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질 때 덜 빠지고 오를 때 더 올랐다 ⑤필요하면 삼성전자 편입비 축소…건설·화학·철강·조선 숏
신민규 기자공개 2013-07-12 11:23:42
이 기사는 2013년 07월 11일 09: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형 헤지펀드 매니저 대부분은 지난 6월초 폭락장을 예상하진 못했지만 이후 주식편입비중 및 롱숏 포지션 관리를 통해 두번째 이어진 폭락장에서 유연하게 대처해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우에 따라서는 삼성전자의 편입비도 능동적으로 조절했다. 6월말 이틀간 집중된 급반등 시기에 한달간 손실을 모두 만회한 펀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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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빠질 때 덜 빠지고 오를 때 더 올랐던 셈이다. 업계에서는 시장 주가 추이와 관계없이 평소 펀드의 운용전략을 보수적으로 가져갔던 것이 위기상황에서 방어력을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위기에 한번 노출됐던 경험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내다봤다.
대부분의 펀드는 포지션이 그대로 노출됐지만 우려했던 수익률 급변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매수포지션에 치우친 펀드나 중소형주에 몰빵한 펀드도 발견되지 않았다.
◇하락국면 예상한 KDB운용 선방
지난 6월 폭락장을 예상한 곳은 KDB자산운용 한 곳뿐. 연초 대표매니저가 사임한 이후 기존 퀀트전략에 글로벌매크로 분석을 대폭 강화한 덕이 컸다. 파생상품 매수헤지를 통해 시장하락에 대비한 부분이 수익률 방어에 기여했다. 두 펀드 모두 한달간 2% 후반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시장 하락국면을 예상하진 못했지만 변동성 관리를 통해 위기를 일찍 감지한 케이스도 있었다. 삼성자산운용 헤지펀드운용본부는 3, 4월 들어서면서 코스피지수 변동성이 지나치게 낮은 국면에 와 있다고 판단했다. 해외 시장이 출렁이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향후 장이 오를지 내릴지 예측하기는 어려웠지만 변동성이 커지는 힘든 장이 될 것으로 봤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지난 5월 총노출도(Gross Exposure, 주식매수+주식공매도/순자산)를 대폭 줄였다. 총노출도는 매니저가 주식시장을 밝게 볼수록 상승한다. 시장 예측이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위험자산 비중을 일단 줄여놓고 본 것이다. 평상시 매수포지션이 63%, 매도포지션이 21%정도로 총 84% 수준이었는데 6월말 총노출도는 60% 정도로 줄였다. 넷포지션은 35%에서 20%로 줄였다.
이중 방어주 성격이 높은 통신주 등이 편입된 점을 감안하면 실제 포지션을 거의 중립에 가깝게 설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6월 들어 운용은 매매를 되도록 짧게 자주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6월말 운용결과 중소형주를 주로 매도했고 대형주는 매수한 쪽으로 나왔다.
이밖에 하나UBS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도 선방했다. 5월에 이어 6월 역시 매수종목과 매도종목의 짝(페어)을 찾기 어려운 장이었지만 하나UBS자산운용은 페어 중에서 매도(숏)를 잡아둔 종목이 적중하면서 수익률 방어에 기여했다. 교보악사자산운용 역시 매수포지션이 다소 높은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넷 익스포져를 제로수준으로 가져간 점이 손실을 줄였다. 당장 반등할 때 수혜를 입지는 못하더라도 한달이라는 단기구간에서 손실을 보지 않는 운용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유일하게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한화자산운용의 헤지펀드는 한달간 다소 높은 변동성을 보였지만 순발력이 돋보였다. 일본주식 시장은 지난달 특히 안 좋았지만 대형주 위주로 투자했고 중기적으로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고 있어 헤지하는 수준으로 방어했다. 니케이지수 최고점에서 선물 매도 헤지했다.
엔화도 강세로 전환됐지만 아베노믹스가 발표되기 전 수준인 달러당 94엔보다 더 강해지기는 힘들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주식은 펀드내 4~5%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주식은 과세대상이지만 해외파생상품은 비과세인 부분도 이점으로 작용했다. 국내시장의 경우 예상보다 큰 하락폭이었지만 6월 27, 28일 헤지를 풀어 코스피지수 상승의 수혜를 입으면서 설정후 누적수익률 플러스를 유지했다.
지난 5월 큰 손실을 봤던 브레인자산운용 헤지펀드는 6월 들어 자동차주식 편입비중을 늘린 게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필요하면 삼성전자도 편입비중 조절…중국경기 영향받는 건설·화학·철강·조선 숏 적중
방어력이 우수했던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삼성전자 편입비중 조절에 있었다. 국내주식형 펀드 대부분은 삼성전자를 기본 15% 가량 담고 있다. 삼성전자가 전체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고 있어 일반 펀드매니저에게 삼성전자의 단기 비중조절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비중을 줄였는데 반등하면 벤치마크 추종부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한달간 삼성전자 주가가 12.74% 이상 빠지며 국내주식형 펀드가 함께 추락한 것도 이런 영향이 컸다.
하지만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한달동안 삼성전자 편입비중을 자유롭게 조절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도(숏)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치마크가 존재하지 않는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주가가 오를 때 많이 못 먹더라도 내릴 때 손실을 피하는 게 더 나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A매니저는 "당시 삼성전자 2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게 봤지만 더 좋아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주가가 200만원을 넘으려면 하반기 실적이 나와야 할 것이고 그러면 기간조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삼성전자 비중을 낮추고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삼성전자 부품주를 매도(숏)했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6월말께 삼성전자 비중을 다시 늘려 이익을 봤다.
B매니저 역시 "삼성전자 편입비중을 조절하고 페어로 삼성전자 부품주를 잡아 매도(숏)한 게 방어를 많이 해줬다"고 설명했다. C매니저는 "삼성전자를 매우 좋게 봤는데 지수대비 막 빠질 때 삼성전자를 매도했다"며 "국내에서 그렇게 생각 안하더라도 외국인이 그렇다고 본다면 일정부분 반영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매니저 역시 6월말 삼성전자 주가가 125만원 근처 있을 때 비중을 다시 채워넣었다.
이밖에 중국 경기를 많이 타는 건설·화학·철강·조선업종은 매니저 대부분 매도(숏)로 접근했다.
◇에쿼티헤지전략 펀드, 주식편입비중 조절
펀더멘털 롱숏, 멀티 전략 등 에퀴티 헤지전략을 사용하는 펀드 중에서는 6월 한달 동안 주식편입비중이 변화를 보인 곳이 많았다. 시장하락을 예상했던 KDB자산운용의 경우 주식편입비중이 5월말 11%대로 이미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자산운용은 5월말 50%대에서 6월 중순 30%대로 낮추면서 보수적인 전략을 펼쳤다.
하나UBS자산운용, 하이자산운용이 5월말 40%안팎에서 30%안팎으로 점차 줄여나갔고 교보악사자산운용은 25% 안팎에서 6월말 30% 수준으로 소폭 올렸다. 한화자산운용은 5월말 70% 수준에서 6월말 66%수준으로 점차 내렸다. 브레인자산운용은 큰 변화없이 90%안팎의 업계 최고수준의 주식 편입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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