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배 회장의 잇단 증여, '조각주식' 물려주기 2006년 아모레퍼시픽 우선주 이어 이니스프리·에뛰드 주식까지
문병선 기자/ 김익환 기자공개 2013-05-24 11:25:29
이 기사는 2013년 05월 24일 11: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경배 회장의 주식 증여는 이번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2006년에도 장녀 서민정씨에게 당시 ㈜태평양의 우선주를 증여해 화제가 됐었다. 공통점이 있다면 모두가 다 '조각 주식'이라는 점이다. 서서히 자녀의 부를 늘려주는 전통적인 방식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 등 재벌의 증여의제가 이슈가 되는 요즘 흐름과는 반대라면 반대로 보일 수 있는 행보다.서 회장이 처음 주식을 증여한 건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간다. ㈜태평양을 두 개 회사(태평양, 아모레퍼시픽)로 인적분할한 뒤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현물출자 받아 ㈜태평양(現 아모레퍼시픽그룹)을 지주회사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그런데 지주사 전환 작업 도중에 뜻밖에도 서 회장은 당시 16세였던 장녀 서민정씨에게 인적분할된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를 깜짝 증여했다. 모두 20만1488주로 시가(주당 20만6000원) 환산시 415억원에 달하는 거액이었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주식 증여는 이 때가 처음이었다.
보통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는 기업의 오너는 지주회사의 지배력을 높이고자 애쓴다. 그래서 안정적인 지분율을 확보하기 전까지는 보유 지분을 팔거나 증여하지 않는다.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는 특히 거래를 삼가한다. 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회장이 지주회사 전환 과정의 도중에 딸에게 지분을 증여했던 까닭은 증여한 주식이 지배력과 연관이 없는 우선주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인적분할된 뒤의 아모레퍼시픽 우선주였기 때문에 지주회사(태평양) 지배력과 큰 연관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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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였던 당시 이 거래는 뒤늦게야 '후계 승계'의 정지작업이었음이 밝혀졌다. 서민정씨는 증여받은 우선주 중 증여세 물납 용도(8만8940주)를 뺀 나머지 대부분(11만여주)을 지주회사(아모레퍼시픽그룹)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지주회사의 신형우선주(24만1271주)를 받았다. 교환비율은 1 대 2.15였다. 그런데 알고보니 새로 받은 신형우선주는 구형우선주와 권리를 다르게 부여한 '전환우선주(10년후 보통주로 자동전환)'였다. 10년만 보유하면 보통주로 전환되고 최저 연 3%의 확정배당이 주어졌다.
현재 서민정씨가 보유하고 있는 전환우선주(아모레G2우B)는 주당 55만3000원을 호가한다. 부여받을 당시엔 주당 9만6000원이었다. 보유주식수(24만1271주)를 곱하면 시가 1334억원에 달한다.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현물출자 당시 특수관계자들만 이 우선주를 받아가 거래량은 거의 없다. 10년 후가 되는 2016년12월 보통주로 전환되는 점과 배당수익률 등을 감안해 현재 아모레퍼시픽그룹(아모레G) 보통주의 주가(주당 37만여원)보다 가치가 높게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서민정씨는 부친으로부터 415억원어치 아모레퍼시픽 우선주를 증여받아 이 중 8만8940주를 증여세(약 183억원)로 물납했고 현 시세가 1300억원대이니 대략 1000억원 어치 시세차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서 회장의 딸에 대한 조각 주식 증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말 서 회장은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지분을 또 다시 서민정씨에게 깜짝 증여했다. 두 회사는 화장품업계에서 유명한 브랜드다.
이니스프리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분 81.82%를, 서 회장이 나머지 지분 18.18%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 서 회장은 지분 18.18%를 서민정씨에게 증여했다. 에뛰드 역시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지분 80.48%를, 서 회장이 19.52%를 갖고 있었다. 서 회장은 본인 지분을 서민정씨에게 모두 증여했다.
사실 이 거래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올해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특수관계기업과 매출액이 30%가 넘을 경우 수혜법인의 3% 이상 지분을 보유한 오너에게 증여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그래서 다수의 기업이 후계승계용 일감몰아주기로 의심이 되는 기업과 특수관계기업간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거나 아니면 아예 회사를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 규정을 피해가려 애쓴다.
서 회장과 서민정씨간 지분 증여는 한편으로 보면 이런 사례와 정반대 행보다. 물론 감사보고서상으로는 이니스프리와 에뛰드의 내부거래액은 전체 매출액의 2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확한 내부거래액은 외부에서 알 수 없고 과세 당국의 기준으로 보면 적정 기준을 초과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리스크를 감안하고도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한 것은 후계 승계 목적 말고는 해석이 잘 안되는 대목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먼 미래에 있을 지주회사 지분 승계와 관련 미리 자녀의 부를 쌓아 놓으려는 행보로 보고 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는 지금도 적지 않은 규모이지만 추후 더욱 성장을 할 수 있고 서민정씨의 부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신형우선주 사례처럼 커 갈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 승계의 준비 작업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사내 교육 일정으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자회사의 이같은 지분변동 내역을 공시하지는 않았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이지만 공시 의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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