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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 업계의 암운 '과당 경쟁' [thebell note]

김시목 기자공개 2014-04-18 08:49:00

이 기사는 2014년 04월 16일 11: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부동산신탁사들은 지금 생존을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저가 수탁도 마다하지 않고 일감 확보에 여념이 없습니다."

얼마 전 취재에서 만난 부동산신탁사 관계자는 업계 상황을 이같이 전했다.

부동산신탁업계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그의 고충에 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부동산신탁사 전체가 일감확보를 위해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한국토지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등 대형 부동산신탁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 결과 부동산신탁사들의 안정적 수익원이던 담보신탁의 지난해 보수는 2010년(530억 원) 보다 뒷걸음질친 445억 원에 그쳤고,보수율은 0.01%까지 떨어졌다.

물론 부동산신탁사들이 발표한 전체 실적만 놓고 보면 다소 과장된 푸념으로 보일 수 있다. 11개 부동산신탁사들은 지난해 영업수익(매출) 4491억 원, 영업이익 1651억 원, 순익 1222억 원을 기록했다. 모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치를 나타냈다. 적자를 기록한 부동산신탁사들이 단 한 곳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다. 순익이 증가한 이유는 고수익·고위험 사업인 개발신탁에 눈을 돌린 결과다. 업체간 경쟁이 심해지자, 부동산신탁사들은 개발신탁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차입형과 관리형 등 토지신탁의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 개발신탁에서 거둔 신탁보수는 1663억 원으로, 2010년(821억 원)의 2배 이상에 달했다.

과거 대한토지신탁과 한국토지신탁 등 개발신탁에 강세를 보였던 부동산신탁사들은 대부분 한 차례씩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모두 개발신탁이 부실화된 탓이다. 몇몇 신탁사는 아직까지 그 후유증을 앓고 있을 정도다. 심지어 어느 한 대형 부동산신탁사는 아직까지도 부실을 온전히 정리하지 못하고 신규사업으로 메우는 식으로 겨우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올해부터 무궁화, 코리아, 국제신탁 등 신생 3개사도 차입형 토지신탁사업을 할 수 있게 돼 더욱 극심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신생 업체들의 일감 확보를 위한 저가수주 결과는 이들 업체뿐만 아니라 부동산신탁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불과 몇 년 전 하나자산신탁의 저가 수탁 공세가 신탁보수율을 크게 낮추지 않았던가.

업계에서는 과당경쟁으로 인한 사업 부실이 궁극적으로 부동산신탁업계를 공멸시킬 수 있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지금 부동산신탁업계에 시급한 것은 진입장벽을 낮춰 신탁사 간 경쟁을 부추기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공존할 수 있는 '새판 짜기'를 유도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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