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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정용진' 파이시티서 손잡은 이유는? 현금고갈 현실적 부담에 의기투합.."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

문병선 기자공개 2013-07-04 10:15:58

이 기사는 2013년 07월 04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로 '으르렁' 대기만하던 두 유통 공룡기업간 '이례적' 연합이 성사된 배경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간 통 큰 결단이 있었다. 방중 경제사절단의 박근혜 대통령 수행 차 출국하기 전 두 유통그룹의 오너는 이번 파이시티 컨소시엄 구성건에 대해 최종 재가를 내리고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이시티가 전(前) 정부 주요 인사의 비리 사건으로 오명을 쓴 곳이어서 현 정부와 차별화가 필요했고 현 정부의 부동산 경기 활성화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원할한 개발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여러 곳에서 양측을 중재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 신세계와 롯데는 서로 섞일 수 없는 경쟁 그룹이다. 인천종합터미널 부지 쟁탈전을 놓고 벌인 양측의 설전은 대표적이다. 전국 주요 상권을 놓고 양측 토지개발 실무진은 온갖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며 상대방의 땅을 뺐고 훼방을 놓았다. 그랬던 두 그룹이 파이씨티 사업에 가서는 쌩뚱맞게 손을 잡자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 나올 법 하다.

비즈니스 목적이 서로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 설득력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측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게 상징적 의미가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한쪽은 백화점을, 한쪽은 마트 및 몰을 가져가기로 해 이상적 조합"이라고 했다. 비즈니스를 위해서라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말해준 결과다.

두 그룹 만큼 복합 쇼핑몰 개발에 적임자도 없으나 개발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손을 잡게 했다.

특히 롯데그룹의 현금상황은 예전만 못하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더 이상 현금부자가 아니다"라고 했다. 작년에 M&A와 부동산 취득에 사용한 자금은 대략 3조여원이었다. 2006년 이후 확장 전략을 택하며 백화점 및 마트 점포 확대와 M&A 등에 쓴 자금도 수조원에 달한다. 그러면서 차입금이 대폭 늘었고 재무구조 건전성도 훼손됐다.

국제 무대에서 롯데쇼핑의 등급은 B급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피치 관계자는 지난해말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로 한 노치 내리며 "신용등급 하향은 하이마트 인수 이후 약화된 재무지표를 반영한다"며 "이미 적극적인 국내외 투자로 차입금이 A-등급을 유지하기엔 어려운 수준까지 증가했던 상태"라고 말했다.

현금성 자산이 급감하고 재무구조가 안좋아지고 있는 마당에 또 다시 3조여원의 자금이 소요되는 파이시티 사업을 단독으로 떠 맡기에는 버겁다. 이미 확정된 올해 예상 투자규모만 1조원이 넘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투자금액과 차입금 상환 수요까지 더하면 대략 3조여원을 올해 새로 조달해야 하는 부담을 롯데쇼핑은 안고 있다.

신세계 역시 센트럴시티 및 서울고속터미널 인수에 1조원 이상을 쏟아 부었다. 법인은 다르지만 광주신세계는 보증금 5000억원을 증액해 금호터미널과 백화점 부지를 장기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차입금이 대폭 늘어나며 신세계의 부채비율(개별 재무제표 기준)은 94%(2011년말)에서 147%(2012년말)로 높아졌다.

이와 함께 채권단과의 원만한 관계도 이번 컨소시엄에 영향을 줬던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롯데 컨소시엄이 ㈜파이시티 인수 본입찰에서 써 낸 정확한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부동산 경기를 감안해 적정한 가격을 써 낸 것으로만 전해진다. 매각측의 주요 주주인 채권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상황을 감안하면 납득할 수준"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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