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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문사, 헤지펀드 운용사 전환 '딜레마' 대형 운용사와 경쟁 불가피..개인고객 이탈 가능성

이승우 기자공개 2013-12-11 11:18:26

이 기사는 2013년 12월 09일 15: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진입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투자자문사의 운용사 전환이 쉬워졌다.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것. 자문사들은 고객과의 일대일 계약에서 벗어나 대규모 집합투자(펀드)를 할 수 있게 됐다. 대형화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섣불리 운용사로 전환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법인투자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고 법인 대비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은 개인 투자자의 이탈이 걱정되기 때문이다.

◇대형사와 본격 경쟁..개인고객 이탈 가능성도

자본금과 계약고가 각각 100억 원, 1조 원이 넘는 A 자문사는 헤지펀드 운용사로의 전환 요건이 충분하다. 이 운용사는 실제로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래 저래 따져보다 고민에 빠졌다.

고민의 요지는 이렇다. 첫째 연기금과 같은 법인투자자의 자금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연기금이 위탁사를 선정할 경우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간 차별을 둔다. 예를 들면 운용사 3곳, 자문사 3곳을 뽑는 식이다.

그런데 자문사 A가 운용사로 전환하게 되면 대형운용사와 같이 분류돼 이들과 경쟁해야 한다. 공모펀드는 불가능하고 사모펀드인 헤지펀드의 경우 브레인과 트러스톤 등 이미 쟁쟁한 경쟁자가 있어 연기금 운용사로 선정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질 수 있다. A 자문사의 법인 자금 비중은 90%에 달한다.

자문사 관계자는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하는 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나 그만큼 더 치열한 시장으로 진입하게 되는 것"이라며 "쟁쟁한 대형사와 경쟁이 불가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둘째 운용사 전환으로 인해 개인 고객 이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거액자산가의 경우 대형 운용사보다는 자문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운용사 입장에서도 일대일 고객 관리가 상대적으로 어렵게 된다. 이로 인한 개인 고객 이탈은 수익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 법인 고객의 수수료가 20~30bp인 것에 반해 개인의 경우 최대 2~3%에 달하기 때문이다. 성과보수를 제외한 기본보수만 따져도 1% 정도 된다.

자문사 관계자는 "법인자금 1조 원을 유치하는 것보다 개인 자금 1000억 원을 받는 게 수익성에는 더 큰 도움이 된다"며 "개인 고객 이탈은 수익성 악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운용사로서 기본 요건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이다. 인력을 충원해야 하고 운용사 시스템을 도입해야하는 등 초기 진입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자문사 이름 유지 가능할까..17일 공청회

자문업계의 이같은 고민은 오는 17일 열리는 공청회 자리에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와 자본시장 연구원 등이 '사모펀드제도의 개편방안' 주제로 업계의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자문업계 요구의 핵심은 자문업을 유지하면서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즉 자문사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대일 계약이 아닌 집합투자, 즉 펀드 운용도 가능하게 해달라는 것.

자문사 관계자는 "자문사라는 이름을 떼면 개인 고객 이탈이 불가피하다"며 "자문업을 하면서 일정 기준에 부합하면 사모펀드도 운용할 수 있게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경쟁력 없는 자문사의 사모펀드 난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브레인과 트러스톤 등 이미 운용사로 전환한 곳에 대한 역차별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아직 헤지펀드 운용과 관련된 구체적인 안은 확정하지 않았다.

김진홍 금융위 과장은 "규제를 완화한다는 방향은 섰으나 헤지펀드 운용사 전환에 대한 요건 등 구체적인 방침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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