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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유로본드, 3년물 가뭄속 단비 수익률 2% 미만…3억불 발행에 40억 몰려

서세미 기자공개 2012-09-21 17:44:04

이 기사는 2012년 09월 21일 1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외환은행이 3억 달러 규모 유로달러 본드 발행을 완료했다. 국내 은행이 국제채권 시장에서 3년물 달러채권을 발행한 것은 지난 2009년 6월 신한은행 이후 3년 만이다.

발행 금리는 'T(미국 국채수익률)+155bp'로 결정됐다. 쿠폰금리는 1.75%, 발행수익률은 1.804%로 2%이하 조달금리를 찍었다. 3억 달러 모집에 무려 40억 달러가 몰릴 정도로 투자자 반응이 뜨거웠다.

외환은행(S&P: A-, 안정적/무디스: A2, 긍정적)이 처음 3년물을 선택했을 때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의아해 했다. 유럽 재정위기 이후 시장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3년물의 절대금리가 많이 낮아져 투자수요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3년물 수요는 살아 있었다. 다수의 시중은행들이 자산-부채 만기 매칭(matching)을 위한 3년물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외환은행의 발행 성공으로 국내 다른 은행들도 3년물 해외채 발행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3년만에 첫 3년 만기 글로벌 은행채 발행 시도…벤치마크 부재로 가격 책정에 어려움 겪어

외환은행은 지난 8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을 대상으로 해외채 발행을 위한 입찰제안서(RFP)를 뿌렸을 때부터 이미 3년물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복심을 읽지 못한 대부분 IB들은 만기와 금리면에서 외환은행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IB들이 주로 추천한 것은 유동성이 풍부하고 상대적으로 가격도 좋게 받을 수 있는 5년 또는 5.5년만기였다. 일부는 외환은행이 희망하는 금리가 너무 낮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3년물 발행 의지가 강했을 뿐 아니라 높은 금리를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주관단은 비교적 소규모로 꾸려졌다. 바클레이즈, 스탠다드차터드증권, 코메르츠은행, KEB아시아가 공동으로 주관사를 맡았다. 하나대투증권은 보조 주관사로 참여했다.

주관사 중 코메르츠은행은 한국물 주관이 처음이었다. 코메르츠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외환은행을 지원했던 오랜 인연이 계기가 돼 주관단에 선정됐다. 한국물 시장 진출을 노리던 코메르츠은행이 외환은행에 협조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첫 한국물 주관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실질적인 업무는 바클레이즈와 스탠다드차터드증권이 전담한 것으로 파악된다.

발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이 가장 고심한 것은 이니셜 가이던스. 벤치마크로 삼을 수 있는 해외채가 없어 적정 가격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웠던 이유에서다. 2009년 발행된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의 3년물은 이미 만기가 지났고 그 이후에는 발행이 끊겼기 때문이다.

글로벌 채권시장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18일 이후 바로 발행에 나서지 않고 하루 거른 20일에 발행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19일 주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소프티사운딩(soft sounding)에 들어갔다. 지난 6월에 발행한 5년 만기 글로벌본드 유통금리에 일드 커브(yield curve)를 적용해 가격을 산정하긴 했지만 실제 시장에서 통용될지는 모르는 문제였다. 외환은행은 20일 이니셜 가이던스를 'T+175(area)'로 확정하고 오전 12시 아시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북빌딩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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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금리 'T+155bp' 수준으로 수익률 1.804%…투자수요 발행액의 13배 이상으로 몰려

오랜만의 3년물 발행에 다른 은행에서도 이 번 딜을 예의주시했다. 글로벌 IB들의 관심도 쏠리기는 마찬가지. 외환은행의 성공 여부에 따라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주목을 받은 만큼 금리를 너무 높게 불렀다는 둥, 투자수요가 없어 고전 중이라는 둥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주변의 우려와 의심과 달리 외환은행의 유로본드는 아시아 시장에서만 발행액의 10배가 넘는 주문이 쌓일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자신이 붙은 외환은행은 수정 가이던스 절차를 생략하고 유럽 개장과 동시에 최종 가이던스로 'T+155~160bp'를 제시했다.

외환은행은 오후 10시경(한국 시간) 일찌감치 'T+155bp'에 프라이싱을 마감했다. 이니셜 가이던스보다 발행 금리를 20bp 낮추는 데 성공한 셈이다. 절대금리 기준으로 봤을 때도 금리가 2%이하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최종적으로 3억 달러 발행에 170개 기관에서 총 40억 달러가 들어와 북빌딩이 13배 이상을 기록했다. 지역별 투자자 비중은 아시아 72%, 유럽 28%를 기록했다. 기관별로는 펀드 52%, 은행 23%, 정부기관 및 중앙은행 16%, PB 5%, 보험사 4% 비중의 투자자들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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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물에 대한 은행 자금 수요 증가…다른 은행들도 3년 만기 해외채 발행 나설 가능성 높아

예상외로 외환은행 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수 은행들이 자산-부채 만기 매칭을 위한 3년물에 목말라 있었던 때문이다.

리만 사태 이후 시장금리가 급락하면서 짧은 만기의 채권에 대한 투자수요가 줄자, 이에 대응해 공급이 지나치게 위축된 탓에 잠재적인 3년물 투자자들이 채권공백 상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주로 은행들인 이들 투자자에게 외환은행의 3년물 채권은 가뭄속 단비와 같았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차입금 만기를 장기화하는 과정에서 단기물을 대체하기 위해 3년물 발행을 추진했다"며 "최근 한국물이 5년 만기 이상에 집중되는 가운데 실제 은행의 자금 수요가 많은 3년 만기 해외채권을 발행한 것이 양호한 금리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의 성공으로 앞으로 3년 만기 해외채권 발행에 관심을 가질 시중은행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IBK은행, 하나은행 등도 3년짜리 자산에 대한 매칭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물 시장 관게자는 "외환은행이 용감하게 나선 3년물 발행의 성공으로 다른 시중은행들도 3년 만기 글로벌본드 발행 검토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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