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6월 07일 08: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선주협회를 비롯해 국내 해운사 정보 및 홍보 라인에는 입단속이 내려졌다. STX팬오션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가능성을 두고서다. 입조심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갑의 손해는 을의 이익이 된다'는 속담처럼 반사이익이 예상되지만 이를 에둘러 감추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사실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경쟁업체에는 여러 기회가 올 수 있다. 한 해 4조~5조원 가량 되는 선박금융의 경쟁률이 낮아진다. 또 비록 '동병상련'의 국내 업체이지만 경쟁 관계에서만 보면 치킨게임에서 그만큼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STX팬오션이 운송계약을 맺고 있는 국내외 유수의 에너지기업들과 새로운 관계를 틀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수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무언의 협력 관계가 있어 이런 일에는 말을 아끼게 된다"며 "한 때 청산 이야기도 나왔는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지금의 해운업 수요·공급 상황도 어느 정도 정리가 돼 갈 것이라는 기대가 없지 않다"고 했다.
앞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대한해운의 경우 2010년 2조2000억원에 달했던 매출액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2011년말 7500억원대로 급감하더니 지난해말 5900억원대로 줄었다. 줄어든 물량이 어느 국가, 어느 선사로 돌아갔는지는 정확한 조사자료가 없다. 그러나 국내 경쟁 선사가 적지 않은 반사이익을 봤을 것으로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STX팬오션을 바라보는 이러한 시선은 옳은 시각만은 아니다.
전세계 해운업계는 치킨게임이 한창이다.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삼성전자가 최후의 승자로 우뚝 섰고 SK하이닉스도 우여곡절을 거쳐 살아남았듯이 해운업계에서도 지금 버티면 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그런데 국내 선사 중 IT업계의 삼성전자만한 기업은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때 국내 3위 선사인 STX팬오션의 법정관리는 국가적으로 큰 손해라는 게 '산소호흡기' 제공의 명분이다. STX팬오션이 없다면 간신히 세계 5위 자리(2011년 선복량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해운업 지위가 더 추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지도를 넓게 펼쳐보면 세계적 경쟁사를 따라가기도 벅찬 마당에 STX팬오션 한 곳의 부침에 일희일비하는 건 근시안적 시각이라는 지적도 무시하기 어렵다.
특히 해운업은 5만여명의 고용 능력에, 조선 및 기자재업 등 연관산업 고용효과를 감안하면 우리 경제의 핵심 수출산업이다. STX팬오션을 산업은행의 주도 아래 살려야 한다는 논리도 이런 명분에 설득력을 가졌다.
그럴 듯 하지만 기업의 방만한 투자를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아 보인다.
금융위기 이전 초호황기 때부터 지금까지 약 7년간, 국내 대형 선사들은 무분별한 투자를 했다. 국내 한 신용평가회사의 지난해 중반 보고서에 따르면 STX팬오션의 경우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년간 5조2060억원의 EBITDA(상각적 영업이익)를 벌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4조3650억원 어치의 비영업자산을 취득했고, 6조500억원을 설비자산 등에 투자하는 데 쓴 것으로 나타난다. 벌어들인 이익의 두배를 투자에 사용한 셈인데, 부족한 자금을 은행 빚을 내 사용했다.
치킨게임은 어느 업종이나 존재한다. 섬유도 그랬고 반도체도 비슷했다. 중요하지 않은 산업은 없다. 지금의 해운업계가 다른 점은 반도체와 달리 STX팬오션의 빈자리를 채워줄 경쟁회사가 이미 국내에도 너무 많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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