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술, '뼈아픈' 본계정 투자 본계정 투자 26개 기업중 18개 기업 사라져…남아있는 클립컴도 불안
이윤재 기자공개 2013-04-25 16:51:34
이 기사는 2013년 04월 25일 16: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기술투자(이하 현대기술)가 경영악난에 빠진 배경은 본계정 투자를 통한 손실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현대기술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본계정을 통해 매도가능증권을 보유한 기업들을 8개로 밝혔다. 2011년 26개 기업에서 3분의 2 이상이 줄어든 것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51억 원이 증발해버렸다.벤처캐피탈 업계에서는 이종성 전 대표 등 경영진이 교체된 것도 실적 악화에 따른 책임을 물은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기술은 잇따른 본계정 투자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벤처조합을 통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태양광 잉곳 업체인 글로실에 투자했지만 회생절차가 개시되면서 투자원금 회수도 불투명해졌다.
◇ 본계정으로 26개 기업 투자…청산 등으로 8개만 남아
현대기술은 본계정을 통해 26개 기업에 투자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평균 4% 수준의 지분을 취득하는 소소한 형태였지만 다수의 기업이 손해를 입었고 손실금은 눈덩이처럼 커졌다.
자본금 5억 원을 들여 지분 5.56%를 확보했던 에임텍은 2011년 해산절차를 거쳤다. 마찬가지로 5억 원을 투자했던 엔리토와 아이스카이컴도 2010년에 각각 청산과 해산절차를 밟았다.
이오넥스(5억 원, 1.13%), 파이크(2억 원, 4.37%), 오세오닷컴(4억 원, 8.56%)도 모두 청산절차를 마쳤다.
남아있는 현대기술의 매도가능증권보유 기업은 8개다. 나머지 18개 기업에 대한 투자금액(취득원가 기준)은 51억 원에 달한다. 각기 투자시점이 다른 만큼 시간가치를 고려하면 금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에 속해있는 현대기술의 자본금은 300억 원으로, 이중 6분의 1이 허공으로 날아간 셈이다.
◇ 남아있는 본계정 투자기업도 '불확실'
현대기술이 본계정으로 투자한 기업중 현재 살아있는 회사의 앞날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주식 18만 주(6.85%)를 보유하고 있는 클립컴이 대표적인 사례다. 클립컴의 2012년 사업보고서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전까지 재무제표를 보면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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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컴은 2009년 매출액 200억 원 돌파와 영업이익 25억 원을 기록하는 등 전성기를 맞이했다. 반등하는 듯 했던 클립컴은 2010년과 2011년 2년 연속 부침을 겪었다. 매출액은 소폭하락에 그쳤지만 매출대비 영업이익률과 재고자산회전율이 급락했다.
클립컴은 매출대비 영업이익률이 2010년과 2011년 각각 6.32%, 0.17%를 기록했다. 적자전환을 한 것은 아니지만 매출액의 감소폭보다 매출대비 영업이익률의 하락폭이 가파르다는 점은 불안을 가중시킨다.
재고자산회전율의 감소도 뚜렷하다. 2010년과 2011년 각각 8.49회와 7.64회를 기록했다. 제조업의 평균 재고자산회전율인 10.99회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클립컴은 사업다각화를 하지 않는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며 "해당 분야에 경쟁업체도 많고 수익성도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클립컴에는 현대기술 외에도 소프트뱅크벤처스, 네오플럭스, LB인베스트먼트가 투자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기술이 투자한 바이오업체인 아미코젠(5만주, 1.49%)은 기술성평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아미코젠은 지난해 매출액 163억 원, 영업이익 58억 원으로 2011년 73억, 3억 원에 비해 큰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바이오기업들의 기술성평가 통과율이 높지 않아 섣부른 판단은 힘들다. 연초 기술성평가에 도전한 바이오리더스는 통과했지만 노바셀테크놀로지는 기대와 달리 기술성평가 문턱에서 좌절했다. 만에 하나 아미코젠이 기술성평가를 넘지 못하면 현대기술로은 또 한번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벤처조합으로 투자한 '글로실', 기업회생절차 돌입
현대기술투자는 본계정 투자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공격적인 펀드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 역시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기술은 2004년 결성한 '현대기술투자IT투자조합3호'가 사파이어테크놀로지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올렸고 이를 2011년에 청산했다. 덕분에 성과보수 30억 원, 조합출자금처분이익 45억 원이라는 짭짤한 이익을 거둬들였다.
'잉곳'에 꽂힌 현대기술은 'KoFC-현대기술투자 Pioneer Champ 2010-11호 투자조합'을 결성한지 2개월만에 과감히 태양광 잉곳 업체인 글로실에 4억 원을 투자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태양광 업체가 미끄러지면서 글로실은 지난해 12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현대기술은 특별한 전략 없이 다른 투자자들을 뒤따라 투자했다는 오명만 얻었다.
현대기술은 글로실 투자금 회수는 커녕 투자원금을 보전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과거 IMF시절 은행들이 무너진 회사의 부실채권을 떠 안았다가 다시 되파는데 8년 이상 걸리는 것이 다반사였다"며 "시간을 특정할 수 없지만 글로실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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