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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그룹, '임창욱+박성칠'의 확장 DNA, 무얼 노리나 [지배구조 분석] 2009년 이후 다각화 매진, 3세 후계승계와도 '연관'

문병선 기자공개 2014-02-06 08:15:32

이 기사는 2014년 02월 04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상그룹이 장류 등 전통적인 식품사업에서 벗어나 연관 사업으로 다각화를 전개한 시기는 2009년부터다. 그 이전 건설회사, 정보통신(IT) 회사, 편의점 사업 등에 진출하긴 했으나 본업인 식품사업과 연관된 사업으로 다각화를 집중한 시기가 2009년이다.

재계에 비교적 보수적 기업으로 알려져 있던 대상그룹이 왜 이 시기에 개방적 사업 개척에 나섰는지에 대해서는 두가지 해석이 있다. 하나는 '박성칠 효과'다. 삼성전자 출신인 박성칠 전 대상㈜ 사장(현 동원F&B 사장)이 2008년 12월 부임한 이후 약 3년간 회사를 바꾸어놓았다는 시각이다.

또 하나의 해석은 3세 경영수업이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 임상민 상무가 경영수업을 시작한 시기가 2009년이다. 그는 그룹 경영혁신 관련 업무와 전략기획 업무를 수행하다 2010년 8월 영국으로 유학길에 올랐고 이후 2012년 10월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직급 부장)으로 복귀했다. 2009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혼한 장녀 임세령 상무는 2010년 6월 대상에이치에스(대상HS, 옛 와이즈앤피) 대표에 취임했다. 임 상무는 이후 2012년 12월 대상 식품사업총괄 부문 크리에이티브디렉터(직급 상무)로 임명됐다.

아무래도 자녀들의 신변에 변화가 생기자 부친인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다각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시각이다.

어떤 해석에 방점을 둘 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런 사건들은 누군가 의도했다기보다 필요성이 맞아떨어졌다고 보는게 일반적이다. 대상그룹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이런 우연은 절묘하게 어우러져 대상그룹에 '확장 DNA'를 심어놓게 됐다.

대상그룹 지배구조(2014년초)

박성칠 사장이 대상㈜ 사장으로 임명된 2008년 12월 이후 대상그룹의 인수합병(M&A)은 몰라보게 많아졌다. 그래서 박성칠 사장 부임 이전과 현재의 지배구조는 판이하게 다르다.

구체적으로 2009년 과일잼 및 과일차 제조·판매 회사인 복음자리를 인수하고 천일염 제조 법인인 신안천일염을 설립했다. 외식업체인 와이즈앤피(현 대상HS)도 2009년에 설립됐다. 2010년엔 유기농식품 프랜차이즈 유통업체로 유명한 초록마을을 인수했다. 식자재 유통업체인 대상베스트코(옛 다물FS)가 설립된 시기는 2010년 2월이다. 대상베스트코는 2012년 무려 16개 중소 식자재업체를 합병했다. 2012년엔 정풍, 그리고 2013년엔 진영식품을 차례로 인수했다.

인수 성적표는 '절반의 성공, 절반의 실패'다. 초록마을은 980억 원대 매출액과 3억 원의 영업손실(2010년말)을 기록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1300억 원대 매출액을 올리는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복음자리, 정풍, 진영식품의 실적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대상베스트코는 3000억 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리고 있으나 100억 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 중이다. 대상HS의 성적도 신통치 않다.

'박성칠 효과'는 대상㈜의 실적에서 오히려 선명히 부각된다. 2008년말 1조3736억 원의 매출액과 526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던 대상㈜은 2012년말 2조4797억 원의 매출액과 132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게 된다.

이런 박성칠 효과는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투자 의욕과 불가분의 연관성을 갖고 있다. 임 회장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경영에서 한발 물러나 있는 듯 보이지만 유티씨앤컴퍼니라는 투자회사를 통해 박 사장의 기업 인수합병(M&A) 전략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 실적이 크게 좋아진 초록마을도 사실 유티씨앤컴퍼니가 처음 인수했다가 이를 대상홀딩스에 되판 기업이다. 임 회장은 아직도 초록마을 지분 20.55%를 보유 중이다.

임 회장이 이 즈음 여러 회사에 투자하고 대상그룹의 확장 전략을 재가한 건 두 딸의 미래와도 연관이 있다는 관측이다.

대표적인 기업은 식자재 유통 회사인 대상베스트코다. 대상㈜이 지분 70%를 들고 있으나 임 회장과 두 자녀도 각각 10%씩 지분을 갖고 있다. 장녀 임세령 상무가 대표로 있는 대상HS 역시 비슷한 시기에 지분 절반을 임 상무에게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당시 가장 규모가 컸던 인수합병에 대부분 오너 일가의 지분이 함께 들어가 있다는 건 우연의 일치만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대상그룹 지배구조(2010년말)

이 외에도 임 회장은 유티씨앤컴퍼니를 통해 영상 사업과 교육 사업에까지 발을 들여 놓았다. 당시 유티씨앤컴퍼니가 투자한 회사와 더체인지(현 디지탈아리아)라는 회사를 통해 투자한 기업 수만 20여개에 이른다. 지금은 대부분 정리했으나 사업을 늘려야겠다는 판단은 당시만해도 매우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대상그룹은 후계로의 지분 승계가 이미 완료된 그룹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분을 증여해 지금은 차녀 임상민 상무가 1대주주(38.36%)에 올라 있다. 장녀 임세령 상무는 2대주주(20.41%)다. 그러나 두 자녀간 계열분리는 아직 윤곽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임 회장이 아직 젊은 데다 두 딸 역시 승계를 받기엔 이른 나이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09년부터 차녀로의 후계승계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 많았다"며 "대부분 그룹은 자녀로의 교통정리를 염두에 두고 계열사를 늘려간다"고 말했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박성칠 사장 부임 이후 여러 변화가 있었다"며 "후계 문제와는 무관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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