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미콘사업부 매각 '시멘트가격 인상' 변수되나 레미콘 판매가 동반 인상 불가피‥ 수익성·인수매력 인상폭에 달려
정호창 기자공개 2013-03-18 18:10:47
이 기사는 2013년 03월 18일 1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레미콘 원재료인 시멘트 가격 상승이 동양그룹이 추진 중인 레미콘 사업부 매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업계는 시멘트 가격 인상과 그에 따른 레미콘 판매가 인상폭에 따라 관련 사업의 수익성은 물론 M&A 매물 가치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18일 인수합병(M&A)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양회와 동양시멘트, 성신양회, 한일시멘트, 현대시멘트, 라파즈한라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국내 시멘트 업체들은 지난 1월 말 거래관계에 있는 레미콘 업체들에게 가격 인상을 통보한 후 최근 인상된 가격을 적용한 세금계산서를 송부했다. 레미콘 및 건설업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시멘트 가격 인상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국내 시멘트 시장은 이들 7개사가 9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는 과점시장이다. 이들은 업체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존에 비해 평균 9% 정도 시멘트 가격을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레미콘은 물론 건설업체도 경기침체를 이유로 가격 인상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협상에 진통이 예상되나, 시멘트 업체들의 사정도 좋지 않다는 점과 과점시장의 특성 등을 감안하면 결국 가격 인상이 관철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년간의 동향을 볼 때 인상 폭은 당초 계획보다 낮은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레미콘 제조원가에서 시멘트 매입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내외다.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시멘트 가격이 올라가면 레미콘 판매가격의 동반 인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레미콘 업체의 경우 건설업체와 시멘트 업체 사이에 끼여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레미콘 업체 상당수가 중소기업이라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대기업 시멘트사들에게 밀리고, 건설업체에게는 공급자로서 '을'의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다. 유진그룹이나 삼표, 아주 등 몇몇 중대형 레미콘 업체들만이 그나마 대등한 교섭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과거에는 원가 인상분 전부를 제품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해 레미콘 업체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시멘트 가격 인상은 동양그룹 레미콘사업부 매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추세가 과거와 달라 쉽게 단정지을 순 없다. 2011년까지는 시멘트 대비 레미콘의 판매단가 인상폭이 크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는 크게 달라졌다. 레미콘 업체들이 연대해 조업까지 중단하며 제대로 된 가격인상을 이뤄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멘트 가격이 9% 오른데 비해 레미콘 판매가는 10% 가량 상승했다. 시멘트 매입비가 원가의 35% 정도를 차지하므로 시멘트 가격이 9% 오르면 레미콘 제조원가는 3% 남짓 증가하지만, 판매가는 그보다 훨씬 높게 인상된 것이다. 물론 모래와 골재 등 다른 원재료의 가격 상승분도 반영된 것이라 단순비교하기엔 무리가 따르지만, 지난해 가격 인상이 레미콘 업체들의 수익성 개선에 큰 보탬이 될 수준으로 결정된 것은 분명하다.
동양의 경우도 레미콘사업부가 포함된 건재부문의 실적이 2011년에 비해 지난해 크게 개선됐다. 2011년 28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7.9%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9월 말 누계기준 398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2011년 연간 실적을 뛰어 넘었다. 영업이익률도 13.7%를 기록해 전년의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시멘트 가격이 오르면 레미콘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난해부터는 시멘트 가격 인상을 근거로 레미콘 업체들도 판매가 현실화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대형 레미콘사들의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시멘트 가격 인상이 통보되기 전에 레미콘 업계 내부에서 이미 5% 정도의 판매가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었다"며 "시멘트 가격 인상이 확정될 경우 그만큼을 더 얹어 레미콘 판매가격을 올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업계의 예상처럼 올해도 시멘트에 이어 레미콘 판매가격이 적정 수준으로 인상될 경우 동양을 비롯한 레미콘 업체들의 수익성은 지난해보다 더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M&A 매물로 나온 동양 레미콘사업부의 인수 매력도는 당연히 올라가게 된다. 다만 인상폭이 확정될 때까지 매각 작업은 계속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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