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하이브리드債 '부채' 논란 선순위 특약 조건…콜옵션에 수백bp의 스텝업 약정
임정수 기자공개 2012-09-03 15:53:33
이 기사는 2012년 09월 03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5억 달러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이하 하이브리드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 발행조건으로는 자본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환 순위가 후순위가 아닌데다 콜옵션과 풋옵션이 모두 부여돼 있고 큰 폭의 스텝업(Step-up;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 쿠폰 금리를 상향하는 조건) 조항까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두산인프라코어 하이브리드채권은 원화와 외화를 막론하고 처음으로 국내 법인에 의해 공모 발행되는 사례로서 증권업계와 발행사들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감독당국의 발행 승인 여부, 회계상 자본분류 여부, 신용평가에서 자본성 인정 등의 잣대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구조로는 설사 회계법인에서 자본으로 분류하고 당국의 발행 승인을 받는다고 해도 신용평가에서 자본으로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 하이브리드債의 기본 요건인 '후순위' 충족 못해
하이브리드채권이 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요건은 후순위여야 한다는 것이다. 선순위라면 유사 시 변제 우선 순위가 회사채 등의 선순위 채무와 동일하기 때문에 자본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자본의 속성 자체가 모든 채무에 대해 후순위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하는 하이브리드채권은 투자자 약관에 선순위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하이브리드채권 약정서에 선순위 특약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하이브리드채권은 금융회사만 발행할 수 있었지만 상법 개정으로 일반 기업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규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보통 은행업감독규정과 시행세칙을 준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은 하이브리드채권의 자본 인정 요건으로 '후순위채무, 부채성자본조달 등의 보완자본보다 후순위 특약 조건일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채권의 속성이 하이브리드채권이라 하더라도 선순위 특약이 있으면 자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경무 한국기업평가 평가기준실 전문위원은 "후순위 특약 조건은 하이브리드채가 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되는 조건"이라며 "선순위 조건으로 발행되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하이브리드채권은 자본으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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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옵션에 수 백 bp의 스텝업 조건…5년 후 상환 사실상 강제
선순위 특약이 없더라도 두산인프라코어의 하이브리드채권은 자본보다 차입금에 가깝다. 바로 콜옵션과 함께 큰 폭의 금리 스텝업 조항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하이브리드채 발행 5년 후에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을 붙였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대폭 상향해 주는 것을 조건으로 하고 있다.
스텝업 조건은 보통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하도록 강제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스텝업으로 발행사가 투자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리가 높아져,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높이는 장치다. 특히 스텝업 조항에 따른 금리 상향 폭이 높을수록 발행사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이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에서도 스텝업 조항이 있는 후순위채나 하이브리드채권의 경우 자본으로 인정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하는 하이브리드채권은 만기가 30년인데 4%대의 금리로 발행된다"면서 "대신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수 백 bp의 금리가 추가로 부가되는 구조"라고 전했다. 그는 "스텝업 조건으로 부여된 금리 상향 폭이 크기 때문에 5년 이후에 콜옵션이 행사될 것으로 본다"면서 "상환 확실성이 높아, 투자자들은 일반 회사채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 하이브리드채권은 콜옵션 조건에 더해 투자자에게 풋옵션도 부여했다. 하지만 풋옵션 행사에 대한 상환의무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부담하지 않는다. 은행들이 신용공여를 제공한 특수목적법인(SPC)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이 SPC에 신용공여를 제공할 예정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을 경우를 조심스러워하는 투자자들을 잡기 위해 하이브리드채로는 처음으로 SPC를 통해 풋옵션 조건을 추가한 것"이라며 "신용공여를 제공한 은행이 풋옵션에 대한 최종 상환의무를 지지만, 두산인프라코어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포함한 은행에 부담을 지우도록 콜옵션 행사를 하지 않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금리가 4%대인 일반 회사채로 본다"면서 "콜옵션에 붙은 큰 폭의 스텝업 조건 때문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무 전문위원은 "5년내 상환 가능성이 높다면 만기가 5년인 회사채로 보는 게 맞다"면서 "하이브리드채가 가져야 하는 요건 중 만기가 영구적이어야 한다는 조건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하이브리드채는 자본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발행이 이뤄지더라도 자본에 넣지 않고 조정차입금에 포함시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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