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5월 09일 09: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PC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파리크라상에 대한 오너 3세의 지분율이 30%를 넘었다. 지난해말 계열사 지분과의 맞교환 덕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젊어 아직 후계승계를 논할 시기는 아니다. 하지만 거래 과정을 보면 10여년 이후의 SPC그룹 지배구조를 이제 조금씩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인상이 짙다. 사실상 준비단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넥센그룹이 비슷한 전철을 밟은 적이 있다.

9일 파리크라상에 따르면 허진수 SPC그룹 전략기획부문장(상무)과 허희수 SPC그룹 미래사업부문장(상무)의 파리크라상 지분율 합이 지난해 10월 계열사 지분과의 맞교환 덕에 기존 21.4%에서 30.1%로 8.7%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아직 부친인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지분율(66.1%)과는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 지분율이면 인적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 등 추후 지배구조에 변화가 올 때 세금 부담없이 안정적으로 그룹 지배권을 가져갈 수 있는 지분율이어서 주목할 자본거래로 받아들여진다.

장남 허진수 상무와 차남 허희수 상무는 일찌감치 파리크라상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주주현황을 보면 20대였던 1999년에 이미 허진수 상무는 14.63%의 파리크라상 지분을, 허희수 상무는 4.69%의 파리크라상 지분을 갖고 있었다. 당시만해도 파리크라상의 매출이 1000억원을 갓 넘긴 때여서 주목거리가 아니었다. 이 지분율은 이후 허진수 상무의 지분율이 14.63%에서 16.7%로 소폭 늘어나는 변화를 거치긴 했으나 10여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러다 작년 10월 허진수 상무와 허희수 상무는 476억원 규모의 파리크라상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는 거의 10여년만의 변화다. 과거와 달리 SPC그룹은 2조원에 가까운 연결매출을 보이고 있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해 이런 지분거래의 의미는 남다르다.

허진수 상무와 허희수 상무는 현금 납입 방식의 유증이 아닌 주식교환 방식의 유증에 참여했다. 허진수 상무와 허희수 상무는 보유하고 있던 에스피엘(SPL) 및 에스피씨(SPC) 주식을 파리크라상에 넘기고 대신 파리크라상 주식 9만7891주(주당 48만6113원)를 현물로 받았다. 이 결과 허진수 상무 지분율은 19.1%로 높아졌고, 허희수 상무 지분율은 11%로 높아졌다.


허영인 회장과 부인 이미향씨도 SPL 및 SPC 지분을 갖고 있었으나 현금을 대가로 받았지 파리크라상 주식을 대가로 받지 않았다. 부친과 모친이 파리크라상 지분을 취득하지 않자 허진수 상무와 허희수 상무의 파리크라상 지분율이 높아졌고 결과적으로 이는 먼 미래의 후계승계의 물밑작업으로도 봐도 무방하다는 해석이다.

넥센그룹의 후계승계 작업도 비슷했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은 일찌감치 아들인 강호찬 사장에게 넥센타이어와 ㈜넥센 주식을 갖게 했다. 2010년말까지 강호찬 사장은 그룹 지주회사격인 ㈜넥센의 지분 12.62%를, 넥센타이어 지분 10.78%를 보유했다. 그러다 작년초 넥센그룹은 지주회사로 전환했고 강 사장은 넥센타이어 지분과 넥센 지분을 스와프(Swap) 해 지주회사 넥센 지분율을 50.51%로 끌어올렸다. 그룹 지배권은 이 한건의 거래로 강 사장에게로 넘어갔다.

자녀가 아직 어릴때부터 지분을 조금씩 증여하거나 취득하게 했다가 결정적 기회가 오면 지주회사로 전환해 그룹 지주회사의 경영권을 대거 자녀에게 물려주는 이와 같은 방식은 현재 합법적으로 후계승계를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SPC그룹 역시 넥센그룹과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측면에서 이번 거래는 주목된다. 물론 SPC그룹 관계자의 말처럼 아직 후계구도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 허 회장은 60대로 젊은 CEO(최고경영자)에 속한다. 넥센그룹의 강 회장과는 10년 터울이다.

하지만 만일 파리크라상이 미래 어느 시점에 ㈜넥센처럼 인적분할과 주식 스와프를 통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면 똑같은 방식으로 후계 승계가 이루어질 수 있어 간과할 거래는 아니다. 파리크라상을 투자사업부문과 제빵사업부문 두개 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허진수 상무와 허희수 상무만 주식 스와프에 나서고 이들의 지주회사 지분율은 정확하지는 않지만 타사례로 볼 때 거의 60% 가까이로 높아질 수 있다. 또 현물출자 과세 이연 특례에 따라 이들은 세금을 거의 한푼도 내지않고 그룹 지배권을 물려받을 수 있다.

SPC그룹 관계자는 "대주주의 거래를 세세하게 알 수는 없다"며 "전체 그룹 지배구조가 효율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는 데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