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10월 19일 08: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큐리어스의 상장폐지는 당연한 결과였다. 재무상태는 극도로 부실했고, 이를 숨기기 위해 회계장부까지 조작했다. 재향군인회가 구세주로 등장했지만 큐리어스를 살리는데는 역부족이었다.모든 거래가 그렇듯이 재향군인회와 큐리어스도 서로의 이득을 위해 결합했다. 재향군인회는 법 개정으로 인해 단체수의계약법이 폐지되면서 새로운 수익창출이 시급했다. 이에 국가기관만을 대상으로 물품을 공급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중소형 상장사 4곳 (큐리어스, 지앤디윈텍, 우경철강, 글로스텍)을 정해 구매대행 사업에 뛰어들었다.
상장사 입장에서도 재향군인회라는 명성을 등에 업음으로써 자금조달, 물품 대량구매, 유통망 확보가 한층 수월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솔깃한 제안임은 분명했다.
이들의 윈-윈 전략에는 대상과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4곳의 상장사들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하기 힘든 부실한 업체들이었다. 재향군인회의 지급보증을 통해 79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발행할 수 있었고, 발행대금은 선급금 형태로 곧장 재향군인회에 들어갔다. 업체 입장에서는 실적개선을 위해 BW를 발행했지만 자금을 만져보지도 못하고 재향군인회에 그대로 바친 셈이 됐다.
재향군인회를 통해 들어온 물품을 팔아도 매출신장으로 이어지지 못해 재무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결국 상장사 4곳 중 큐리어스와 지윈디윈텍은 상장폐지됐고, 우경철강과 글로스텍은 적자에 허덕이게 됐다.
물론 큐리어스의 상장폐지를 재향군인회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리다. 재향군인회의 손길이 닿기 전부터 큐리어스는 이미 전 대표이사와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으로 내홍을 겪고 있었고, 사채업자의 입김에 휘둘려 무리한 투자를 강행해 그에 따른 모든 재무적인 부담을 짊어지고 있었다.
재향군인회도 얻은 건 없다. 거액의 국고지원에도 불구하고 부채가 7000억 원에 달하는 등 방만한 경영으로 연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회사들이 상장폐지에 이르렀다. 윤리적 비난은 물론이고 매출이 될 수 있었던 790억 원은 부채로 전락하면서 금전적인 손실까지 끌어안게 됐다.
그러나 재향군인회가 안정성과 수익성을 검토하지도 않고 막대한 규모의 BW를 발행하게 함으로써 업체들의 재무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다.
다행히 재향군인회는 큐리어스의 상폐여부와 상관없이 끌고 가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상장폐지는 회사의 폐업과는 다르다. 상장폐지 과정에서 드러난 리스크를 해소함으로써 회사를 빠르게 정상화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재향군인회는 국고지원을 받는 관변단체로서 안정성과 지속성이 수반된 전략을 통해 큐리어스와의 포지티브섬 게임을 이끌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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