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4월 25일 15: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산은캐피탈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 배경에 대해 시장이 설왕설래 하고 있다. 이번 소송이 산은캐피탈의 투자 실패 책임을 묻기 위한 표면적 이유가 있긴 하지만, 기금운용본부가 아닌 공단본부가 이 소송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시장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무엇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소송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내세운 선관주의 의무 위반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선관주의 의무는 사모투자펀드의 정관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조항이지만 포괄적이고 기초적인 개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선관주의 의무는 LP의 돈으로 투자를 담당하는 GP(무한책임 업무집행 사원)가 피투자 대상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 결국 투자 구조나 방식에 따라 디테일하게 들어가는 조항이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단순히 선관주의 의무 위반만으로 소송을 제기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산은캐피탈을 제소하더라도 특정 사안에 대해 명백한 과실이 입증되지 않는 한 모호한 개념의 선관주의 의무 위반만을 가지고 소송에서 이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소송이 진행돼 내려질 결론도 논란거리다. 만약 국민연금이 이번 소송에서 패한다면 일개 GP를 상대로 한 싸움에서 졌다는 오명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승리하더라도 뒤끝이 깔끔하지는 않다. 국민연금을 LP로 한 투자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송사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GP가 국민연금에서 투자 받기를 꺼릴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공단 본사의 이번 소송 주도의 이면에 기금 운용본부 독립 문제가 내재해 있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기금운용본부가 완전 분리되는 것을 반대하는 공단 본부에서 내부 감사를 통해 불거진 산은캐피탈의 삼보컴퓨터 투자 문제를 부각시켜 기금운용본부 분리의 당위성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기금운용본부는 IMF 시절이었던 지난 1999년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 강화를 위해 개편돼 공단 본부와 분리됐다. 하지만 현재 운용 주체를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시키는 법안이 국회에서 다시 추진되고 있다.
특히 중기 자산배분과 연간 기금운용 계획, 위탁운용 계획, 환헤지 목표 비율 등의 큰 밑그림을 그리는 기금운용위원회의 경우 위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위원회의 구성원 자체가 축소 개편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소송 추진은 자본시장의 역학 구도상 기금운용본부를 잃고 싶지 않은 공단 본부가 분리 독립의 명분을 흐리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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