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더이상 '현금부자' 아니다 잇단 확장에 현금성자산 급감, 자금수요 줄줄이..조달수단 다각 검토
문병선 기자공개 2013-07-08 10:01:36
이 기사는 2013년 07월 04일 08: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는 현금부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더 이상 현금부자가 아니다. 여기저기서 자금을 만들고 있는 것도 그만큼 현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현금부자' 롯데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늘 거래 의뢰가 넘쳐나던 롯데그룹 국제 파트는 발길이 뜸해진 것으로 전해진다. 여유가 없다는 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롯데제과가 삼일회계법인을 앞세워 최근 카자흐스탄 제과업체 라하트를 인수했지만 여기까지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더이상 M&A를 진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카자흐스탄 건이 거의 마지막일 것으로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현금부자'였던 롯데의 현금성자산(현금+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실제 급감하고 있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1조5185억원(2011년말)에서 4093억원(2012년말)으로 73% 줄었다. 롯데하이마트 인수 영향이 크다. 롯데쇼핑은 작년에만 관계기업 주식 인수에 1조8260억원을 사용했다.부동산 취득에 1조2846억원을 사용했다. 2011년과 비교하면 각각 446%, 29% 늘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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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여원이 밖으로 지출되는 동안 1조여원 상당의 영업현금 유입금과 기존 보유현금을 빠르게 소진해 갔다. 그도 부족해 6000억원 가량의 차입을 늘렸으나 부족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지난해말 롯데쇼핑 등급을 하향하면서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지분 65.25% 인수가 완료된 데 따른 것"이라며 "1조2000억원에 달하는 인수비용 대부분이 차입으로 조달될 것으로 보여 재무건전성 악화를 반영했다"고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도 롯데쇼핑 등급을 한노치 강등하며 재무악화를 우려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의 우려는 2006년 이후에 계속된 롯데쇼핑의 확장에 대한 경계감이다.
롯데쇼핑은 2005년까지 자체자금으로 투자를 하며 자금잉여 상태였다. 2006년 이후엔 180도 달라진다. 할인점 및 백화점 점포 확대가 이뤄진게 2006년 부터다. 이후 빅마트 인수(2007년), 우리홈쇼핑 지분 추가 매입(2008년), 중국 대형할인마트 타임스(Times) 인수(2009년), 해외 지분투자, GS리테일 백화점 및 GS마트 인수(2010년), 코리아세븐 증자(2010년), 하이마트 인수(2012년) 등 대략 4조여원이 순식간에 빠져 나갔다.
그렇다고 해도 롯데쇼핑의 재무건전성이 부실기업만큼 심각해 질 것으로 믿는 전문가는 드물다. 부동산이 많고 영업현금흐름이 좋기 때문이다. 작년말 기준 보유 부동산(토지+건물)의 장부가치가 11조여원이다. 한마디로 현금이 고갈되기는 했지만 재충전의 여력은 튼튼해 보인다는 설명이다. 롯데쇼핑측도 최근 잇단 자금조달에 대해 "양질의 보유 부동산을 통한 담보제공 여력 등을 고려하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유동성이다. 싱가포르에서 1조여원의 부동산 유동화에 나선 것도 유동성 확보 때문이다. 롯데그룹 국제 파트는 여러 루트를 통한 자금조달 검토에 박차를 가한다. 연초부터 검토해 왔던 하이브리드채권 발행을 거의 확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규모는 조단위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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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에서도 올해 자금수요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대형 M&A를 예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존에 확정해 놓은 투자계획의 집행에 약 2조여원 가량이 투입되어야 한다. 차입금 상환에도 1조여원이 필요하다. 현금성 자산은 작년말 기준 4000억여원에 불과하다. 2조원 이상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여기에 국회의 순환출자 금지 관련 입법 여부에 따라 지배구조 정비 비용이 추가될 수 있다.
투자계획에 잡혀 있지 않은 인천롯데개발이나 롯데월드타워 건설(롯데쇼핑 지분 15%) 비용 등을 감안하면 자금수요는 더 많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야심차게 인수했던 해외 업체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적자가 쌓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재고자산 증가 등이 증거로 꼽히고 있다. 이런 부실은 자금 수요를 재촉하는 요인이 된다.
신헌 롯데쇼핑 대표는 임직원에게 보내는 '7월 CEO 메시지'를 통해 "롯데백화점은 위기를 오히려 성장과 도약의 기회로 전환하는 저력을 보여왔다"면서도 "그러나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면서 지금 우리는 어느 때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상황진단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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