던 셈이다.지난 5월 이후 사무라이채권 시장에 한국물이 연쇄적으로 발행되면서 일본 주요 투자자들의 한도가 거의 찬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양한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이 문제를 비껴갔지만 부산은행 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의 채권 발행이 줄줄이 예정되어 있어 앞으로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 우리은행, 신한은행과 '금리' 나란히…투자자는 좀 다르네
우리은행은 12일 오전 200억 엔 규모 사무라이채권 발행을 완료했다. 결과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163억 엔 발행하는 2년물은 '엔리보(¥LIBOR)+93bp', 37억 엔 발행하는 3년물은 '엔리보(¥LIBOR)+103bp'에 결정됐다. 신한은행이 지난 5일 발행한 2년물, 3년물과 동일한 금리 수준이다. 쿠폰금리는 2년물, 3년물이 1.29%, 1.4%로 신한은행보다 2~3bp 낮은 수준이다.
달러 채권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우리은행 채권이 신한은행보다 5~15bp 높은 스프레드에 거래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훌륭한 가격 조건이다. 우리은행이 이처럼 금리를 낮출 수 있었던 이유는 발행규모를 적게 가져가는 대신 금리 낮추기에 주력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우리은행은 처음부터 300억 엔 이하로 발행할 계획이었다. 외화 유동성이 풍부해 지난해 초 발행한 사무라이채권 차환 외에는 특별한 수요가 없었던 탓이다. 209억 엔 상당의 1년물은 지난해 2월1일 만기됐으며, 26억 엔 1.5년물이 오는 8월1일 만기 도래한다.
우리은행은 처음부터 금리밴드 폭을 타이트하게 가져가, 금리에 주력했다. 4일 우리은행이 제시한 이니셜 가이던스는 2년물 '엔리보+90~99bp', 3년물 '엔리보+100~109bp'. 금리 하단은 신한은행과 동일했지만 금리폭은 20bp가 아닌 10bp로 가져갔다.
그 후 6일에는 2년물 '엔리보+91bp~97bp', 3년물 '엔리보+101bp~107bp', 8일에는 '엔리보+93~95bp', '엔리보+103~105bp'로 금리폭을 서서히 좁혀나갔다. 그리고 11일 발행금리를 마지막 가이던스 하단에서 결정했다.
금리를 낮추는 과정에서 발행 규모는 계획했던 200억 엔~300억 엔의 밑에 수준으로 결정됐다. 예상 외로 긍정적인 투자자들의 반응에 200억 엔~300억 엔으로 예정돼 있던 발행규모를 350억 엔으로 늘린 신한은행과는 다른 모습이다.
투자자 성격도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주요 투자자들(key investors) 위주로 투자가 몰린 반면 우리은행은 200억 엔에 70여개 투자자들이 들어왔다. 자산운용사, 공모펀드, 보험사, 신용기금 등 다양한 투자자들이 소규모로 투자한 결과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물 수요가 있는 대형투자자들은 먼저 발행한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은행 발행에 중소형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을 보면 한국물에 대한 일본 투자자들의 보유한도가 거의 다 찬 것 같다"고 말했다.
◇ 유럽 재정 위기 악화로 사무라이 시장 확장 중…수요 가늠하기 어려워
현재 부산은행이 트렌치를 3개로 나눠 사무라이채권에 대한 프라이싱(pricing)을 진행중이며 하나은행 또한 7월말에 발행 계획이다.
시장 관계자는 "일본 투자자들은 보수적인 편이라 주로 국가 금융기관을 선호해 우리나라 시중은행에 대한 인지도가 낮은 편"이라며 "다만 보유하고 있던 유로본드가 만기 도래하면서 유럽 외 다른 지역에 대한 투자한도를 늘려나가고 있는 추세라 최근 국내 발행물에 대한 투자 한도와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물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일본 투자자들의 한국물 수요도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유럽 기관들을 중심으로 외국 기관들이 적극적으로 사무라이채권 시장의 문을 두드리면서 상반기 사무라이채권 발행 규모는 1조2500억 엔을 넘어섰다. 늘어나는 공급을 감당할 만큼 일본투자자들의 수요도 커 당분간 사무라이채권 시장 규모는 확대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유럽 등 선진국의 사무라이채권 발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어 한국물 수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가늠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 발행된 사무라이채권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36%수준이다. 특히 지난 6월15일 250억 엔을 발행할 예정이었던 노르디아은행(Nordea Bank)는 인기가 너무 많아 발행 규모를 4~5배 늘린 1202억 엔으로 결정했다. 다만 호주와 한국물 역시 증가 추세라 과거 미국 기업이 주류였던 사무라이 채권 시장이 더욱 다채로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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