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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공사 CP 폭증, 5조원 육박…미수금 후폭풍? 역대 최대, 하절기도 1조 이상…가격 전가력 약화, 현금창출 이상

황철 기자공개 2013-01-30 20:47:01

이 기사는 2013년 01월 30일 20: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가스공사의 기업어음 발행 잔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5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뛰어 넘는 역대 최대치이고 예년 겨울철에 보였던 수준의 두 배 이상에 달한다.

한국가스공사는 여름철에는 기업어음 잔액이 '0'에 가깝다가 에너지 수요가 집중되는 겨울철이 되면 급증하는 전형적인 계절성을 보여 왔다. 하지만 그 수준은 2조 원대를 통상적으로 유지해 왔다. 올해 5조 원에 이르는 기업어음 발행을 계절적인 이유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대목이다.

가스공사는 여름철 기업어음 잔액도 지난해 부터 1조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기업어음을 발행하는 시점도 영업 자금수요가 거의 없던 7월부터 시작되고 있어 사실상 연중 내내 자금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큰 원인은 2008년 이후 원료비연동제 유보와 가스비 공급가격 인상 제한으로 현금흐름에 장애가 발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수금 유동화 실패로 자금조달 계획 역시 차질을 빚고 있어 기업어음 잔액은 당분간 더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 잔액 역대 최고, 조달 패턴도 변화

현재(1월30일) 한국가스공사 기업어음 잔액은 4조9350억 원에 이르렀다. 모두 3개월 이하 물량으로 절반 가량은 60일 이하로 만기가 짧다. 현재 가스공사 CP는 만기에 따라 다소 편차는 있지만 대략 2.7%~2.8% 수준에서 발행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저금리도 매력적이지만 잔량 조절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어 금융비용 절감 효과가 높다. 이 때문에 한국가스공사는 과거부터 국내 어느 기업보다 왕성하게 CP를 발행해 왔다. 현재 국내 기업어음 발행사 중 가장 큰 규모의 미상환 잔량을 보유하고 있다.

의미심장한 점은 조달 패턴에 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기업어음은 예년보다 2개월 가량 빠른 지난해 7월부터 폭증하기 시작했다. 그동안에는 동절기 개시 시점인 9월에나 시동이 걸려 이듬해 1월말~2월초 정점을 찍어 왔다.

2011년만해도 1월말 1조9350억 원으로 연간 고점에 이른 이후 감소해 3월말 1800억 원으로 급감하고 4월부터 8월까지 잔액이 전혀 없었다. 이후 9월 6200억 원 어치가 발행됐고 지난해 1월말 4조1000억 원에 이르렀다. 이 역시 연간 고점인 2조~2.5조 원의 1.5배~2배에 이르는 수치였다. 당시 이미 자금수요 대비 현금창출력이 평년과 달리 급격히 둔화했다는 뜻.

가스공사

과거였다면 대부분의 잔액을 껐을 지난해 3월말에도 3조9400억 원을 유지했고 4월 역시 3조950억 원에 달했다. 5월말 하절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하자 잔액이 줄긴했지만 여전히 1조350억 원의 잔량이 남아 있었다.

순상환 기조도 잠시 여름철인 6월말 1조1200억 원, 7월말 1조6800억 원, 8월말 2조9920억 원으로 잔액이 급증했다. 동절기에 접어들자 순발행량이 더욱 늘어나 10월말 3조6450억 원, 11월말 4조7500억 원에 이르렀다. 12월 연간 결산 효과로 3조4500억 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올해 1월 다시 1조5000억 원 가까이 순발행하며 5조에 육박하는 잔량을 보유하게 됐다.

◇ 원료비연동제 유보, 실질 현금흐름 약화

이같은 추세적 변화는 계절적 요인에 가격 전가력 약화로 인한 현금이 제대로 유입되지 않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원재료인 LNG 도입단가 상승에 비해 공급가액을 적절히 높이지 못한 결과다.

MB 정권 등장 후 물가인상 등을 이유로 원료비연동비제와 판매물량정산제가 상당기간 유보됐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때 발생한 차액을 미수금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현금흐름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원료비연동제를 다시 시행한 2009년 9월 이후에도 적절한 공급가 인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이와 관련한 미수금은 지난해 말 무려 5조4000억 원(전체 6조원 이상)에 이르러 2007년말 809억 원과 비교할 수 없이 늘었다. 관련 미수금은 원료비연동제 유보 시점인 2008년 3조4549억 원, 2009년 4조 6425억 원, 2010년 4조2080억 원, 2011년 4조4000억 원 등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결국 대규모 미수금 발생은 재무제표에 드러난 것보다 달리 실제 영업을 통한 창출현금을 줄였다. 자금 과부족을 시시때때로 단기차입으로 메우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CP 잔액을 나타내게 한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 미수금을 자산으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은 회계적 문제일 뿐 정작 중요한 것은 회수 가능성"이라며 "미수금을 실제로 받을 수 없다면 사실상 매출액이 드러난 것보다 적다는 뜻이고 이는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원료비와 연동한 적절한 공급가액이 책정되지 않을 경우 재무적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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