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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의 쟁점은 '일물일권주의'..변수는? 롯데 "용익물권의 한계", 임대차계약 전세권 '본건물 포함' 여지 있어

문병선 기자공개 2012-10-22 09:49:01

이 기사는 2012년 10월 22일 09: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와 신세계, 두 유통 공룡간 대규모 상권 경쟁은 급기야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고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됐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그 배경도 관심이지만 지금 이 다툼은 법정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다툼의 실체와 그 법리는 무엇인지 역시 중요한 관심사로 떠오른다. 그 이유는 양측의 싸움이 이번 한번으로 끝날 것 같지 않아서다. 이번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관련 롯데와 신세계의 앙칼진 법리 논쟁은 이후의 사건에 지대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법리 쟁점은 크게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는 롯데쇼핑과 인천광역시간 매매 계약이 성립하느냐 여부다. 두번째 포인트는 신세계의 임차기간은 2017년까지인지, 2031년까지인지 어떻게 가르마를 타느냐는 점이다.

◇소송의 쟁점 '일물일권주의'

첫번째 쟁점은 이미 7할 이상 결론이 났다. 인천지방법원은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세계의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신세계는 항고할 예정이지만 신세계의 승소 가능성을 높게보는 전문가는 드물다.

용익물권의 체계

물권법 원리가 숨어있다. 임차권자는 사용과 수익의 권한인 '용익(用益)물권'을 갖고 소유권자의 소유권을 일부분 제한할 수 있으나 소유권자의 처분권을 간섭할 수는 없다. 쉽게 말해 세입자가 집주인의 아파트 매매에 대해 '감나라 배나라' 개입할 수 없다는 뜻이다. 신세계는 보증금을 주고 임차해 들어온 세입자일 뿐인데, 부지 소유권자인 인천광역시가 해당 부지를 롯데쇼핑에 매각하는 걸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두번째 법리 쟁점이 이번 소송의 키포인트다. 임차권자인 신세계는 외관상 하나의 건물에 2개의 전세권을 설정해 두고 있다. 본 건물에 설정된 '1번 전세권'과 본 건물 위 그리고 북동쪽 옆으로 증축한 건물에 설정해 둔 '2번 전세권'이다. 그 사용기한은 1번 전세권이 2017년까지, 2번 전세권이 2031년까지다.

'일물일권(一物一權)주의'에 따르면 하나의 물건에 2개의 상이한 권리는 성립할 수 없다. 2번 전세권을 통해 신세계는 2031년까지 '사용·수익' 권한을 갖게 됐고 외관상 하나의 건물로 본다면 1번 전세권이 설정된 본 건물 역시 그 사용·수익 권한을 2031년까지 갖게 된다는 논리다.

다시 말해 신세계가 2017년 본 건물에서 퇴거한 후 증축건물에서만 영업을 하게 되면 본 건물에 입주한 다른 임차권자와 불가피하게 영업점이 겹치게 되는데, 이는 건물의 사용·수익 권한을 침해받는 것이므로 1번 전세권과 2번 전세권은 하나의 전세권으로 봐야하고 그 기한을 2번 전세권의 범위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일견 '지상권'의 개념과도 유사해 보인다.

신세계의 이런 주장은 비록 가처분신청에서는 패소했으나 본안 소송에 들어가면 가다듬어져 본격적으로 재판부에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의 법률 대리인은 법무법인 화우가 맡고 있다.

◇롯데의 전략 "엄연히 다른 건물 2개의 권리 가능, 용익물권의 한계"

신세계의 법적 대응에 대해 롯데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아직 본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각자인 인천광역시가 더 불안불안해 한다. 롯데가 이행보증금(매매금액의 10%)을 납부하기는 했으나 법적 문제 등 불가피한 사유가 생길 경우 언제든지 롯데가 매매 약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는 그러나 이번 토지·건물 거래를 마지막까지 완주한다고 해도 무리없다는 판단이다. 법리 검토가 어느 정도 끝났고 신세계의 소송을 '억지'라고 판단하는 기류도 엿보인다.

한 관계자는 "부동산 거래를 해 본 사람이라면 동일 건물의 일부분에 별도의 권리 등기를 한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며 "증축된 건물의 전세권 범위가 본 건물의 전세권 범위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게 판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신세계가 갖고 있는 '용익물권'은 그 물건의 전부 또는 일부에도 성립한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외관상 하나의 건물인 신세계 인천종합터미널점에 2개의 전세권이 있고, 각 전세권은 각각의 설정범위에만 영향을 준다는 논리다. 1개의 물건의 객체는 1개의 독립한 물건이어야 하지만 예외적으로 '구분지상권'처럼 부동산 일부에도 용익물권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실제 건물의 일부에 전세권이 설정된 경우 전세권자가 '변제'를 위해 건물 전체를 경매에 넘길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 대법원은 "전세권자는 전세권의 목적이 된 부분을 초과해 건물 전부의 경매를 청구할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그 전세권의 목적이 된 부분이 구조상 또는 이용상 독립성이 없어 독립한 소유권의 객체로 분할할 수 없고 따라서 그 부분만의 경매신청이 불가능하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대법원 2001.7.2)"라고 판결한 바 있다. 이는 곧 건물 일부분의 전세권은 그 일부분에 국한한다는 뜻과 다름 아니다.

그러나 이번 소송에 의외의 변수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세계는 임대차계약을 인천교통공사와 맺었고 임대차계약이 과연 인천광역시측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특히 2번 전세권을 설정할 당시 양측이 맺은 임대차계약서에는 전세권의 범위를 '백화점 및 부대시설용 북동쪽 17501.33㎡'로 설정해뒀다. 해석하기에 따라 2번 전세권 설정 범위가 증축된 건물 뿐 아니라 본 건물까지도 포함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양측의 법적 대립은 본안소송으로 가면서 더욱 첨예해 질 전망이다. 인천광역시측은 현재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신세계의 소송을 처리하고 있다. 부지 소유권이 예정대로 내년 1월말 롯데쇼핑에 넘어가면 신세계와 롯데쇼핑의 직접적인 법적 충돌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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