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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운정 토지보상금만 3조, 증권사 예치 '혈안' 한국, 우투, 동부證 등 20개사 준비 박차

신민규 기자공개 2012-07-26 10:26:52

이 기사는 2012년 07월 26일 10: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주시 교하읍 와동리. 왕복 8차선 도로에 내려 이면도로를 따라가니 우측 깊숙한 곳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파주직할사업단이 주변 녹지에 가려 보일듯 말듯 했다. 사업단에서 맞은편 방향으로 가장 가까워 보이는 저층건물까지 걷는데 10분 남짓. 오전 10시 햇빛도 강렬해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도착한 저층건물에는 한국투자증권, 동부증권, 우리투자증권 등이 사무실 구색을 갖추고 정식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 LH와 계약을 맺은 20개 이상의 증권사들이 현지 조만간 입점할 계획이다.

이들이 한적한 시골 구석까지 사무실을 낸 것은 파주운정3지구의 토지보상금 때문. 2008년 말 개발계획이 승인되고 2010년 토지보상금이 풀릴 예정이었으나 해당 지역이 LH의 사업구조 조정대상에 올라 보상이 지연됐다. 올 하반기 잡혀 있는 전체 토지보상규모 5조 원 중에 가장 비중이 큰 3조 2019억 원이 내달말께 풀릴 예정이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좀처럼 보기드문 큰 장이 열린 셈. 3조 원 중 약 1조 원 이상이 토지보상채권으로 풀릴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중 일부만 예치해도 최근 부진을 면치못하고 있는 증권사에는 가뭄에 단비 격이다.

저층건물 내 간판을 올리고 사무실 모양새를 갖춘 곳이 한국투자증권 현지 점포라 해서 들어가봤다. 현지 점포는 파주운정3지구 토지보상금 유치를 위해 세워졌다. 아직 정식 영업을 개시하지는 않았다고 했지만 채권상담자, 세무상담자를 포함 3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사람과 에어컨 바람이 반가웠다.

사무실 뒤쪽 테이블에 앉으니 '양도소득세'라는 족히 1000쪽도 넘어보이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마주앉은 황선구 한국투자증권 WM 프리미어센터 목동지점 차장은 본격적인 영업이 시작되면 책의 저자가 있는 세무법인에서 매주 한명씩 상주할 것이라고 했다. 저자인 세무법인 다솔의 안수남 대표가 이 분야에선 국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토지보상을 받는 고객들이 제일 먼저 찾는 상담 1순위가 세금이고 2순위가 가격이라 세무서비스부터 주력한다는 것이다. 고객이 방문을 해야 채권을 현금화하든, 2차 영업을 하든 일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영업은 내달 중순이 돼야 하지만 만에 하나 손님이 한명이라도 찾아올 경우를 대비해 25일부터 일산과 목동지점 직원이 교대로 상주키로 했다. 이들은 오직 주소만 가지고 개발단지를 훑어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세명이 사무실에만 앉아 있던 이유는 아직 공인중개사사무소가 문을 안 열었기 때문. 개발지구의 정확한 위치와 주변 동사무소 등 정보를 알려면 이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바로 옆 부동산에는 동부증권 플래카드도 같이 걸려 있었다. 부동산 직원은 동부증권 직원이 조만간 상주할 예정이라고 했고 다른 증권사들도 입점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대부분이 토지보상금을 거의 현금이나 채권으로 받을 것 같다고 부동산 직원이 전했다. 이미 재작년에 보상금을 받을 줄 알고 받아놓은 대출이 상당해서 증권사 2차영업으로 재예치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설명이다. 현지고객이 많은 농협이 우리투자증권 등 5개사와 계약을 맺어 빠른 대응에 나서기로 한것도 대출금의 조속한 상환을 위해서라고 했다.

같은 건물에 우리투자증권이 지난 2월 입점 계약을 맺고 내달 7일 오픈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전화를 걸어보니 화정, 일산, 김포 WMC지점 직원들이 연계해 7일 이후 상주할 예정이며 이미 두번의 설명회를 지역 주민 대상으로 거쳤다고 했다. 설명회 결과를 바탕으로 이번 주내로 본사 전담부서를 정하고 본격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정명희 우리투자증권 일산WMC지점 부장은 "근저당이 있는 고객이 80%에 가까워 토지보상을 대토(代土)로 받을 가능성이 적고 현금이나 채권으로 받을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당장 현금이 필요한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고 고객성향이 보수적이라 업계에서는 2차 영업으로 자사 예치되는 금액이 전체 토지보상금액 3조 원의 1%(300억 원)만 되도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객들이 100억~200억 원 단위로 몰려다니면 채권값을 약간 비싸게 쳐주는 대신 일부를 재예치하는 식으로 영업도 가능해 과열경쟁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토지보상채권 가격은 현시점에서 예상하기 어렵지만 채권금리가 지금처럼 낮게 형성돼 있을수록 채권값이 비싸져 고객입장에서는 채권보상이 유리한 상황이다.

지금은 쥐죽은 듯 고요했지만 조만간 증권사의 예치 전쟁으로 인해 파주가 꽤 소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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