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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켐, 기술평가 '탈락'하고도 예심청구한 사연 연 매출 8000만원 벤처기업, 특례상장 규정 바꿔

한형주 기자공개 2012-11-15 17:52:48

이 기사는 2012년 11월 15일 1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 매출 8000만 원의 벤처기업 때문에 한국거래소가 상장 관련 규정을 바꾼 첫 사례가 나왔다. 신약 개발 전문기업인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는 지난 6월 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했으나 거래소가 관련 제도를 정비한 덕에 재평가에 성공, '합격'으로 결과를 뒤집었다. 이 회사는 9일 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레고켐이 상장예심을 통과하면 거래소의 신성장동력기업 지원 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하게 된다. 사실 이 회사는 올해로 두 번째 예심을 청구하는 것이다. 지난해 9월에도 예심 청구서를 제출했으나, 심사 과정에서 매출 지속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 자진 철회했다.

당시 기술성 평가는 이미 합격한 상태였다. 하지만 올 들어 다시 예심을 받기 위해선 기술평가 재실시가 불가피했다. 이에 상반기 말 거래소에 평가를 신청했지만 결과는 뜻밖에도 '탈락'이었다.

신성장동력기업이 특례를 인정받으려면 거래소가 지정한 2개 전문평가기관의 기술평가에서 합격해야 한다. 그 다음 예심을 청구할 수 있다. 2개 기관이 산정한 종합평가등급이 A/BBB 이상이어야 합격이다. 즉 한 기관에서 BBB를 받았다면 다른 한 곳으로부터 A 이상은 받아야 특례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레고켐의 경우 1개 기관에선 A등급을 받았지만 다른 기관의 점수가 BBB에 못 미쳐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평가에선 합격했기에 결과는 더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회사는 곧장 전문평가의 객관성 문제에 대해 거래소 측에 의문을 제기했다.

거래소도 직전년도에 기술평가를 통과한 기업이 1년도 안 돼 실시한 같은 평가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은 것을 의외로 판단, 전문평가기관제도의 미비점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레고켐의 경우 지난해 기술평가 때보다 임상 진도도 많이 나갔고 제품군 스팩이 넓어지는 등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는데도 평가 결과가 안 좋게 나와 고민했다"고 말했다.

레고켐의 문제제기 이후 거래소는 전반적인 검토 과정을 거쳐 9월1일 '전문평가기관제도 세부운영기준 일부개정기준안'을 내놨다. 이를 통해 전문평가 기간을 기존 4주에서 6주로 연장했다.

또 신청기업의 의견을 듣기 위해 평가회의를 2회 이상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 전까진 기업실사 성격의 킥오프(Kick-off) 미팅만 1회 실시해 왔다. "기존 평가 기간이 너무 짧고 평가 방식도 다소 주관적"이라는 레고캠 측 입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거래소는 또 전문평가의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외부 기관이 산정한 평가등급도 공개키로 했다. 이전엔 각 기관이 제시한 등급을 거래소가 취합, 신청기업에 합격·불합격 여부만 통보하는 방식이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신청기업이 자사 기술성에 대한 피드백(feedback)을 받아보는 게 가능해졌다.

그밖에 직전년도 평가에서 A 이상의 최종 등급을 받은 기업이 이듬해 떨어졌다면 바로 재평가 기회를 부여키로 했다. 전문평가 후 6개월 이내 재신청을 제한한 기존 규정에 예외사유를 둔 것.

평가기관 간 등급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져도 기술평가를 다시 신청할 수 있다. 가령 2개 기관이 산정한 종합평가등급의 차이가 2등급 이상인 경우 반년씩 기다리지 않아도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단 레고켐처럼 1개 기관의 평가등급이 A 이상인 경우에 한한다.

이처럼 레고켐은 거래소 특례상장 제도 개선의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 회사는 제도 개정 직후 기술평가를 재신청했고 합격 통보를 받아 예심 청구에 골인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레고켐처럼 단기간 내 기술평가를 다시 신청한 사례도 많지 않을 뿐더러, 평가 결과가 회사에 다소 불리하게 나온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레고켐 주가는 기술평가 재신청이 가능해진 이후 현재까지 두 배 가까이 급등, 15일 기준 장외에서 1만4000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거래소에 제시한 심사청구가(1만6000~1만8000원)에 근접한 값이다. 이 회사는 이번 공모를 통해 224억~252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목표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7900만 원, 순이익은 30억7000만 원을 기록했다.

자본금은 17억8600만 원, 상장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다. 2007년부터 에이티넘인베스트와 동양인베스트 등 5개 벤처캐피탈로부터 약 120억 원을 투자유치했다. 예심 통과시 늦어도 내년 초엔 코스닥에 입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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