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2년 11월 28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콜롬비아대학교 대학원 시절 최홍(현 ING자산운용 대표)과 함께 축구판을 뒤흔들던 그는 당시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미국 투자은행 베어스턴스(Bear Stearns)에 들어갔다. 8년을 일하는 동안 아시아계 최초 수석투자전략가 자리까지 올랐다.친구 2명과 함께 투자자 단 2명을 대상으로 헤지펀드 회사(트리스타 어드바이저)를 차린 경험도 있다. 디스커버리 캐피탈 매니지먼트(Discovery Capital Management)에서 전세계 주식운용을 담당할 때는 조지 소로스의 투자도 받아냈다.
싱가포르에서 K-아틀라스 헤지펀드 설립을 전두지휘한 경험도 있다. 40년간 장기 수익을 이끌어낸 것으로 유명한 웨이스 멀티스트레티지 어드바이저스(WEISS Multi-Strategy Advisors)에서 금융인으로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는 법까지 배웠다.
한가지 남은 게 있다면 금융 후진국인 아시아에서 금융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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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만에 고국으로...금융을 통해 외화를 벌겠다
데이비드 전(사진, 51세), 한국 이름은 전용범. 1975년 미국으로 이민간 교포 1.5세다. 그가 전례없는 금융상품으로 한국에서 해외투자자를 유치해 외화를 벌겠다는 도전장을 냈다. 지난 7월16일 산은자산운용 공동대표로 전격 영입된 데이비드 전 대표를 최근 만났다.
금융위원회 모 국장과 이름과 생일이 같아 다시 쳐다봤지만 관(官)에서 일할 타입으로는 안 보였다. 집무실을 비워두고 매니저들과 트레이딩 데스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집무실로 들어오는 것부터 그랬다. 20년 넘게 매니저들과 현장에서 일해왔기 때문에 뒷편으로 여의도가 훤히 보이는 집무실이 오히려 답답하다고 했다. 미국 베어스턴스 시절에는 회장이 파생상품 매니저 바로 앞에서 업무를 보기도 했다니 그에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세계 금융계에서도 알아주는 인물이 국내 20위권의 중소형 운용사 대표직을 수락하게 된 과정이 가장 궁금했다. "몇년 전부터 아시아 시장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해보고 싶었다. 지난해 대다수 헤지펀드가 수익률 부진으로 쓰러질 때 아시아 자산에 15개 멀티전략으로 투자해 수익을 낸 후부터는 '아시아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국에 올 생각은 아니었다. 국내 영입 제안이 있기 몇달 전만 해도 전 대표는 중국 자산운용사 대표로 내정돼 있었다. 이전부터 알고 지낸 중국 금융그룹 수장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는 법.
"산은자산운용으로 오게된 건 진짜 우연이었다. KDB금융그룹 임원과 인사 차원에서 만났는데, 조만간 중국으로 몸을 옮기게 될 것이라고 말하자 KDB그룹 측에서도 비슷한 제안을 내놓는게 아닌가. 별다른 고민없이 한국으로 가겠다고 했다."
◇꾸준한 리턴 증명하는 전문 운용사가 목표…"비상훈련 체제"
영입후 지난 4개월간은 호랑이 선생님이 학생 옆에 달라붙어서 가르치는 모습이다. 그의 표현으로는 "Emergency drill(비상훈련)"이었다. 전 대표와 미국 시절부터 함께 일했던 시니어 매니저 등 미국 및 캐나다 교포출신 인력 5명이 들어오면서 회의 대부분이 영어로 진행되고 있었다.
전 대표는 "처음엔 화장실에 가려고 하면 직원들이 전부 일어섰다"며 "저녁 7시 넘게 회사에 남아있었을 때는 모든 직원이 퇴근을 안하고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가 매일 아침 6시 30분 출근해서 장이 끝날 때까지 데스크에서 움직이지 않으니 직원들 역시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장이 끝나는대로 고객 미팅을 위해 전국 각지를 돌았다. 지금까지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일주를 세 번 했다. 당일 저녁에 갔다가 복귀하는 강행군이었다. 자산운용사 대표가 직접 판매사 및 고객 미팅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그는 내년부터 모든 매니저들이 전국투어를 한번씩 하도록 권할 생각이다.
