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업계, '새 먹거리'를 찾아라 [2014 승부수] 내실경영 속 '글로벌 공략·신성장동력 확보' 의욕
신수아 기자공개 2014-01-07 09:30:00
이 기사는 2014년 01월 03일 14: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내실 경영과 도전.'식음료 업계가 앞다퉈 발표한 신년사에는 사뭇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가 함께 자리하고 있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악화된 경영여건을 이겨내기 위해 차분히 내실을 다진다는 목표를 내세우면서도 이대로는 뒤쳐진다는 위기감이 신사업에 대한 도전 의지를 불러일으켰다.
지난 한 해를 떠올리는 홍보 담당자의 미간은 주름이 가득하다. 한마디로 '쉽지 않았다'는 표현이 딱이다. 유업계에서 시작된 '갑을 논란·밀어내기 의혹'은 전 식품 업체를 긴장하게 했다. 대형 마트의 의무휴무제도는 공교롭게도 식품업계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의·식·주' 필수재인 식음료 산업은 안정적인 수요 기반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에 이르렀으며 종합식품회사를 표방하며 사세를 키우는 업체들로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둔화된 성장률을 견인할 '용병'은 누구일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잔뜩 움츠렸던 식품 업계가 2014년 어떻게 기지개를 켤까. 신호탄은 이미 올랐다.
◇ 'Go global', 해외가 답이다
"현상유지에 머물 것인가 새 시장을 개척할 것인가는 이미 해묵은 고민이다."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시장의 파이(pie)는 한정되어 있다. 인구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식음료에 대한 소비 증가율 역시 제한적이다. 이 같은 고민이 당연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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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해외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한 다수의 업체들이 존재한다. 오리온은 중국 시장에서 초코파이와 고소미 등 주력 제품을 앞세워 연간 매출 1조 원을 넘어섰다. '바나나맛 우유'를 앞세워 중국 시장에 진출한 빙그레의 선전도 주목할 만 하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역시 중국 내에서 안정성을 내세운 프미리엄 분유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키스트'를 인수한 동원산업 역시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는 업체다. 롯데제과는 해외법인을 설립하거나 현지 제과업체를 인수하는 방법으로 중국과 러시아, 인도 베트남 등지에 진출해 왔다. 지난해에는 카자흐스탄 제과 업계 1위 업체인 라하트(Rakhat JSC)를 인수한 바 있다. 실상 모든 식음료 업체가 '해외'와 끈을 맺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매출 상위 식품업계 16곳의 해외 부문 매출은 약 5조7200억 원으로 2012년 같은 기간 대비 7.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사업은 성장의 '핵'으로 떠오르며, 가시적인 성장 가능성을 해외에서 찾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는 업체가 내년에 외형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시장은) 직진출하거나 혹은 현지 유통망을 활용해 수출에 나설 때 초기 제반 비용은 크지만 선점 효과를 십분 발휘해 안착한다면 안정적인 매출을 줄 수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즉 내수 시장에서의 제한적인 외형성장은 결국 글로벌 시장에서 만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2014년 이어질 전망이다.
김윤오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국 식품기업이 양적 성장을 이어가려면 해외로 나가야 한다"며 "한국은 선진국이며 한국에서 성장한 식품기업 또한 선진기업"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러나 해외 시장은 한국 식품업계가 공략하기 어렵다"며 "제품과 브랜드는 있으나 현지 기업의 카피 제품과 강력한 유통망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오리온과 매일유업 등은 중국 시장에서 설비 투자 및 유통망 확대에 나설 예정이며 롯데푸드 역시 자체 분유 브랜드로 매출을 키워갈 예정이다. 비비고를 앞세워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CJ푸드빌과 해외에서 바이오 사업 투자를 늘려가고 있는 CJ제일제당도 투자 속도를 늦추지는 않을 전망이다.
◇ '모 아니면 도' 신성장 동력을 찾아라
정체된 시장은 보수적인 식품업체도 움직이게 만들었다. 도전에 소극적인 식품업체들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목표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신성장 동력은 작게는 '제품의 다각화'에서부터 크게는 '새로운 분야의 사업'에 이르고 있다.
식품업계의 발걸음은 인구 구성 변화에 따라 가속도가 붙고 있다. 1인 가구 증가가 식음료의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고도 성장기에는 음식료 제품의 소비가 소품종 대량생산체제였다. 그러나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음식료의 소비 패턴은 HMR(가정식 대체식품)과 간편식품으로 이동하고 있다. HMR은 음식의 재료를 손질해 일정 수준 조리가 된 상태에서 가공·포장하기 때문에 단순히 데우거나 끓이는 과정만 거치면 음식을 완성할 수 있다.
'3분 카레'로 대표되던 레토르트 제품은 이제 국과 탕, 면, 찌개, 볶음밥 등 다양한 제품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HMR 시장의 성장성은 무섭다. 2006년 6000억 원 규모의 시장은 2012년 3조 원 규모로 5배 성장했다. 밥과 죽, 라면까지 포함한다면 시장 규모는 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련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앞선 식품업계의 관계자는 "각 식품 업체는 기존 제품과의 차별성은 물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애쓰는 상황"이라며 "부동의 1위 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경쟁의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식품 업계는 M&A 분야에서도 점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빙과류와 유제품에 강점이 있는 빙그레는 지난해 웅진식품의 인수전에 적극 뛰어들었다. 탄탄한 현금흐름을 자랑하던 빙그레는 '음료' 부문을 강화해 외형 성장을 이루겠다던 계획이었다. 재무적 투자자(FI)에게 밀려 인수전에서 고배를 맞았으나 향후 M&A 업계에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평가다.
한국야쿠르트(이하 야쿠르트) 역시 '신사업'과는 떼어놓을 수 없다. 한 우물 파기에 매진하던 야쿠르트는 골프장·건강식품·의료기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고, 지난해에는 교육 사업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베네세 코리아'를 인수하기도 했다. 식품업계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고민이 묻어난다.
종합식품회사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SPC 역시 육가공 시장에 진출했다. 육가공 업체 '알프스식품'을 인수한 SPC는 크고 작은 냉동·냉장 업체들의 매물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장의 변화는 연구개발 능력과 유관 업체 인수 등 투자 역량을 보유한 대형업체들이 시장 지위를 다질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고 있다"며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한계 극복에 나선 업체들이 새해에도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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