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4년 04월 11일 08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이천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대강당에서 진행된 정기 주주총회장에서 뜻밖의 사건이 벌어졌다. 사업 확대를 위해 추진했던 정관 변경이 쉰들러의 반대로 부결된 것. 주주총회가 끝난 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포장공 사업 등 신규 사업 항목을 정관에 추가하지 못하면서 올해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쉰들러가 쾌재를 부를 것 같았지만 속사정은 그게 아니었다. 이날 주주총회를 마지막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카드'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쉰들러는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에 불참하면서 입지가 좁아졌다. 주총에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신사업 진출을 막은 것 외에 쉰들러가 얻은 이익은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2003년 한국에 첫 발을 내딛은 쉰들러의 계획은 단 하나였다. 현대엘리베이터 승강기 사업부 인수. 하지만 2011년 현대엘리베이터와 '회계장부열람 가처분' 소송전을 시작하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가 맺은 파생상품 계약이 회사 가치와 주주 권리를 훼손할 수 있다며 자신들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는데 집중했다.
문제는 쉰들러가 정당성 입증에 공을 들이는 사이 중요한 사실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엘리베이터 사업을 하려던 본래 목적은 점차 희석되고 현대엘리베이터와의 분쟁에만 몰두한 듯 보인다. 결과적으로 엘리베이터 사업부를 인수하지도 못했고, 주주 권리 실현이라는 명분으로 제기한 6건의 소송 중 5건에서 패소해 정당성을 증명하기도 어려워졌다.
현대엘리베이터와 쉰들러의 소송을 오랫동안 지켜본 관계자들은 "쉰들러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일찌감치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고 홍콩 등 다른 아시아 시장 개척에 집중하거나 한국 법인을 활용해 독자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면 지금보다 많은 것을 얻지 않았겠냐고 반문한다.
일각에서 한국 시장 철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쉰들러 측은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모양이다. 올해 승강기 설치대수 50만대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고, 세계 4위 수준으로 성장한 한국 승강기 시장은 충분히 탐날 만하다. 하지만 이미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이 포화상태에 다다른 만큼 이제와서 사업을 확장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최근 쉰들러 회장이 한국 시장을 두고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쉰들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그리 많지 않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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