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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롯데건설 회사채, 왜 외면 당했나 금리인상 우려·수도권 미착공PF 등에 발목···여타 A급 건설채 발행에도 악영향

민경문 기자공개 2013-09-17 08:59:41

이 기사는 2013년 09월 13일 18:3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이 기세 좋게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차가운 투자자 반응에 머쓱해졌다. 모회사의 든든한 지원을 배경 삼아 A+의 높은 신용등급을 갖춘 회사인데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대규모 인수단을 꾸렸지만 수요예측에는 파리만 날렸다.

두 건설사의 수요예측이 부진한 데는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면서 투자자들은 금리상승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수도권 미착공 PF에 대한 우려 등 건설사 채권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태영건설 SK건설 등 회사채 차환 발행을 준비 중인 다른 건설사들 역시 긍정적인 투자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벌떼' 인수단 통해 수요예측 흥행 기대했지만...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각각 2000억 원과 2900억 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지난 5일과 9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올해 초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오버부킹으로 예정금액보다 500억 원을 증액했던 대우건설은 이번에 520억 원의 수요가 참여하는 데 그쳤다. 롯데건설의 경우 대우건설보다 30bp이상 금리를 높게 제시했지만 전액 미배정으로 끝이 났다.

양사 모두 수요예측 흥행을 위해 인수단을 8곳(대우건설), 12곳(롯데건설)이나 선정한 효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우건설은 당초 인수단으로 고려했던 산업은행을 배제하는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증권사들이 회사채 물량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롯데건설의 경우 수요예측 전략 자체가 패인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계획보다 발행금액을 늘려 2900억 원을 모집키로 한 것부터 건설 업황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물량이었다는 것. 여기에 롯데장학재단에 물량을 미리 배정하고, 인수단에 투자자 모집 확약서까지 요구한 점 등이 사전 매출 논란을 일으키면서 투자 심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롯데건설로선 지난 2월에 이어 두 번째 수요예측 참패다. 당시 2000억 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주관사 포함 인수단이 무려 9곳이나 참여했지만 청약과정에서 결국 600억 원의 미매각이 발생했다. 계열사 회사채 발행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번 만큼은 반드시 수요예측 흥행을 이끌겠다는 그룹 차원의 지원도 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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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적완화 축소 우려에다 AA급 회사채에 밀린 듯

양사 수요예측 실패의 표면적인 이유로는 회사채 발행 시기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추석 당일인 오는 19일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양적 완화 축소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건설 인수단 관계자는 "단기물 시장 경색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테이퍼링(tapering)에 따른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회사채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섣불리 수요예측에 나서기보다는 FOMC결과 확인 이후에 의사를 결정하겠다는 관망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달까지 각각 2500억 원과 410억 원의 회사채 만기를 앞두고 있는 한진중공업(A+)과 계룡건설산업(BBB+)이 현금 상환에 나선 점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판단이다.

최근 발행된 회사채가 'AA급'위주였다는 점 역시 A급 회사채에 대한 매력도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2주 동안 발행된 회사채를 보면 삼천리(AA+), 롯데케미칼(AA+), 현대제철(AA0), 삼성물산(AA-), CJ대한통운(AA-), 네이버(AA-) 등 우량채가 대다수를 이뤘다. A급 회사는 두산(A+), 대우건설(A+)과 한미약품(A0), 포스코플랜텍(A-) 4곳에 그쳤다. 대우건설과 마찬가지로 두산 역시 수요예측에서 모집금액 1000억 원 가운데 550억 원이 미달하는 결과를 보였다.

증권사 관계자는 "AA급 우량채들이 줄줄이 포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A급 회사에 관심을 가질 투자자는 많지 않았을 것"이라며 "더구나 이들이 건설사라는 점도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렸던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미착공 PF는 건설업계 고질병?…해외 손실에 대한 우려도 남아 있어

신용평가사들은 일단 이번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수요예측 참패를 A급 건설사 내부에서 찾고 있다. A급 건설사를 중심으로 수도권 미착공 PF사업이 지연되고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이들의 회사채 투자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PF차입금 중 서울 독산동 7440억 원, 화성 반월 1973억 원 등 미착공 사업 비중이 48.8%에 이르고 있다. 대우건설의 경우 예정 사업장 비중이 무려 66.1%(1조 8325억 원)에 달한다. 이들 상당 부분이 주택경기 침체가 심화된 경기 지역에 위치하고 있어 단기간 내 착공 및 분양 시현에 어려움을 겪을 거란 지적이 나온다.

해외 사업 부문에서 일부 A급 건설사들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점도 동급 회사채의 인기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SK건설, GS건설 등의 경우 보유인력 등 능력(capacity) 대비 과도한 해외 수주 실적이 수익성 저하로 이어졌다. 결국 이들의 신용등급이 각각 A+와 A로 한 단계씩 하향 조정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배문성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A급 건설회사의 경우 우수한 계열 신인도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차입금 및 PF우발채무의 차환은 원활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미착공PF사업장과 원가율 상승 압박을 받고 있는 해외 사업 부문 등을 감안할 때 사업적 불확실성 요소는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롯데건설과 대우건설의 수요예측 실패로 동급내 다른 건설사들의 자금 조달 역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10월 500억 원의 사모사채 상환을 앞두고 있는 태영건설(A)이 300억 원의 회사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내달 1500억 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SK건설은 회사채 발행을 확정짓진 않았지만 SK증권과 3000억 원 규모의 계열사 지원 한도를 미리 설정해 놓는 등 검토에 들어간 단계다. 한화건설(A)은 지난달 2500억 원 규모로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투자자 수요는 700억 원에 그친 바 있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A급 건설사는 현대엠코(A+) 정도를 제외하고는 실적 개선이 전반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며 "외형상 우량 건설채라고 하더라도 향후 업사이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심리가 투자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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