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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백호주의 넘을 수 있나 현지 여론 및 정치권 국수주의적 반응…장기전 대비 '냉각기' 가질 듯

박준식 기자공개 2012-10-15 16:56:09

이 기사는 2012년 10월 15일 16: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의 호주 철강사 아리움(Arrium, 옛 원스틸 OneSteel) 인수 거래가 장기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지 아리움 주주나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지만 거래에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여론과 그에 민감한 정치권, 당국 등의 움직임에서 상당한 방어기제가 읽힌다.

포스코는 일단 협상주체를 컨소시엄의 전략적 투자자 멤버인 노블(Noble)그룹으로 일원화했다. 인수주체도 포스코가 아니라 호주 현지법인인 포사(POSA)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호주 여론의 불필요한 반발을 사지 않으려는 포석이다.

사실 포스코는 이번 딜을 기획하면서 호주의 백호주의(White Australia Policy , 白濠主義政策)를 상당히 우려했다. 19세기 호주의 금광 발견과 골드러시(gold rush), 중국인들의 대량이주를 막으려던 백호주의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의 단초가 됐다.

철강사 순위

호주 여론은 포스코가 적자 투성이의 아리움 제철 사업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데 대해서는 기대를 갖고 있다. 세계 최초로 파이넥스(FINEX, 직접제강법) 공법 등을 개발해 실제 생산에 적용한 포스코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리움의 철광석 및 석탄 광산 자산을 포스코 컨소시엄 일부가 인수 후에 나눠가지고 그로 인해 자주적인 개발권이 침해받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적잖은 우려를 갖고 있다.

아리움 이사회는 이런 배경을 근거로 포스코의 첫 번째 제안을 '현저한 저평가(undervalues)'로 규정하고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인수 진의를 보이기 위해 이즈음 카운터 오퍼를 낼만 하지만 아직까지는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가격을 올려봤자 아리움 이사회에 힘만 실어주고, 연이은 거절의사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아리움의 현 이사회 의장인 피터 스미들리(Peter Smedley)는 포스코 컨소시엄에 상당한 적대의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지위를 지키고,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여론과 정치적인 힘을 적절히 이용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사회의 동의가 없더라도 주주들을 설득해 인수를 강행할 수도 있는 포스코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대방의 적의를 부추길 필요가 없다.

이번 거래는 주주들이 동의한다고 해도 호주 정책당국(the Foreign Investment Review Board, governments and the Defence Force)의 허가를 필요로 한다. 아리움이 호주 남부에 가진 철광석 광산 자산이 당국의 방위 지역(iron ore assets in the Woomera defence region)에 있어서다. 거래 당사자들이 자율적으로 딜을 합의한다고 해도 여론에 밀린 당국이 방위 문제로 딴죽을 걸면 딜은 파기될 수 있다.

제철 공정도
↑ 제철공정도 (ⓒPOSCO)

천연자원에 관한 호주 당국의 보호주의는 엄격하고 예민한 시점이다. 중국 알루미늄공사인 치날코(Chinalco)가 지난 2008년 미국 알코아(Alcoa)와 손잡고 세계 3위의 호주·영국 합작 광산업체인 리오틴토 지분 9%를 인수하려던 계획도 호주 정부의 규제로 실패했다. 호주 정부는 이후로 '국부펀드 심사 6원칙'을 만들어 자연자원 인수를 까다롭게 심사하고 있다. 호주에 투자하는 해외 국부펀드의 지배구조와 자금조달 방식이 해당국 간섭으로부터 독립적인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이번 포스코의 아리움 인수에는 국내 한국투자공사(KIC)와 국민연금기금(NPS) 등이 포함돼 있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이런 전작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포스코는 애초에 거래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장기전을 염두에 둔 눈치다. 거래에 공개매수 등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특성을 감안해 적어도 6개월, 길게는 1년여를 두고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거래를 분석해보면 현재는 첫 제안이 거부당한데 따른 일종의 전략적인 냉각기라고 할 수 있다. 현지 여론이 잦아들고 아리움 주주들의 원성이 높아져 이사회가 궁지에 몰릴 때를 기다리는 게 상책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거래 관계자는 "포스코가 제안을 내놓은 후 현지에서는 제철 1위 기업인 블루스코프 스틸(BlueScope Steel)이 아리움을 구해내라는 여론도 나타나고 있다"며 "여론은 본질적으로 국수주의적인 면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포스코가) 재인수 의사를 밝히기보다 상황을 객관적으로 지켜봐야 할 시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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