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2월 08일 15: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천터미널 사수를 위한 신세계의 법적인 대응이 분주해지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 31일 매매계약의 이행을 금지시켜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데 이어, 8일 인천터미널 부동산 처분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신세계가 법적 대응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인천시와 롯데간의 매매계약의 완료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인천터미널 매매계약의 전면에 나선 롯데인천개발이 호텔롯데로부터 3700억 원을 대여받는 등 최근 자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총 7200억 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계약 체결 당시 60일 이내 납부키로 약속한 실제 납부대금 7035억 원을 상회하는 규모다. 롯데가 마감 시일보다 한참 앞서 대금 완납을 강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앞서 신세계는 '매매계약 이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해둔 상황이지만 잔금을 완납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하지 말 것을 명하는 '부작위'에 해당하는 이행금지 가처분의 경우 강제 집행의 방법은 '고지' 뿐이다. 법원이 '하지말라'고 채무자에게 알리는 것이 효력인데, 이미 완료된 계약에 대해서는 사실상 제재하기가 어렵다.

또한 매매계약이 완료가 되는 시점에서 소유권이 롯데측에 넘어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계약을 강제로 원상복귀 시키기까지도 복잡한 절차가 뒤따른다.

법조계 관계자는 "매매계약이 완료되어 소유권이 변경되면 쟁점이 달라진다"며 "그렇게 되면 소유권 이전이 무효라는 사실을 증명하거나 손해배상 등을 청구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무효 주장을 입증하거나 손해배상의 근거를 잡는 것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신세계는 이같은 상황을 우려해 매매목적물인 터미널의 처분을 금지해 줄 것을 요청했다. 설령 소유권이 이전된다고 해도 향후 본안 소송을 통해서 권리를 인정받으면 가처분 인용 이후 설정된 등기는 모두 무효화되기 때문이다.

쉽게 설명해 신세계의 부동산 처분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다면 터미널 매각 과정에서 인천시(매도인)가 매수인(롯데)에게 등기를 이전한다고 해도 신세계는 본안 소송을 통해 '이전등기청구권'을 제기할 수 있다. 만약 이것이 받아들여진다면 가처분 인용결정 이후 행해진 소유권 이전은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가처분 이후 등기된 소유권은 말소된다"며 "이는 매각 행위 자체가 당장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 해당 매각 절차에서 보전받지 못한 권리가 있음을 입증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신세계가 지난해 처음 제기했던 부동산 처분 금지 가처분은 기각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신세계 측이 보전하고자 하는 권리의 존재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이번 가처분 신청의 결과를 예단하긴 어렵다. 당시 신세계는 '임차인'의 권리를 보전받기 위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매각 절차 참여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앞서 인용됐던 2차 가처분에서 임차인으로서의 기대권과 사전협의권 등이 인정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매각 절차에 참여한 주체로서 적절한 절차에 의해 진행 될 것이라는 기대권 등이 보장되지 못했다 점에서 이전 가처분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계쟁물(다툼의 대상이 되는 목적물)관한 가처분 신청에 해당하는 '부동산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은 심리 없이 2~3일 간에 결론이 나기도 한다. 그러나 사안에 따라서 심문의 여지도 있다. 또한 매매계약 이행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 기일이 오는 14일로 로 예정되어 있어 두 건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