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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 명분 쌓기의 상흔

신수아 기자공개 2013-02-21 17:27:43

이 기사는 2013년 02월 21일 17: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유통가는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전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대형마트는 의무 휴업을 시작했고, 프랜차이즈 업계는 사업 확대 제한을 권고 받았다. 해가 바뀌자 대형마트의 카드 무이자 할부 사용이 중단됐다.

주어의 위치를 바꿔놓고 보니 제각각 그럴싸한 '명분'은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형마트는 문을 닫았고,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프랜차이즈 업계는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중소가맹점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줄여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아래 대형마트에선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를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유통가 행보는 유난히 언론의 집중 포화를 맞는다. 생활 밀착형이기 때문에 일거수일투족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일까. 피차를 납득시킬만한 '명분'을 찾는데 분주하다. 일단 상생과 서민이라는 명분이 서면 여론에 밀려 속전속결된다. 한 편의 소설로 놓고 보자면 '기승전(起承轉)'까지 대명제를 앞세워 부지런히 달리다보니 정작 '결(結)'에 대한 고민이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장에 마트 휴업을 두고 일각에선 볼멘소리가 나온다. 재래시장 매출 상승효과와 소비자들의 불편이라는 기회비용 중 어느쪽이 클지 쉽게 가늠할 수 없다. 대기업과 골목상권이라는 이분법에 가맹점주는 무늬만 대기업이 됐다.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해야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강제 진출을 두고 일자리 소실이라는 말도 들린다. 정작 일시불 결제에 부담을 느끼는 월급쟁이들은 무이자 혜택에서 제외됐고 카드사 VIP들만 할부 혜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도리어 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생을 꾀한다며 불합리한 불이익을 낳았다. 서민에 대한 편협한 정의 때문이다. 재래시장 상인, 동네빵집 주인, 소규모 점포 주인만 서민으로 규정한 셈이다. 얄팍한 지갑에 제시간에 장볼 시간도 없이 늦게까지 일하는 맞벌이 샐러리맨 부부도 서민이다. 연금을 탈탈 털어 가맹점을 차린 사장도 서민이다.

최근 일련의 규제는 우등생 점수를 깎아 평균을 맞추겠다는 심산으로 보인다. 부진한 학생을 독려하고 지원해 평균을 올리는 방법은 뒷전이다. 물론 대기업이나 대형업체의 불공정행위는 엄단해야한다. 그러나 최근 조치들은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감이 없지 않다. 끊이지 않는 잡음이 이를 방증한다.

학창시절 우등생은 성적이 떨어진 친구에게 모르는 문제를 설명해주며 지식을 나눴다. 자만에 빠진 이기적인 1등은 공동생활에서 낄 수 있는 자리가 없었다. 담임선생님은 부진한 학생들을 위해 보충 수업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는 화합속에서 반평균을 높여 모두 만족할 만한 성적을 얻기 위해서였다.

상향 평준화를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1등을 쳐내기만 한다고 평균이 올라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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