전 대표 중심의 펀드가 나오면서 판매사 요구대로 끌려가던 상품마케팅부서에서도 더이상 트렌드를 따라가는 상품을 제안하지 못했다. 그 스스로 "대박 주식은 상품이 아니다. 왜냐하면 꾸준히 찾을 수 없으니까"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오히려 시중에 나와있는 상품을 보고 반문했다. "지난 8년간 2년마다 한번씩 코스피 주가가 30%이상 빠졌다. 이걸 막지 못하면 이제까지 벌어놓은 게 무의미해진다는 뜻이다. 유명 외국계 투자은행(IB) 관계자들도 한치 앞을 못보고 있다. 국내에서 더이상 상승장(롱 온리)에 베팅하는 상품의 수명은 끝났다고 보는 것이 옳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의 목표는 "사이클을 타지않는 꾸준한 리턴"이다. 많든 적든 계속 수익을 내겠다는 얘기인데 전 대표가 말하니까 왠지 헤지펀드 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수년간 헤지펀드 회사에서 일하면서 이런 성향이 저절로 몸에 밴 탓도 있어 보였다. 그는 "헤지펀드의 경우 매달 컨퍼런스콜 진행에 분기마다 투자자 모임, 매년 운용성과 프레젠테이션(PT)을 해 매니저가 투자자 이름을 모두 외울 정도로 고객반응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그가 하락장을 유난히 신경쓰는 것도 한번 깨지는 순간 모든 노력이 허무해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 대표의 펀드는 하락장을 방어하기 위한 장치로 주가지수 선물매도를 촘촘하게 걸어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모펀드에서 이렇게 디테일한 관리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마찬가지로 전 대표가 미국 주식시장을 꼼꼼히 보고 출근하는 것도, 해외투자시 현지통화 환율까지 방어하려는 것도 예상치 못한 변수를 미연에 통제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이렇게 몇년을 수익률로 증명해내는 것이 그의 과제이자 목표라고 했다.
◇이종통화 헤지로 현지 통화까지 환율방어…"해외투자 모범사례 보일 것"
뉴욕에서 비행기를 타고 올 때 그가 구상한 펀드는 5개 정도. 아시아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펀드, 전세계 20개 국가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역외 헤지펀드 등으로 이중 KDB아시아베스트하이브리드주식형 펀드가 나온 상태다.
대만, 중국, 인도, 한국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 언뜻보면 이미 나와있는 상품들과 진배없다. 하지만 자세히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관리를 하고 있다. 단순 원-달러 환헤지에서 나아가 달러-현지통화 환율까지 관리하는 점이다. 시중에 이종통화 헤지를 제대로 하는 운용사는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전 대표는 "2008년 이전에는 이머징 마켓의 환율이 동조현상을 보이며 화폐가치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이후부터 원화는 강세를 보이는 반면 나머지 통화는 가치가 하락해 해외주식 투자로 수익을 내고도 환율에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며 "마켓타이밍과 환율타이밍까지 함께 고려해주는 세련된 펀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장은 효과를 못 느껴도 환율변동성이 심해지면 언젠가는 펀드의 진가가 발휘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전 대표는 펀드 규모나 자산운용사 순위에 대해서는 장담하지 않았다. 화려한 수익률도 약속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운용철학인 '꾸준히 지속되는 수익률'만큼은 지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국 시장에서 크게 환영받기 어려워 보이는 '데이비드 스타일'을 통해 해외펀드 침체기에 공룡펀드로 발돋움할지 지켜볼 일이다.
◆데이비드 전 대표이사 주요 약력
△ Columbia University, 경제학 1989
△ Columbia University, MBA 1992
△ Bear Sterns(Managing Director) 1993~2000
△ TriStar Advisors (Principal, Portfolio Manager) 2000~2002
△ Discovery Capital Management (Principal, Portfolio Manager) 2002~2006
△ Atlas Capital Management LLC (Principal, Portfolio Manager) 2006~2010
△ WEISS Multi-strategy Advisers LLC (Portfolio Manager)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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