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07월 26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올해 상반기 가전 유통업체 하이마트의 영업이익률은 4%대로 떨어진 반면 가전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생활가전 사업 부문 영업이익률은 4%대로 올라섰다. 삼성 및 LG의 가전 사업부문 영업이익률 상승은 하이엔드(Hi-end) 제품 증가와 제품 믹스의 개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인수합병(M&A)으로 홍역을 치른 하이마트의 가격 협상력이 떨어진 데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분석도 그럴듯하고 나오고 있다.하이마트를 시장에 내다 판다는 내용의 대주주간 합의 내용이 발표된 이후 한 하이마트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에 속하지 않는 독립 가전 유통업체인 하이마트가 국내 가전 소비 경제에서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하이마트가 없었다면 국내 가전 유통 시장에서 소비자 가격은 더욱 올라갔을 지 모른다. 가격 결정권은 여전히 대기업에 있다. 그러나 하이마트의 유통 주도권이 여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줘 지금의 가격 결정 구조가 만들어졌다. 하이마트가 M&A되는 과정에서 여러 곳의 공격을 받아 지금까지 지켜왔던 이런 협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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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실적만을 놓고 보면 하이마트 임직원의 이런 우려는 현실화된 것인지 모른다. 가전 대기업과의 치열한 전쟁에서 선봉에 섰던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과 그를 추종하는 일부 임원이 회사를 떠났다. 교섭력의 상당 비중이 선종구 전 회장에서 비롯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그가 떠나고 M&A가 이뤄지던 사이 하이마트의 마진은 추락하고 삼성과 LG전자의 마진은 올라갔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가전 유통 시장은 헤게모니의 싸움이다. 바기닝파워(Bargaining Power)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기업 마진의 등락폭이 커진다. 넓게는 소비자 물가에도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당장 LG전자의 경우 모바일 사업 부문의 부진을 가전 사업 부문의 마진 확대로 메워, 하이마트의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가전제품 구매자(Buyer)의 가격 교섭력을 높이는 데 하이마트만큼 지대한 영향을 준 기업은 없다. 삼성전자의 가전 유통 자회사인 리빙프라자(삼성디지털프라자)와 LG전자의 가전 유통 자회사인 하이프라자(베스트샾)가 0~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동안의 하이마트의 역할을 대변해 준다.
물론 이런 현상은 어디까지나 상반기에 국한된,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하이마트가 롯데그룹으로 넘어가면서 가전 유통의 헤게모니를 유통업체가 장악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해석도 없지 않다. 롯데는 백화점, 할인마트, 홈쇼핑, 인터넷쇼핑몰 등의 시장에서 이미 1조4000억원대의 가전제품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이마트까지 더하면 국내 가전 유통 시장의 3할 이상(5조원대)을 갖게 된다. 가전 제조업체를 상대로 한 가격 협상력이 더 올라가면 올라갔지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러나 대주주 '롯데'는 가전 유통 시장에서 한번도 주도권을 쥐어본 적도 없고, 협상력을 발휘해 본 적도 없어 이 시장에서만큼은 열위 그룹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마진 추세가 고착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리빙프라자와 하이프라자에 지난해말과 올해 각각 1300억 원, 320억 원 가량의 자금 지원에 나서며 매장 수를 늘려가고 있다.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는 양측의 수 싸움의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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