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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 메자닌 투자 비중 50% 넘어 엑시트 시장 막히자 안정적 수익위한 메자닌투자에 집중..중소기업 투자비중 높여야

이재영 기자공개 2013-01-10 14:33:58

이 기사는 2013년 01월 10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2년 벤처캐피탈 업계의 투자금이 2조 원을 넘어섰다. 벤처조합 투자도 1조 원 시대를 3년 째 이어갔다. 하지만 적극적인 투자 확대에도 불구하고 벤처캐피탈의 첫 번째 존재 이유인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직접투자는 줄어들어 질적인 측면에서 퇴보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 막혀버린 엑시트, 안정적 수익이 최우선

머니투데이 더벨이 집계한 2012년 벤처캐피탈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벤처조합의 투자내역 중 상장사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Mezzanine) 투자가 벤처조합 총투자 대비 50%을 상회했다.

벤처조합을 통해 총 665억 원의 투자를 집행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상장사인 이엠텍, JYP엔터테인먼트, 네패스신소재, ITX시큐리티 등의 BW와 CB에 투자, 총 투자액 대비 60%에 달하는 메자닌투자를 수행했다.

이러한 메자닌투자의 증가는 최근 얼어붙은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장과 직접 연결된다. 기업공개(IPO)가 큰폭으로 줄어들고 인수합병(M&A)을 통한 엑시트도 여의치 않자, 단기간 내 안정적 수익률이 가능한 메자닌투자에 집중한 것이다.

벤처조합들의 운용 규모가 커진 것도 메자닌투자 확대에 한 몫 했다. 조합 약정액이 커지면서 일정수준의 건당 투자를 유지해야 안정성 및 사후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자닌투자는 일정수준의 보장수익이 확보돼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성과보수 확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최종 수익이 적을 뿐 아니라 시장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 또한 현재의 메자닌투자는 IPO를 통해 자본시장에서 회수되는 것 보다는 기업이 상환하거나 재매입하는 형태가 대부분이라 피투자기업에게도 고비용의 부담을 안긴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모투자펀드(PEF)들 또한 안정적 수익을 위해 메자닌투자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벤처캐피탈들 마저 벤처조합을 통한 메자닌투자를 확대해 나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중소기업청에서 벤처캐피탈들에게 벤처기업 초기투자를 독려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다지 쉽지 않다"며 "유한책임투자자(LP)들이 안정적 수익을 선호하고 있고 투자심의위원회의 검토도 까다로워져 이러한 초기투자가 심사를 통과하기는 수월치 않다"고 토로했다.

◇자금 필요한 중소기업 투자 활성화 돼야

현재 논의되고 있는 PEF 규제완화가 시행된다면 벤처캐피탈들의 메자닌투자 확대는 더욱 설자리를 잃게 된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한 PEF들이 BW, CB 등의 메자닌투자는 물론, 부동산, 다양한 주식종류, 더 나아가 벤처캐피탈의 고유영역이었던 초기기업 투자까지 모든 자산에 대한 투자가 허용돼 투자형태가 다양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렇게 된다면 벤처캐피탈들은 지금과 같은 수익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PEF 업계 관계자는 "경쟁이 심화되면서 벤처캐피탈들이 자금 조달 필요성이 낮은 우량 기업에 찾아가 메자닌 투자를 권유하는 사례마저 생겨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자금조달이 시급한 기업들이 외면받고 안정적 수익을 쫓는 메자닌시장만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2012년 정부의 초기기업 육성 및 엔젤투자 활성화 정책으로 인해 초기기업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들이 생겨나고, 엔젤매칭펀드 등을 활용해 벤처캐피탈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고자 하는 벤처캐피탈들의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은 고무적이다.

클라우드펀드의 활성화도 벤처캐피탈 본연의 역량 강화에 긍정적 기여를 할 전망이다. 정부에서 지분투자형 클라우드펀드의 도입을 결정, 좀 더 다양한 자본투입의 활로가 열리게된 것이다. 새정부 출범 후 청년창업펀드, 모태펀드 신규출자 강화 등 벤처생태계 활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구상되고 있는 것도 벤처캐피탈들에게 좋은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러한 정책들이 소수 LP들을 위한 수익률 맞춰주기에서 벗어나, 창업 후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지나고 있는 초기기업들에게 장기적으로 충분한 자금을 투입하는 벤처캐피탈 본연의 모습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벤처캐피탈 업계 관계자는 "2012년은 엑시트 활로 부재, 리스크 최소화 등 여러 어려움들로 인해 벤처캐피탈들의 메자닌투자가 확대됐다"며 "하지만, 벤처기업 및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벤처캐피탈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견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도 벤처캐피탈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엑시트 다양화, 장기투자 확대 등을 지원해 벤처생태계 선순환 구조 완성에 일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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