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6월 21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의 수익성을 확인하는 지표 중 공식적으로 집계하지는 않지만 내부적으로 활용하는 것 중 하나가 '고객 예탁자산별 수익성'이다. 주식 및 채권, 선물 브로커리지수수료, 이자 수입, 상품취급 수수료 등을 포함해 고객이 증권사에 맡긴 예탁자산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을 말한다. 증권사 수입원을 분모로 가정하면, 고객 예탁자산은 분자라고 할 수 있다.공식적인 통계는 아니지만 이 수치를 따라가다 보면 증권사의 수익성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1999년 코스닥 붐이 일던 당시 증권사의 고객 예탁자산별 수익성은 100bp가 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즉 어떤 증권사의 고객 예탁자산이 50조원이라면 한해동안 5000억원을 벌어들였다는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지표는 악화됐다. 2005년 들어 80bp대로 축소된 수치는 지난해에는 50bp 밑으로 떨어진 것으로 업계에선 분석하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증권업계의 구조적인 변화로 인해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1999년 IMF 외환위기 직후 국내 증권사의 오프라인 주식 매매 수수료는 평균 0.5%였다. 1억원 어치 주식을 매수하거나 매도하면 50만원을 수수료로 떼어갔다. 매매를 많이 하면 할수록 영업사원들의 보너스도 늘어났다. 코스닥 광풍이 불면서 쌈지돈까지 싸들고 객장으로 몰릴 때였다. 특별한 영업 노하우도, 금융상품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지 않았던 호시절이었다.
당시만해도 증권사 수익의 60~70%가 주식 브로커리지 수수료로 채워졌다. 채권이나 펀드와 같은 금융상품은 고객들의 관심 밖이었다.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ELS나 ETF, 해외채권과 같은 상품은 아예 없었다. 그래서 증권사 경영진은 오로지 브로커리지 확대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새천년이 시작한 2000년, 인터넷 증권사인 키움증권이 등장하면서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키움증권이 0.025%라는 파격적인 주식 수수료를 선보인 것이다. 기존 증권사 오프라인 매매수수료에 비해 공짜나 다름없었다.
기존 증권사들도 잇따라 수수료를 낮추기 시작했다. 수수료 경쟁이 전개되면서 수익성은 점차 악화됐다. 그나마 증시 호황으로 거래대금이 유지되면서 현상유지는 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속으로 곪았던 악재가 터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증권업계의 주식 수수료 수입은 2007년 6조7000억원에서 2012년 3조1000억원으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증권사 내부 자료 인용) 같은 기간 연간 주식거래대금이 1955조원에서 1550조원으로 줄어든 것에 비해 수수료 수입의 감소폭이 훨씬 가파르다.
주식 평균 수수료율도 뚝 떨어졌다. 2007년 17%를 기록한 주식 평균 수수료율은 2008년 12%로 뚝 떨어지더니 2009년 11%대, 2011년에는 10%대로 주저앉았다. 2012년에는 10%에 불과했다.
반면 한국거래소나 예탁결제원, 증권업협회 등 증권 유관기관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증권사의 수수료 수입 감소와 상관없이 비슷한 모습이다. 2008년 4000억원대를 기록한 유관기관 지불 수수료는 2012년 3000억원대로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유관기관 지불 수수료율도 1%대에서 크게 변동없다.
이같은 흐름은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전망이다. 스마트폰이 확대되면서 주식거래 수수료는 0.01%대로 거의 공짜 수준으로 낮아졌다. 바닥으로 떨어진 거래대금이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더라도 수수료 마진이 거의 없어 증권사 수익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전망이다. 여기에 ELS나 ETF, 펀드 등 금융상품 판매 마진도 경쟁 심화로 인해 악화되고 있다. 새로운 수익원으로 여겼던 IB 분야도 침체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익성을 높이려면 고객 예탁자산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다. 분모가 고정된 상황에서 분자가 늘어나면 값이 증가한다. 즉 '규모의 경제'로 가야한다는 말이다. 우리 증권사들이 한국형 IB가 아니라 WM을 최종 기착지로 삼고 방향을 선회한 배경이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들어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고객자산 확대를 위한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한다. 이들의 고객 예탁자산은 100조원을 넘어 150조원대로 가고 있다. 여기에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등도 가세하고 있다.
결국 현장에서 고객들을 만나는 PB의 능력, 상품 경쟁력 그리고 경영진의 의지가 승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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