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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 역마진 채권영업, 딜 하나로 2.5억 손실 발전사 채권, 수수료 녹이기 심각…불공정 관행 여전

황철 기자공개 2014-02-04 09:30:00

이 기사는 2014년 01월 28일 16: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들이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IB들에게 시장인식보다 비싸게 물량을 넘겨 조달금리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액인수에 나선 IB들이 이를 헐값에 되팔아 손실을 자초하는 이른바 '수수료 녹이기'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발행사의 저금리 욕심과 증권사의 과도한 실적경쟁이 낳은 결과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남부발전 채권은 발행 당일 표면수익률보다 4~7bp 높은 금리로 팔려나갔다. 받은 수수료보다 비용을 더 치르는 역마진 영업에 나선 증권사도 많았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딜 하나로 하루 만에 2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수수료 녹이기 근절은 2012년 도입한 회사채 선진화 방안이 기대한 효과 중 하나기도 했다. 일반 회사채의 경우 수요예측 도입을 통해 이 같은 관행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하지만 일괄신고 적용을 받는 발전 공기업 채권은 과거처럼 사전 태핑(Tapping)을 통해 투자확약을 받은 후 형식적 입찰로 딜을 진행하고 있다.

◇ 발행사 저금리 욕심, 증권사 실적 경쟁이 나은 비극

한국전력공사 6개 발전 자회사는 국내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부여받고 연간 수천억 원에서 조 단위의 물량을 내놓는 회사채 시장의 대표 주자다. DCM 영업에 나선 증권사로서는 실적 관리를 위해 놓쳐서는 안 될 핵심 고객으로 통한다.

발전 공기업 간에도 초우량 발행사라는 자존심이 상당하다. 동일한 계열로 묶여 있지만 형제 기업보다 1bp라도 낮은 금리로 조달하기 위해 경쟁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수수료를 토해내며 영업을 벌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최근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는 아예 수수료 녹이기를 넘어서 상당한 손실을 감수한 사례도 발생했다. 한국남부발전은 21일 만기 5년물 1500억 원, 10년물 500억 원어치를 찍었다. 이 채권은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동부증권, 한국투자증권, HMC투자증권, KTB투자증권이 총액인수해 투자자에 넘겼다.

수수료 녹이기

이 중 10년물 500억 원은 한국투자증권이 단독으로 인수했다. 발행금리는 3.80%였다. 불과 나흘 전 계열 중 맏형 뻘인 한국수력원자력이 발행한 10년물 표면수익률 3.86%보다 6bp나 낮았다. 발전 공기업 간 금리에 대한 경쟁심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리에 맞춰 투자 수요를 물색했던 것도 아니다. 한국남부발전 10년물 채권은 발행 당일 장외 시장에서 표면수익률(3.80%)보다 6bp나 높은 3.86%에 거래됐다. 한국투자증권 입장에서는 발행수익률과 매매 금리 차이만큼 손실이 발생했다.

표면금리는 연간 수익률이기 때문에 수수료 녹이기 수준이 같더라도 만기가 길수록 거래단가는 더 크게 떨어진다. 해당 채권 만기가 10년인 점을 감안하면 총 손실 규모는 무려 60bp(6bp x 10년)에 달한다.

한국투자증권이 인수 대가로 받은 수수료 20bp의 세 배 정도가 날아갔다. 거래단가는 권면금액 1만 원보다 49원 떨어진 9951원에 그쳤다. 발행액 500억 원 기준 약 2억4500만 원 가량의 손실이 났다. 인수 수수료 1억 원을 감안해도 1억4000만 원 가량의 역마진이 발생했다. 매출 과정에서 채권 가치 산정에 복잡한 산식으로 적용하면 일정부분 상쇄되는 부분이 있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5년물 채권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수수료 녹이기를 통해 팔려 나갔다. 증권사 인수분은 발행 당일 표면수익률 3.49%보다 4.2bp 높은 3.532%에 거래됐다. 만기를 감안한 손실 규모는 21bp로 수수료 수준을 넘어섰다.

17일 한국수력원자력이 발행한 41회차 채권도 마찬가지였다. 만기 3년물 표면 금리는 3.12%였다. 발행 당일 장외시장 거래금리는 이보다 7bp 높은 3.19%를 나타냈다. 만기 3년을 감안하면 21bp 정도의 매매손실이 발행했다. 수수료 20bp를 웃도는 역마진 영업에 나선 것이다.

10년물 채권도 발행금리 3.86%보다 평균 1.4bp가량 높은 3.874%에 팔렸다. 수수료 20bp의 약 절반에 이르는 14bp가량의 매매손실이 발생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채권은 KB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대우증권, 대신증권, 교보증권, 한양증권, 하이투자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했다.

◇ 현행 일괄신고제도 개선 필요 지적도

시장에서는 발전 공기업 채권에서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수수료 녹이기가 현행 일괄신고제도의 맹점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로 보고 있다. 공정한 가격 결정을 위해 도입한 수요예측 대신 사설 입찰 제도를 활용하면서 사전 매출 확약과 같은 부적절한 관행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채권은 대부분 과거와 같이 메신저나 유선을 통해 매출 확약을 받은 후 요식 행위로 전자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여전히 발행수익률보다 높은 매출 금리를 제시해 사전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발전 공기업 간 금리 경쟁은 과거부터 유명했고 지금까지도 계열보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조건으로 조달하기 위해 눈치보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라며 "국내 최고 발행사로서 증권사와의 협상력에서도 철저한 우위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여기에 IB간의 실적 경쟁까지 맞물려 수수료 녹이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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