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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위상 높였지만, 삼성물산의 '벽' 실감 현대建, 오버부킹 후 증액…삼성물산, 1조 청약으로 '화답'

정준화 기자공개 2014-03-04 11:43:44

이 기사는 2014년 02월 28일 15: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회사채 발행은 수요예측 전부터 시장의 특급 관심사였다. 건설업계 1, 2위 기업이자 재계 선두권인 '삼성'과 '현대자동차'라는 대결 구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현대건설로서는 해볼 만한 경쟁이었다. 업계에 휘몰아친 해외사업 부실의 여파에서 비껴나 독보적인 실적을 쌓았다. 현대자동차그룹 편입 후 재무구조도 안정됐다. 실제로 현대건설은 모처럼 국내 최대 건설사에 걸맞은 대접을 받았다. 북-빌딩(Book Building)에서 청약까지 이번처럼 투자자 모집이 순조로웠던 적은 드물었다. 일부 기관은 무려 1000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몰빵했다.

하지만 지난해 회사채 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 청약을 이끌었던 삼성물산은 역시 '넘사벽'이었다. 이번에도 1조 원어치가 넘는 기관 수요가 모였다. 건설사 디스카운트는 이들과는 상관없는 얘기였다. 국내 최대 그룹 '삼성'이라는 이름값만으로도 충분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그룹 내 중추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업계 맏형 현대건설이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회사채 시장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위상을 뽐냈지만 삼성물산의 벽을 넘기엔 아직 부족했다.

◇1.1조 삼성물산 vs 2000억 현대건설...삼성 '압승'

삼성물산이 지난 27일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4000억 원 회사채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희망금리밴드 내에 1조 1000억 원에 달하는 기관투자가 수요가 몰렸다. 회사채 수요예측에 1조 원이 넘는 기관 수요가 몰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대형 건설사들의 잇따른 '어닝 쇼크'로 인해 이번 수요예측 결과에 대한 일부 우려도 있었으나 결과는 대흥행이었다.

이번 회사채는 만기 3년물 2500억 원과 5년물 1500억 원으로 나눠 발행한다. 3년물에는 25여곳의 기관이, 5년물에는 20여 곳 기관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연기금, 보험사, 운용사, 은행 등 다양한 기관투자가가 참여했다.

이들이 제시한 금리도 삼성물산 개별민평 보다 낮은 수준이 많았다. 이를 반영해 삼성물산은 개별민평 보다 5bp 가량 낮은 수준에서 최종 금리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수요예측 전 3년물의 금리 상단을 '개별민평+7bp', 5년물의 금리 상단을 '개별민평+8bp'로 제시했다

삼성물산의 회사채 '대박'은 앞서 비슷한 시기에 회사채를 발행한 현대건설과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차이를 보였다.

현대건설은 당초 1000억 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계획했지만 수요예측에서 1900억 원 기관 수요가 몰리자 2000억 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건설사들이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여건인 점을 감안할 때 현대건설의 회사채 발행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했다.

다만 뒤이어 회사채 발행에 나선 삼성물산에 비해서는 투자수요나 조건 등 여러 면에서 뒤쳐졌다는 평가다.

일단 참여 기관수가 5개사로 적었다. 국민연금이 1000억 원어치 참여한 덕에 오버부킹은 됐지만 반대로 국민연금이 없었다면 미배정을 면치 못했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최종 금리도 현대건설 개별민평에 3bp를 가산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반면 삼성물산은 수요예측 흥행을 등에 업고 근래 건설사 중 드물게 개별민평 보다 낮은 수준에서 최종금리를 확정지을 예정이다.

◇ 현대건설 실적 좋았지만...삼성은 '넘사벽'?

건설업계 1위인 현대건설은 지난해 실적 면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압도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13조 9383억 원, 영업이익 7829억 원을 기록했다. 직전 연도 대비 매출은 4.6%, 영업이익은 4.3% 늘어난 수준이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부문 손실로 인해 적게는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 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에 비해 상당히 양호한 성적을 거뒀다는 호평이 뒤따랐다. 특히 해외 대형 공사에서 본격적인 매출 증가가 나타난 점이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반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큰 폭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3조 4413억 원으로 직전 연도에 비해 50.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476억 원으로 18.6% 줄었다. 현대건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영업이익이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도 2.6%로 직전 연도보다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실적에서의 열위에도 불구 회사채 시장에서 삼성물산이 현대건설 보다 각광을 받은 것은 삼성물산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위상 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삼성물산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율을 7.81%로 확대했다. 2분기 말까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던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2대 주주로 등극한 것.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그룹 내 대부분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데다 자사주 규모도 커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 과정에서 주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건설 부문을 하나로 묶어 전자 등과 함께 그룹의 주축으로 만들겠다는 장기 플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건설뿐만 아니라 상사부문도 갖추고 있다는 점도 회사채 흥행의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물산 상사부문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14조 9921억 원으로 직전 연도 대비 8.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857억 원으로 35.8% 증가했다. 수익성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개선세를 보이면서 상사부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삼성물산을 단순한 건설사로 바라보지 않는다"며 "그룹 내에서의 지위가 공고하고 수익성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상사부문도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편입된 이후 실적도 개선되고 신용도도 보강됐지만 삼성물산을 넘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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