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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표류 6년째‥회사도 직원도 '피멍' 재무구조 나빠지고 기업가치 떨어져‥ 매각 쉽지 않아

박시진 기자/ 정호창 기자공개 2013-02-07 08:48:40

[편집자주]

쌍용건설이 최악의 겨울을 보내고 있다. 매각 작업이 수년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지연되면서 부도·증시퇴출·워크아웃·법정관리 등 여러 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매각 작업이 불발되면 위기를 넘어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될 수도 있다. 벼랑 끝에 선 쌍용건설의 과거와 현재, 향후 전망 등을 정리해본다.

이 기사는 2013년 02월 07일 08: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쌍용건설 매각에 나선 지도 벌써 6년째다. 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이하 캠코)는 2007년 말부터 매각을 다섯 차례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 때마다 매각 방식과 조건을 변경해 진행했다. 현재는 구주 인수없이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발행만으로 인수자를 찾고 있으나 이 또한 성사를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쌍용건설이 유동성 위기 상태에 있어 경영 정상화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지난 1998년 11월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7704억 원의 적자를 내고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해였다. 캠코는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2002년 10월 쌍용건설의 최대주주가 됐다. 그로부터 딱 2년 뒤인 2004년 10월, 쌍용건설은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쌍용건설 지분 38.75%를 보유한 캠코는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2007년 11월 매각 작업을 시작했다.

◇ '구주 매각' → '구주+신주' → '신주 발행' 순으로 매각방식 변화

쌍용건설 매각일지
↑ 매각 진행 상황
쌍용건설이 M&A시장에 처음 매물로 등장했을 때 M&A 전문가들은 예상 매각가를 5000억 원 내외로 평가했다. 1차 매각에서 동국제강은 주당 3만1000원의 가격을 써 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매각 지분 50.07%를 4620억 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시한 것인데, 쌍용건설의 기업가치를 9200억 원 수준으로 평가한 셈이다.

하지만 1차 매각은 동국제강의 포기로 결국 무산됐다. 고가 인수논란이 불거져 동국제강이 내부 의사결정과 인수자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은 탓이다.

이 딜이 무산된 뒤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왔고, 건설경기가 악화돼 캠코는 매각을 재개할 수 없었다. 인수자를 찾기 힘들 뿐 아니라 매각가격이 떨어져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란 캠코의 명분을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의 법적 운용시한을 일년 여 앞둔 2011년 12월, 캠코는 쌍용건설 매각을 재개했다. 1차 매각과 마찬가지로 구주를 파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실패했다. 인수후보들이 쌍용건설 우리사주조합의 우선매수청구권에 부담을 느낀 탓이었다. 우리사주조합은 14.12%의 지분을 가졌지만, 24.72%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갖고 있어 지분율을 38.84%까지 높여 최대주주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캠코는 이런 사정을 감안해 2012년 3월 추진한 3차 매각 때는 우리사주조합에 우선매수청구권 포기 동의서를 요구했다. 매각 방식도 '구주+신주'로 변경했다. 인수자의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주기 위해서였다. M+W그룹, 퀀텍, 시온 등 3곳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시온과 퀀텍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딜은 또 무산됐다. 쌍용건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에 대한 우려 때문이란 것이 당시 캠코의 설명이다.

같은 해 5월 치뤄진 예비입찰에는 M+W그룹, 소시어스, 신구건설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고, 신구건설은 서류심사에서 탈락해 M+W그룹과 소시어스만 숏리스트에 선정됐다. 하지만 두 곳 모두 본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역시 쌍용건설의 우발채무를 이유로 들었다. 당시 M+W그룹은 구주를 0원에 넘겨받는 대신 유상증자를 추진하겠다고 제안 했으나 캠코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외부에 공개되진 않았지만 당시 시행사인 디자이너스클럽도 비밀리에 인수 여부를 타진했었다.

캠코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 방법을 바꿔 인수자를 찾았다. 국가계약법상 공개입찰이 두 차례 무산되면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이 가능하다. 지난 해 6월부터 이랜드와 캠코는 수의계약 협상을 진행했으나 가격 조건, 실사기간 연장 등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또 딜이 무산됐다.

현재 쌍용건설은 외부자금을 유치하는 형태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새 주인을 찾고 있다.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VVL과 말레이지아 국적의 전략적 투자자 등 두 곳과 협상 중이다. 말레이지아 기업은 유럽계 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역시도 쉽지 않아 보인다. VVL의 경우 제출한 투자 관련 서류가 부실할 뿐 아니라 투자 진의까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이다.

◇ 장기간 매각 표류로 무너진 쌍용건설

6년간 매각 작업이 지지부진한 탓에 가장 피해를 입은 건 쌍용건설이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며 영업활동이 위축되고 현금창출력이 떨어졌는데 다른 건설사들처럼 대주주의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8년 동국제강이 3만1000원으로 평가했던 쌍용건설의 주가는 최근 3500원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9200억 원으로 평가되던 몸값이 현재 증시에선 9분의 1 수준인 1000억 원 정도로 평가되고 있는 셈이다.

재무구조는 몸값 하락보다 더 나빠졌다. 2007년 말 자본 4008억 원에 부채 7626억 원을 보유해 190.3%를 기록했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011.3%로 치솟았다. 자본이 2700억 원 이상 줄었는데, 부채는 되레 5300억 원 이상 늘었다. 회사의 곳간은 비고 빚만 늘어난 셈이다. 게다가 14% 가량 자본까지 잠식됐다. 우이동 사업장, 동자동 오피스 등 우발채무로 인해 지난해 3분기까지만 1500억 원 가까운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쌍용건설 요약 재무제표
↑출처; 금융감독원

신용등급도 하락해 해외 수주와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0월 말 신용평가사들은 쌍용건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인 'BB+'로 3단계 내렸다. 기업어음(CP) 등급도 'A3+'에서 'B+'로 하향 조정했다. 우이동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 탓이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며 자금줄이 막히자 쌍용건설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계속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채권단과 캠코가 2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해 유동성 문제 해결을 꾀했지만 그 때 뿐이었다. 쌍용건설 임직원들이 자발적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캠코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는 본연의 임무보다 쌍용건설 생존에 더 신경을 써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당장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수혈이 이뤄지지 않으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캠코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22일 법적 운용시한을 마친 부실채권정리기금은 오는 22일 청산을 앞두고 있다. 청산일이 지나면 캠코가 보유한 쌍용건설 지분은 정부에 현물로 반환된다. 현재로선 캠코로 다시 재위탁될 가능성이 높다. 캠코가 쌍용건설 해법을 계속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M&A 업계 관계자는 "매각 과정에서 쌍용건설 인수를 희망했던 후보들이 제시한 조건들이 받아들여져 새 주인이 결정됐다면 쌍용건설이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 6년의 매각 과정에서 캠코가 보여준 모습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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