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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연봉공개' 숨기고 피하는게 능사인가

이진우 부장(산업팀장, 건설금융팀장)공개 2014-04-11 08:16:56

이 기사는 2014년 04월 10일 11: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당신도 나중에 사장, 부사장, 전무가 되면 이 정도 연봉을 받는거야?", "와, 그렇게나 많이 받나?. 좋은 회사네", "고연봉 등기이사 한명 줄이면 신입사원을 몇명이나 뽑을 수 있는거지?".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등기임원의 리스트가 공개된 이후 여진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요즘도 점심, 저녁자리에서는 정체불명의 북한산 무인항공기보다 '연봉' 이야기가 먼저 메뉴로 등장한다. 언론들은 연일 누가 얼마를 받았는지, 어디가 많고 적은지 기사를 쏟아낸다. 특히 일부 오너나 최고경영자(CEO)들이 수십억원에서 최고 3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사실이 공개되면서 과연 이게 합당한 수준이냐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당사자들은 곤혹스러울 수 있지만 고연봉을 바라보는 일반인들 입장에선 궁금한 것도, 부러운 것도, 찝찝한 것도 많다. 연봉의 적정성을 떠나 많은 사람들이 평생 만지지도 못할 돈을 딱 1년만에 벌고 있는 점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

이런 와중에 '성과 보상'이란 원칙은 오간데 없다. 단순히 누가 많이 받고, 덜 받고 하는게 이슈일 뿐이다. 흥미로운 것은 기업별로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이다. 고연봉 등기임원이 적은 대기업 직원들은 본인이 적게 받는 것도 아닌데 민망해 한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가 엄청 짜다는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내가 열심히 일해서 나중에 고위직으로 올라가도 상대적으로 적은 연봉을 받게 된다는 점도 뭔가 찜찜할 수 있다. 한마디로 기업별로 직원들의 사기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식의 여론의 반응은 또다른 부작용을 낳는 악순환의 원인을 제공한다. 배 아파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등기 임원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신분을 바꾸거나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다른 편법 마련에 골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등기임원의 연봉공개는 도덕적 해이를 막고 경영의 투명성을 더 높여보자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가 '수익창출'인 만큼 성과를 내고 있는 경영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나 등기임원은 경영상의 법적책임까지 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어떤 일을, 하루에 몇시간이나 하고 있는 지의 잣대를 대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연봉공개가 무슨 판도라의 상자처럼 대기업 경영자의 연봉을 모두 까발려 파렴치한 것처럼 바라보거나, 부러움 또는 시기의 대상으로만 삼아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연봉공개를 철회하는 것은 합당하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기업들 입장에서도 단순히 연봉의 과다에만 관심을 갖는 여론에 대해 '너무 수준낮다'고 서운해 할일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설득력 있게 이해를 구해나가는게 정답이다.

제도의 취지가 도적적 해이를 막고 경영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된다. 실적이 좋으면 그에 상응한 성과를 보상해 주면서 "이 사람은 이래서 이 정도의 연봉도 아깝지 않다"고 만천하에 공개하고, 실적이 나쁘면 여론이 이해해 줄 수 있는 수준의 대우를 해주면 된다. 혹시나 실적과는 관계 없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론이 이를 알아주지 않으면 또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주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의 취지와는 반대로 우리 사회의 불신과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게 하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다. 앞으로도 매년 연봉이 공개되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기업들이 스스로 도덕적 해이를 자제하고 합리적 보수를 제공하려는 태도를 보이면 여론도 '절대금액' 보다는 '그 이유'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고연봉의 이유'가 떳떳하면 된다. 연봉공개 자체를 숨기려 하거나 피하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제 겨우 첫 걸음을 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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