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국내는 좁다…해외개척이 '답' [2014 승부수] U&I 글로벌 조강체제 '가시화'…인니·멕시코 등 생산설비 구축 완료
박창현 기자공개 2014-01-06 10:55:38
[편집자주]
의지(意志)는 역경(逆境)을 이긴다. 기업 환경은 나빠지고 실적이 악화되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금융위기가 발생한 후 5년간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외 환경에서도 역경을 이겨내고 새로운 시장을 잡은 기업은 몰라보게 체질이 달라졌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기업에게 2014년은 도약의 한 해가 될 수 있다. 갑오년, 역동적인 말의 해를 맞아 주요 산업과 기업의 새해 승부수를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13년 12월 30일 11: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닙니다. 오늘 아침에도 직접 회의를 주재하셨습니다. 답답한 마음 뿐입니다." 포스코 회장의 사퇴 여부에 대해 회사의 답변은 한결 같았다. 청와대발 사퇴 기사가 나왔을 때는 "도가 넘는 포스코 흔들기"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더 이상 회장님을 괴롭히지 말아달라"며 때로는 눈물로 호소했다.하지만 결국 임기를 1년 앞두고 정준양 회장은 최근 공식적으로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정권 교체 때마다 수장을 잃었던 포스코의 CEO 잔혹사는 또 다시 되풀이됐다.
외풍으로 인해 선장을 잃었지만 포스코호(號)는 다음 목적지를 명확히 알고 있다. 확실한 경영목표는 5년 마다 반복되는 위기 상황에서도 포스코가 최고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포스코호의 키는 한반도 너머 이역만리 밖을 가리키고 있다.
수년 간 공을 들인 해외 생산기지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간다. 포스코는 글로벌 생산기지를 새로운 미래 성장축으로 삼을 계획이다. 바로 그곳에서 또 다른 '영일만의 기적'을 준비하고 있다.
◇ 위축되는 내수시장..해외시장 개척이 '답'
올해 철강업계는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에 저가 수입재 유입으로 삼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조선과 가전 산업 등 주요 전방 수요 산업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내수 물량은 지난 2011년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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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철강 내수는 자동차 및 건설 수요의 점진적 회복과 두해 연속 감소에 따른 기저효과에도 불구하고 전년 수준에 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요 산업군이 업황을 회복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판재류 내수는 조선건조량 감소에 따른 후판 수요 부진으로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세계 철강 수요는 중국시장 회복과 맞물려 3.3% 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최대 수출 시장 가운데 하나인 동남아시아에서 5%대의 견조한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국내 시장 포화를 예측하고 해외 생산기지 구축에 많은 공을 들여온 포스코는 철강업계의 위기가 오히려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글로벌 조강생산 체제가 본격적으로 출범함에 따라 국내 수요 부진을 상쇄할 가시적인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 'U&I 글로벌 철강 라인' 가시화..인도네시아 제철소로 방점
포스코는 지난 2009년 초부터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이 때 포스코가 내세운 글로벌 핵심 전략이 바로 'U&I 글로벌 철강벨트 구축'이다. 중국과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를 연결하는 유(U)자 축과 북미와 멕시코, 브라질을 잇는 아이(I)자 축을 중심으로 조강 생산시설을 구축해 시장을 확장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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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조원이 투입된 해외 확장 전략은 올해부터 굵직한 결과물이 나오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성과가 바로 인도네시아 일관 제철소 준공이다. 인도네시아 제철소는 동남아 최초의 일관 제철소로 연산 30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포스코는 이번 생산시설 구축으로 해외 조강 능력이 기존 100만 톤에서 400만 톤으로 크게 향상됐다. 또 현재 연산 300만 톤 규모의 2고로 건설도 추진 중이다. 2고로 건설에는 33억 달러(약 3조 5000억 원)가 투입될 계획이며 예상 완공 시점은 2016년이다.
또 다른 U라인 핵심 거점인 중국과 인도, 베트남에서도 생산시설이 차례로 완공되고 있다. 지난 2011년 10월 착공에 들어간 인도 전기강판 공장은 지난 26일 드디어 공사가 완료됐다. 인도 공장에는 총 1억 4000만 달러의 투자비가 투입됐으며 연산 30만 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포스코는 인도 공장을 거점으로 현지 고급강재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다. 내년 6월에는 180만 톤 규모의 인도 현지 냉연 공장 준공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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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 투자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4월부터 중국 광둥성 포산시 소재 아연도금강판 생산 공장(CGL)에서 상업 생산에 나서고 있다. 생산된 고급 아연 강판은 중국 내 11개 전문가공센터를 통해 중국에 진출해 있는 토요타와 혼다, 닛산, GM, 폭스바겐, 현대기아차 등 글로벌 자동차사와 중국 현지 자동차사에 공급되고 있다. 포스코는 광둥 CGL 가동으로 중국 현지에서 고급 자동차강판 생산부터 가공, 판매까지 담당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I라인에 대한 투자도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1986년에 미국의 US스틸과 합작해 해외 최초의 생산기지인 UPI를 설립했다. UPI는 연산 140만톤 규모의 냉연공장으로, 자동차용 냉연강판 등 고급제품을 현지 생산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멕시코에 45만 톤 규모의 아연도금강판 공장을 세웠다. 미주 지역 자동차 메이커를 겨냥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추가 투자도 계획돼있다. 현지에서 자동차 강판 공급요청이 이어지자 지난 5월 50만 톤 규모의 제2공장을 증설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 해외 진출 전략 '제품생산은 시장근처, 쇳물생산은 광산근처'
포스코는 '제품생산은 시장근처에서, 쇳물생산은 광산근처에서' 라는 해외진출 전략에 따라 미래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상공정인 쇳물생산은 원료가 있는 광산 근처에서 진행하고, 하공정인 제품생산은 고객사가 있는 시장 근처로 진출해 빠른 속도로 시장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와 인도, 브라질에서 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자동차사와 조선사, 가전사 등 고객사들이 밀집해 있는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에는 아연도금강판공장, 냉연공장, 가공센터 등 생산시설을 구축한 것도 이런 전략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였다.
현지 영업력 강화를 위한 유통망 확충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실제 포스코는 글로벌 시장 접근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전세계 14개국에서 47개의 해외가공센터 운영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수요가 한정돼있는 국내시장을 넘어 철강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며 "글로벌 진출 원칙에 따라 U&I축을 강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해외 사업 진출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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