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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팬오션, 범양상선 전철 밟나 회계법인 "존속가치 더 높아"…산은 인수불발 시 법정관리후 매각 가능성

김영수 기자/ 박시진 기자공개 2013-05-29 13:10:50

이 기사는 2013년 05월 27일 1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STX팬오션 인수 여부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STX팬오션을 실사한 삼일회계법인은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높다고 판단했지만, 인수 이후 벌크선 운임지수(BDI)가 약세를 지속할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무리한 인수보다는 과거 범양상선 사례와 같이 법정관리를 통해 자산을 클린화한 후 매각하는 방안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삼일회계법인 "청산보다 살릴 때 가치 크다"

이달 중순 STX팬오션에 대한 재무실사를 마친 삼일회계법인은 산은에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더 높다고 판단된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실사에서는 STX팬오션이 거느리고 있는 사선에 대한 미래수익이 반영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배가 장기운송계약을 맺고 있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STX팬오션은 현재 371척의 선단을 거느리고 있으며 이중 94척이 자체 보유한 사선이다.

산은으로서는 STX팬오션 인수를 위한 유의적 판단 자료를 얻은 셈이지만, 실제 인수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산은 관계자는 "실적 악화로 인한 인수 여부가 긍정적이지 않은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라며 "내년 1조 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와 업황 악화 지속시 인수 리스크가 상당히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산은은 STX팬오션의 회사채 상환 등을 고려하면 내년 말까지 적어도 2조 원 이상의 운영자금이 투입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STX팬오션의 지난해 말 현재 자산과 부채는 각각 7조1501만원, 5조3712만원으로 자산이 부채보다 1조7789만원 많은 상태다. 산은뿐만 아니라 채권단이 밑 빠진 독에 불 붓기식 지원을 우려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IB업계 역시 M&A(인수합병)는 주식을 인수하는 구조로, 계속기업가치 여부는 별개의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BDI지수 회복시점을 언제로 예상하느냐에 따라 턴어라운드 시점도 달라지기 때문에 장기운송계약을 반영한 STX팬오션의 계속기업가치는 인수여부 및 매각가격 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본다"며 "현재 부채 및 향후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상환 등을 위해 지원해야 할 자금이 미래수익을 초과한다면 매각가치 산정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업황이 안 좋을 뿐만 아니라 매각대금 외에도 엄청난 자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수 있다"며 "예상거래대금은 2000억 원 내외지만, 매수 주체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법정관리 후 매각 가능성

STX팬오션에 대한 처리 여부는 이르면 6월 초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현재 산은PE 인수나, 법정관리 등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청산가치보다 존속가치가 높다는 실사 결과가 나온 만큼 현재로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처리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산은PE가 STX팬오션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LP 모집이 관건이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가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이 큰 상황에서 투자의사 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다.

산은PE가 인수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를 통해 일정부분 채무 조정을 받으면서 부채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특히 지난 2011년 운임 하락에 따른 장기용선료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대한해운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경기침체이후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BDI는 2007년 7000포인트 이후 현재 800포인트대까지 떨어진 상태며 용선료 역시 당시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최근 STX팬오션의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이 비싼 용선료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신용도 하락으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STX팬오션 매각이 성공하려면 대한해운처럼 법정관리에 들어가 채무를 일정부분 조정하고 매각해야 할 것"이라며 "보유한 사선에 대한 니즈는 있는 상황으로, 향후 업황 회복이 이뤄진다면 과거 범양상선처럼 성공적인 매각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 92년 법정관리에 들어간 범양상선을 2004년 BDI 폭등을 계기로, 같은 해 11월 STX에 1주당 2만444원에 매각함으로써 약 1800억 원 정도의 차익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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