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반기 조직개편 살펴보니… 5대 전략사업 부진 '신사업추진단' 해체..M&A 통한 신사업 주력
김장환 기자공개 2013-07-04 10:17:11
이 기사는 2013년 07월 03일 16: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이 지난 1일 '2013년 하반기 조직개편'을 대규모로 단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5대 신사업 추진단을 해체하고 관련 인력들을 기존 소속으로 복귀시켰다는 점이다. 지난 2009년 그룹 미래전략실 산하에 만들어져 발광다이오드(LED), 2차전지(전기차), 태양전지,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는데 주력해왔던 곳이다.삼성그룹은 신사업추진단 해체에 대해 기존 임무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계열 관계자는 "신규 사업 구상을 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던 곳인데 이미 인큐베이팅은 끝마쳤다"며 "각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계열사에서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 LED, 수익성 미진 사업부 구조조정 '대표사례'
가장 대표적으로 '빛을 못 본' 사업군은 발광다이오드(LED) 부문이 꼽힌다. 삼성그룹이 2009년 5대 신사업군을 결정하면서 가장 대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힌 곳이다.
삼성그룹은 2009년 4월 삼성전기가 운용하던 LED사업부를 떼어내 별도법인(삼성LED)을 세웠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1년 중국 업체가 끼어 들면서 공급과잉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2010년 2300억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합병 직전인 2011년 말 630억 원으로 4분의 1 토막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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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 삼성LED를 삼성전자에 흡수합병하는 방식의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수익성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그해 LED사업부의 총 매출은 9234억 원으로 전년(1조2316억 원)보다 3000억 원 줄었고, 105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업황전망 역시 불안한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1일자로 LED사업부의 완성품 부문을 따로 떼어내 소비자가전(CE) 부문으로 이관하는 조직개편을 함께 단행한 것도 비슷한 이유다. LED 부문의 인건비라도 최소화하겠다는 긴축정책의 일환이란 해석이다. 앞으로 기존 LED부서에서는 부품(LED칩, 패키지) 생산만을 담당하게 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윤부근 사장(CE 부문장)이 총괄하는 부서로 이관해 LED 제품의 빠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전기차용 2차 전지, 셰일가스 '장벽'..성장 정체 불가피
자동차 배터리를 핵심으로 했던 2차전지의 성장도 '장벽'을 만났다. 신사업추진단을 해체하며 2차전지 부문 인력들은 삼성SDI의 자동차배터리 사업부에 복귀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SDI는 보쉬사와 합작으로 설립했던 SB리모티브를 지난해 흡수합병하고, 회사 내에 자동차용 2차전지 사업부를 만들었다.
삼성SDI는 2013년 안에 전기차 배터리사업부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보쉬와 합작사를 서둘러 설립한 배경도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수요가 향후 5년 내에 급성장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악화 여파로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
지난해부터는 미국에서 촉발된 셰일가스 열풍으로 더 큰 암초를 만났다. 2010년 들어 북미지역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미국을 중심으로 셰일가스 '붐'이 일기 시작했다. 대체에너지로 셰일가스가 떠오르면서 자동차 업계들의 관련 차량 개발 검토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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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배터리 사업에 큰 기대를 걸었던 삼성SDI는 사업 정상화 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적어도 2017년까지는 성장 정체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업체인 보쉬가 지난해 SB리모티브에서 서둘러 발을 뺀 것도 이 같은 경기 전망을 제대로 읽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바이오제약·의료기기 그나마 '선방'..추진단 역할 '미미'
그나마 삼성그룹의 5대 신수종사업에서 선방한 것은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 정도가 꼽힌다. 삼성은 2011년 퀸타일즈와 합작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2010년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메디슨을 인수하고 삼성메디슨을 출범시키며 의료기기사업에 진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미국 머크사와 마케팅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바이오의약품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로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의 복제약(제너릭) 생산을 업으로 하고 있다. 아직까지 시작단계이기는 하지만 조속한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료기기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 분야 중 하나다. 삼성메디슨은 출범 후 3년 만에 연간 매출 3000억 원, 영업이익 2500억 원대 회사로 성장했다. 연달아 내놓은 디지털엑스레이와 초음파 진단기 등 의료기기도 시장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 분야 모두 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했다는 점에서 신사업 추진단의 업무 성과와는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전략상 최전선 사업군으로 선택해 대규모 투자를 벌였던 LED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뼈아픈 손실만 맛봤기 때문이다. 비록 '선방'한 사업군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신사업 추진단의 역할은 그만큼 의미가 크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삼성그룹은 향후 M&A를 통한 신사업 발굴에 보다 힘쓰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LED, 2차전지 등 새로운 먹거리에 신규투자를 늘리는 방식으로 추진했던 사업 보다는, 역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던 업체들의 인수를 통한 투자가 더 큰 결실을 거뒀기 때문이다. 신사업 추진단의 해체 역시 이런 배경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고위 경영진에서 올해 초 그룹 내 신수종 사업군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할 만한 업체들을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려 내부적으로 활발한 전략 구상이 이뤄지고 있다"며 "공동 연구개발이나 협력업체로 있는 회사들을 주요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향후 사업군은 M&A 등을 통해 주력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내린 상태"라고 전했다.
삼성그룹은 공식적으로 "신사업추진단 해체는 이미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이지 M&A를 통해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는 아니다"라며 "향후 필요한 사업군이 있다면 별도 TF를 통해 시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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