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롯데의 각기 다른 해외사업 '셈법' [신동주·신동빈 헤게모니 경쟁]③롯데제과 M&A로 신생국 공략 · ㈜롯데 미국·태국 등 합작사 경영 주도
신수아 기자공개 2014-06-10 08:51:00
이 기사는 2014년 06월 03일 17: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 각 국에서 한·일 롯데그룹 제과 계열사가 공동 출자해 함께 경영했던 합작사들이 지분 관계를 정리하면서 한국 롯데제과나 일본 ㈜롯데 아래로 나뉘어 편입되고 있다. 제과 사업을 두고 한·일 양국이 '기싸움'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터라, 일련의 움직임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최근 롯데제과는 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일부 아시아 국가 합작사의 보유 지분을 일본 롯데홀딩스(㈜롯데의 100% 지배회사)에 넘겼다. 이어 인도네시아 합작 법인의 지분율도 2%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전량 손상처리해 사실상 사업 의사를 접었다. 향후 세 국가의 롯데그룹 제과 사업은 일본 ㈜롯데가 이어갈 예정이다.
반면 롯데제과는 중국 사업의 지배구조를 정비하며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핵심 사업 법인인 베이징(북경)의 롯데 차이나 푸드(Lotte China Foods)를 '종속법인'으로 편입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이미 지난 2010년 5월 베이징법인의 경영권을 일본 ㈜롯데로부터 인수 받았다.
이처럼 본격적으로 '제 갈길 가기' 채비에 나선 양사의 행보는 단순히 지분을 교통 정리하는 차원을 넘어선다는 분석이다. 현재 약 20개 국가에 생산·판매 법인 둔 한·일 롯데의 해외 사업의 분포를 살펴보면, 현재 경쟁과 견제가 동시에 이뤄지며 독자영역 구축이 이어져오고 있다.
◇ 일본 ㈜롯데 '합작→생산법인 확대', 한국 롯데제과 '합작→M&A'
한국 롯데제과와 일본 ㈜롯데의 제과 사업이 명확하게 분리 되지 않았을 무렵 세워진 미국 생산 법인 롯데 유에스에이(Lotte U.S.A. Inc, 1987)와 타이 롯데(Thai Lotte Co. Ltd, 1989)는 현재까지도 일본 ㈜롯데의 100% 해외 계열사로 운영되고 있다. 두 법인 모두 생산 공장을 갖추고 껌과 비스킷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태국에 신공장을 건립하기도 했다.
1967년 세워진 한국 롯데제과는 초기 일본 ㈜롯데의 한국 자회사 형태로 운영됐기 때문에 양사의 역학관계는 현재와 달랐다. 이후에도 해외 진출은 대부분 한·일 롯데의 합작으로 이뤄졌다. 롯데제과와 ㈜롯데가 대략 절반씩의 지분을 출자해 공동으로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형태였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지분 관계가 정리되고 있는 말레이시아·필리핀·인도네시아·중국 등의 현지 법인이다.
2002년 연매출 1조 원의 벽을 넘어선 롯데제과는 이듬해부터 해외 진출 전략을 대폭 수정하며, 양국간 해외 시장 판도는 미묘한 변화가 시작됐다.
롯데그룹 내부 관계자는 "94년 한·일이 손잡고 중국에 진출했으나 일본 롯데가 현지 생산 공장을 설립했고 수출 주도권이 일본 롯데로 넘어가 2000년 초반까지 이러한 분위기가 이어졌다"며 "성장을 거듭하며 덩치를 키운 롯데제과가 해외 시장을 독자적으로 개척해 나갈 필요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한국 롯데제과는 2004년 인도의 패리스사를 인수하며 M&A를 통해 해외 사업 규모를 확대한다. 첫 사례가 인도의 패리스(Parrys, 現 Lotte India Co., Ltd)다. 이후 2008년 베트남의 비비카 코퍼레시션(BIBICA Corporation), 2011년 파키스판 콜슨(Kolson), 2013년 카자흐스탄 라하트(Rakhat)를 줄줄이 인수해 독자 진출에 나섰다.
같은 기간 일본 롯데 역시 2010년 초콜릿으로 유명한 미국 크래프트의 폴란드 소재 사업부 베델(Wedel)을 인수했으며, 브라질에도 판매 법인 롯데 브라질(Lotte Do Brasil Alimentos Ltda)을 세웠다.
즉 합작 형태로 진출했던 미국·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 등에선 일본㈜롯데가, 자금력을 앞세워 M&A를 통해 신규 진출한 파키스탄·카자흐스탄·인도 등에선 롯데제과가 사업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처럼 동종 업계가 해외 사업에서 미묘하게 각자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은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서로를 견제 하는 동시에 사업 확장 측면에서는 경쟁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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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싱가포르·베트남, '공생'과 '경쟁' 합작관계 변화 오나
여전히 '공생'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지역도 존재한다.
2008년 한·일 롯데가 함께 인수한 길리안(Guylian)이 대표적이다. 이후 길리안을 인수하기 위해 한국 롯데제과와 일본 ㈜롯데는 각각 51%, 49%의 지분을 출자해 지주회사로 롯데 컨펙션너리 유럽 홀딩스(Lotte Confectionery Europe Holdings)를 설립한다. 현재까지 유럽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여겨지고 있다. 길리안의 초콜렛 브랜드를 활용해 주도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은 한국 롯데제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절반 가량의 지분을 태운 일본 ㈜롯데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편 싱가포르의 경우 2011년 한국과 일본 롯데가 각각의 판매 법인을 설립하며 진출했다. 롯데제과는 5월 롯데 컨펙션너리(Lotte Confectionery (S.E.A))를 설립했으며, 11월 일본 ㈜롯데 역시 롯데 싱가포르(Lotte Singapore Pte. Ltd)를 세웠다. 물론 양사가 보유한 롯데 제과 제품의 판권이 달라 취급 품목은 다를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싱가포르의 경우 동남아시아 시장의 벤더(Vendor) 역할을 하는 창구이기도 해 동남아시아 사업의 중간 도매상 설립 차원에서 별도로 설립했을 가능성도 있다.
롯데 베트남(Lotte Vietnam)의 경우 96년에 한국과 일본 롯데가 약 4대 6의 비율로 출자해 설립했다. 현재 실질적인 사업은 일본 롯데가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7년 롯데제과가 베트남의 2위 제과업체 비비카(BIBICA Corporation)의 지분 38.6%를 취득하며 시장에 진출하며 독자적인 기반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로도 초기 양사의 합작 법인 지분 정리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한·일 양국이 5대 5의 비율로 출자했던 대만의 롯데 타이완(Lotte Taiwan)의 경우도 여전히 공동 운영 중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해외 사업이 정비 되는 과정에서) 제과 사업의 모태가 일본 롯데라는 점은 범 그룹 차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일 것"이라며 "해외 시장은 시장 규모·인프라·제품 선호도 등에 따라 국가별로 공략하는 전략이 제각각 달라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소모전을 피한다는 내부적인 공감대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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