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딘 도입, 유언 금기 풍토와 일괄 과세 탓 고령사회 진입 후 가입자 증가 예상…원본취득 못해도 상속세 부과되는 것 문제
윤동희 기자공개 2013-05-13 11:53:33
이 기사는 2013년 05월 13일 11: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탁을 통한 상속이 유언장보다 간편하고 장기간 관리가 가능하며 번잡한 부동산 관리까지 해준다면, 신탁 상속은 만능이다. 하지만 왜 아직 국내 금융기관들은 아직 적극적으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지 못할까.◇ 고령사회 진입 전단계, 유언 금기시…위탁자 사망시 자동과세도 한계
국내에서 신탁 상속 서비스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유언' 자체를 금기시하는 사회적 인식 때문이다. 재산 분배를 미리 준비할 경우 이해 관계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 탓에 언급조차 꺼리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수요가 생길 때까지 서비스 도입을 미루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아직 한국사회가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지 않아 유언장 작성에 대한 필요도가 낮다고 느끼는 편"이라며 "일본 사회도 과거 한국과 비슷한 풍토를 보이다 고령 사회로 진입한 후 상속 분쟁 문제가 공공연한 사회 문제로 지적되면서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일본은 1980년까지는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유언장 작성율이 매우 낮았는데, 1994년 전체 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14%가 65세 이상 일때)로 진입한 직후인 1995년 유언 집행서비스가 63.5%에서 2009년 89%로 늘어났다. 유언장 작성 없이 유산 정리를 은행에 수탁하는 경우는 일본 신탁협회에서 연간 1000~2000건 씩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12.8%로 2015년이면 14.1%를 기록, 고령사회로 진입한다. 세대간 자산이전으로 인한 분쟁 문제가 본격적으로 발생하기 시작하면 상속 플랜 마련의 필요성이 높아질 거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아직 사회적 인식이 따라오지 못하는 문제도 있지만 제도적으로 미비된 점도 신탁 상속이 빠르게 도입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일례로 나이가 어린 자녀를 둔 위탁자가 사망 후 은행에서 재산을 관리하다 자녀가 자산 관리 능력이 생기는 10년 후에 재산을 물려주고 싶다고 설정했다. 상속인인 자녀가 자산을 수령하는 시점은 위탁자 사망 10년 후지만 상속세는 사망 직후 부여된다. 전문 용어로 자녀가 '원본'을 취득하지 못했어도 수익자로 지정되면 이 또한 상속재산으로 간주해 당장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신탁 상속 문화가 발달한 미국의 경우 자산을 양성화 했다는 이유에서 세금을 일부 공제해준다"며 "국내 세법상 아직 신탁에 대한 혜택이 없고 일부 불합리한 점도 있어 가입 유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 상속 설계 시 유류분 청구소송도 감안해야
신탁 상속은 고객의 의지대로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신탁 계약만으로 재산을 온전히 위탁자의 뜻대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민법에서 보장하는 유류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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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분은 법률 용어로, 상속을 받은 사람이 다른 상속인을 위해 법률상 남겨 두어야 하는 상속재산의 일부를 말한다. 법에서는 유류분 청구비율을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은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피상속인의 배우자는 그 법정상속분의 2분의 1 △피상속인의 직계존속은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 △피상속인의 형제자매는 그 법정상속분의 3분의 1로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면 두 아들을 둔 아버지가 큰 아들에만 100%의 재산을 물려줬을 경우 둘째 아들은 법정상속 분(50%)의 절반인 25%를 큰 아들에게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기는 셈이다. 신탁 계약뿐 아니라 유언장을 통해 집행된 내용이라도 유류분은 인정된다. 이러한 유류분 청구 소송은 신탁 상속의 도입을 늦추는 요인은 아니지만 자유로운 설계가 가능한 신탁을 통해서도 위탁자 의사를 완전히 반영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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