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글로벌본드, 6배 수요 몰린 배경은 이례적인 월요일 발행 결정으로 투자 수요 확보
서세미 기자공개 2014-01-16 08:59:49
이 기사는 2014년 01월 14일 16: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산업은행이 올해 첫 한국물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발행 당시 시장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무려 91억 달러의 주문이 쌓이면서 투자자간 경쟁이 치열했다. 수차례 한국물을 발행해 온 베테랑다운 결단력 있는 발행 결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총 91억 달러 투자 수요…월요일 선제적 발행 효과
한국산업은행은 14일 새벽 1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본드를 발행했다. 만기는 3년과 10년으로 나뉘며 각각 7억 5000만 달러씩 발행했다. 발행금리는 각각 '3개월 리보 금리(3m Libor)+62.5bp',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10T)+102.5bp'로 결정됐다.
발행을 공식 선언한 후 처음으로 제시한 금리보다 무려 17.5bp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많이 몰렸다. 이처럼 산업은행이 성황리에 글로벌본드 발행을 마칠 수 있었던 데는 '결단력'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산업은행은 지난주 금요일(10일)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치 못하게 악화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월요일(13일) 발행을 결정했다. 시장 변동성이 추가적으로 악화될 것을 대비해 선제적인 발행에 나선 셈이다.
통상적으로 한국물은 화요일부터 목요일 사이에 발행된다. 월요일에는 전주 금요일에 발표된 경제지표나 정책 등에 따른 시장 분위기를 살피는 시기다. 특히 지난주처럼 미국 고용지표 등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기대치를 못 미칠 경우 발행사 입장에서는 월요일 발행이 더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이 월요일 발행을 추진한 이유는 발행을 미루면 미룰수록 시작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당장 14일부터 웰스파고 등 주요 금융기업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어 시장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부 주관사의 만류에도 뚝심 있게 한국물 발행을 추진한 결과 산업은행 글로벌본드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모집했다.
◇ 아시아 시장 열기 통해 금리 하향 조정
투자자들의 열기는 아시아 시장에서부터 뜨거웠다. 산업은행이 전날 오전 아시아 시장에서 투자자 모집을 시작한 지 반나절도 채 안되서 아시아와 유럽에서만 70억 달러가량의 주문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저녁 무렵 3년물의 금리 가이던스를 처음에 제시했던 '3m Libor+80bp(area)'에서 '3m Libor+65±2.5bp'로 수정했다. 10년물의 경우 가이던스를 '10T+120bp(area)'에서 '10T+105±2.5bp'로 수정했다.
미국 시장을 마지막으로 투자를 마감한 14일 새벽에는 총 91억 달러의 주문이 쌓였다. 3년 만기의 경우 199개 기관에서 39억 달러, 10년 만기의 경우 210개 기관에서 52억 달러가 들어왔다. 한국물에 대한 일반적인 주문북(order book) 규모가 50억~60억 달러 정도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유례없는 투자 수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발행에 유독 아시아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왔다"며 "덕분에 금리 가이던스를 수정한 후 미국 시장에서는 비교적 여유롭게 프라이싱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대부분 발행사들이 꺼리는 월요일에 발행을 추진한 덕에 상대적으로 시장 내 발행물량이 적었다는 점도 산업은행 글로벌본드 발행에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글로벌본드 발행은 만기별로 투자자 유형이 뚜렷해 다양한 수요층 공략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다.
3년물 변동금리부 채권의 경우 은행 자금계정, 머니마켓펀드(MMF), 펀드 등의 투자 비중이 높았다. 해당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미국 정부의 양적 완화 축소로 인한 금리 상승 수혜를 누리는 한편 가격 변동성에 따른 위험을 낮은 채권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년물 고정금리채권의 경우 절대 수익률을 추구하는 보험 투자자가 39% 비중을 차지했다.
한국산업은행은 이번 채권 발행을 위해 지난해 12월 중순 주관사를 선정하고 발행을 준비해 왔다. 이번 글로벌 본드의 발행 주관은 BofA메릴린치, 바클레이즈, BNP파리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HSBC, 모간스탠리, 스탠다드차타드, KDB아시아가 맡는다. ANZ는 조인트리드매니저로 참여한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피치는 이번 채권에 대해 각각 Aa3, AA-등급을 부여했다. 이번 채권의 납입일은 오는 2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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