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GDR, '재무개선' 카드될까 태양광 부진, 차입금 충당...부채비율 200% 눈앞
김익환 기자/ 한형주 기자공개 2014-03-10 08:35:00
이 기사는 2014년 03월 06일 18: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케미칼이 최소 3억 달러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을 추진하는 것은 재무구조 개선과 신규 투자비용 조달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사업 부진으로 재무 상태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화케미칼의 부채비율(연결)은 187.3%로 전년보다 15.6%p 올랐다. 2009년 132.1%를 기록한 이래 해마다 뚜렷한 상승세다.
커버리지 지표인 순차입금 대비 상각전 영업이익(순차입금/EBITDA) 비율도 지난 2011년 2.3배, 2012년 6.9배, 지난해(9월 말 기준) 9.7배로 지속적인 오름세다. 재무지표 악화는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에 더해 태양광 부문의 부진이 초래했다.
한화케미칼은 2010년 한화솔라원, 2012년 한화큐셀을 나란히 인수하며 태양광 사업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태양광 시황이 급격히 꺾이면서 두 법인 모두 무더기 손실을 냈다. 한화솔라원은 지난해 1557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화큐셀 독일법인(Hanwha Q CELLS Gmbh)의 순손실폭도 516억 원에 달했다.
태양광 사업에서 잇따라 적자가 나자 한화케미칼은 부족한 현금을 차입으로 메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말 총 차입금은 5조 5136억 원으로 전년보다 3989억 원 급증했다. 자기자본(4조 4500억 원)을 웃도는 차입금으로 인해 한화케미칼은 해마다 2200억 원 내외의 이자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979억 원. 영업해서 번 돈으로 이자비용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순이익의 경우 전년보다 손실폭을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795억 원)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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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익 구조로 한화케미칼이 그간의 공격적인 국내외 투자를 지속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기업평가는 "2011년 상반기 이후 석유화학 시황 부진 등에 기인한 영업 수익성 저하와 더불어 태양광 사업을 위시한 투자 부담 확대 영향으로 차입금 커버리지 지표가 다소 약화됐다"고 평했다.
지난해부터 선진국 경기지표가 개선되고 중국 합성수지 수요가 늘어나는 등 긍정적 요인도 있다. 다만 향후 중국의 감속 성장 등 뚜렷한 수요 견인 여력이 없어 단기간 내 유의미한 업황 개선이 나타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오는 5월과 10월 만기도래하는 총 19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도 갚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신용등급(A+, 안정적)으로 양극화가 심화된 회사채 시장에서 성공적인 자금 조달을 장담할 수 없을 뿐더러 추가로 차입을 늘려 채무를 상환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처럼 제한적인 재무 여건 때문에 자본을 확충할 수 있는 에퀴티 딜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화케미칼은 유상증자보다 발행 비용이 적고 해외 투자자 기반을 넓힐 수 있는 GDR을 택했다. 재무비율 개선과 더불어 북미 셰일가스 기반 에탄크래커 사업 진출 등 해외 신규 투자에 쓰일 비용을 마련하는 것도 DR 발행의 또 한 배경이다.
한화케미칼은 골드만삭스와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 외국계 IB에게 맨데이트를 부여하고 딜 구조를 논의하고 있다. GDR 발행금액은 3억~5억 달러로 예상된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부채비율이 10~20%p가량 떨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케미칼의 GDR 발행 효과에 대해 증권업계에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는 게 주된 우려다.
이다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대 5000억 원의 자금 조달을 가정할 경우 EPS(주당순이익)가 15% 넘게 감소할 것으로 보여 향후 주가에 부정적"이라고 진단했다. 외국계 증권사인 모간스탠리도 "DR 발행시 부채율 완화 효과는 기대할 수 있으나 기존 주주에겐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한화케미칼의 부채가 LG화학을 비롯한 동종업체 대비 여전히 많고, 이는 성장 모멘텀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EPS 희석보다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 요인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태양광 부문의 연내 흑자 전환, 석유화학과 건자재 등 주요 사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올해 한화케미칼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200% 넘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DR 발행에 따른 희석을 감안해도 EPS는 결국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화케미칼은 지난해 장교빌딩·한화빌딩과 한화생명 지분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하는 등 DR 발행과 별도로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유 중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48.70%) △한화L&C 지분(100%) △에이치컴파운드 지분(100%) △한화드림파마 지분(100%) 등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해당 자산 유동화에 시간이 걸리는 데다 한화케미칼이 투자를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인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화케미칼은 미국 루이지애나에 셰일가스 합작투자와 이라크 에탄·천연가솔린 분해설비 투자를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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