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11월 21일 07: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7월 도입된 회사채 차환 지원 제도가 비우량 기업에 신규 자금을 공급해 주는 것은 아니다. 채권자가 바뀌면서 회사채의 만기가 유예되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지원 주체 입장에선 담보가 없기 때문에 손실 위험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당국 주도의 프로젝트라는 걸 고려할 때 수익성보다는 금융기관과 정부 등의 책임 분담이 강조됐다.최근 동부제철 회사채 차환과 관련해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과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갈등을 빚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신보의 경우 차환발행 심사위원회 구성원 가운데 지원 부담이 전체 차환 물량 중 60%로 지원 비중이 가장 크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총액인수'만 담당할 뿐 실질적인 위험 부담은 제로에 가깝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이 동부제철에 대해 8000억 원 규모의 기존 대출금(신디케이트론)까지 회수하겠다고 하니 가만히 있을 신보가 아니었다. 회사채 차환 발행이 성사되더라도 내년부터 대출금 회수가 이뤄지면 동부제철의 자금 압박이 가중될 위험이 높았다. 무엇보다 해당 대출은 당진제철소 자산을 담보로 잡고 있었다.
동부제철의 상환 능력이 떨어질 경우 고스란히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신보의 입장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신보가 산업은행의 대출금 회수 자제를 조건으로 회사채 차환에 대한 의사 결정을 미뤄왔던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등이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일부에서는 현대상선과 한라건설의 회사채 차환도 통과시킨 마당에 신보가 왜 동부제철만 발목을 잡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동부제철이 최근 발표한 자구계획안을 통해 차입금 감축에 성공할 경우 앞서 두 회사보다 훨씬 나은 신인도를 보여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배경에서다. 지원 금액도 840억 원으로 현대상선(2800억 원), 한라건설(1100억 원)과 비교하면 훨씬 적다.
하지만 이는 최근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를 감안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차심위 관계자는 "비우량 그룹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신보가 좀 더 신중을 기하려 했던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산업은행이 동부제철의 주요 영업 및 재무 현황 등을 차환발행심사위원회 구성원에게 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도 불신감을 높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평행선을 계속 그릴 것만 같았던 양측은 산업은행이 지난 20일 저녁 대출금에 대한 만기 연장 또는 재대출을 해주기로 하면서 일단락이 됐다. 결국 명분 싸움에서 산업은행이 신보에 밀렸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산업은행은 주채권은행으로서 동부제철의 대출금만 챙겨가는 모습으로 비춰질 것을 무엇보다 우려했을 것이다.
산업은행, 신보, 금융투자업계, 채권은행 등으로 이뤄진 차환발행심사위원회는 그 동안 구성원 간 갈등이 끊임없이 불거져 왔다. 의사 결정을 위해 만장일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껏 별 탈 없이 승인이 이뤄져 온 것이 이상할 정도다. 앞으로 이들의 밥그릇 싸움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지켜보는 것도 회사채 신속인수제의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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