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7월 31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외 정책금융 창구를 한국수출입은행(이하 '수은')으로 일원화하는 것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수은이 대규모 보증업무를 처리하기에 법적·실무적인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수은은 과거 감사원으로부터 보증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미 20여 년전 보증업무를 대출업무와 함께 취급하던 게 문제가 돼, 현재처럼 수은과 한국무역보험공사(이하 '무보') 이원화 체제가 갖춰졌다.
◇ 수은, 보증업무 법적 근거 미비
수은이 대외 정책금융을 단독 수행하기 위해서는 대출과 보증 두 부문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수은은 보증 업무를 실시할 만한 법적 근거가 빈약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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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기관 재편 논의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지고 있는 사안은 무보의 대외 금융기능 흡수다. 구체적으로 무보가 취급 중인 '중장기 수출보험'이라는 하나의 상품을 수은으로 가져와 단독으로 운영한다는 내용이다. 이 보험이 수은의 대외채무보증과 중복된다는 논리에서다.
문제는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자체가 무보의 중장기수출보험의 아류 격으로 파생된 상품이라는 점이다. 감사원은 2006년 수은에 중장기수출보험(구매자신용)과 유사한 제도를 법적 근거 없이 시행했다며 시정조치를 내렸다. 이에 수은은 2008년 1월 수은법 개정을 통해 대외채무보증제를 실시할 수 있게 됐다. 이 또한 미화 1억 달러 이상의 거래에 55% 이상의 대출을 제공할 경우에만 보증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정돼 있다. 연간 대외채무보증 규모도 무보 연간 실적의 35% 이내로 제한돼 있다.
◇ 수은 "계정 별도 운영 가능" vs. 무보 "부작용 더 크다"
수은으로 보증업무까지 몰아주기 위해 법을 개정한다고 해도 선결과제가 산적해 있다. 현재 기금의 91배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무보의 보험을 받아오기 위해서는 수은의 자본금 증자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대규모 자본금 투입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은 측에서는 별도의 기금(보험)계정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장기수출보험 계정을 현재 남북협력기금처럼 별도로 운영할 경우 레버리지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별도 계정 운영이 실무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수출보험은 과거 수은에서 위탁운영되다가, 1992년 수출보험공사(현 무보)로 독립됐다. 수은의 관리 능력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수은이 수출보험을 위탁운영하던 1990년과 1991년 손해율이 각각 1526%, 741%로 급등했다. 이는 ㈜대우와 관련해 중장기연불수출보험을 부보(Cover)하는 과정에서 수입자인 U.S. Line이 파산해 1989년부터 1574억 원의 보험금이 지급된 탓이다. 문제는 이 사건이 수출금융 제공자(대출자)인 은행이 자기 대출금을 스스로 보험에 부보해 피해 규모를 키운 수출보험사고였다는 점이다.
수은이 보증업무까지 운영할 경우 은행계정의 자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기금계정으로 이전할 유인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계정간 위험이전 자체를 봉쇄할 경우에는, 현재 무보와 이원화된 체제로 운영되며 발생하는 리스크 분담 효과를 누릴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 외에 중장기수출입보험 업무를 수은으로 이관할 경우, 무보가 정상적인 정책금융을 수행하기 힘들어지는 측면도 있다. 무보의 중장기수출보험은 수수료 수입의 62%를 차지하는 우량 상품으로, 손실율이 낮아 무보의 장기 수지균형을 맞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무보의 지난해말 누적 영업수지 손실은 3600억 원으로 지원규모 대비 손실율은 0.03%로 장기수출보험의 역할이 크다.
무보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의 수입대금을 보증하는 수입보험이나 단기 수출보험 등의 경우 손실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중장기수출보험이 무보에서 떨어져 나갈 경우 무보의 평균 손해율이 올라가 정부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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