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없는 기금운용위원회, 이대로 좋은가 [기로에 선 국민연금]⑤대표성만 강조…교육 프로그램 도입 시급
송광섭 기자공개 2014-06-26 12:08:00
이 기사는 2014년 06월 11일 15: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관한 최고 심의·의결기구다. 실무 담당 조직인 기금운용본부가 안건을 상정하면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공적 연금 특성상 대표성을 지닌 인물들로 구성돼 있다. 그러다 보니 각계각층을 대변한다는 순기능과 전문성이 취약하다는 역기능이 공존한다.대다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성에 치우친 나머지 기금운용본부의 무리한 투자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거나, 탄력적으로 기금을 운용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고자 해외 연기금의 경우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 기금운용위원회, 전문성 결여…교육 프로그램 도입 필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총 20명이다. 위원장인 보건복지부장관을 비롯한 기획재정부차관, 농림축산식품부차관, 산업통상자원부차관, 고용노동부차관, 국민연금공단이사장 등 당연직위원 6명과 사용자대표(3명), 근로자대표(3명), 지역가입자대표(6명)가 추천한 위촉위원 12명과 관계전문가 2명으로 구성돼 있다. 가입자가 2000만 명이 넘는 국민연금의 특성을 감안해 대표성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기금운용위원회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하부 위원회가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다. 기금운용위원회의 회의 안건을 사전에 심의하고 기금운용에 대한 모니터링으로 전문성을 보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인력 구성은 대동소이하다. 6명의 당연직 위원이 장관급이 아닌 차관급이라는 게 차이점이다. 사용자대표와 근로자대표, 지역가입자대표가 위촉위원 12명을 추천하는 방식도 같지만, 전문성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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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금운용위원회와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례로 기금운용위원회가 열리는 횟수는 1년에 4~6회에 불과해 위원들이 자료를 면밀히 검토할 만한 시간이 부족하다. 위촉위원의 경우 소속 단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교체되고 있다.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사례도 많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될 경우 정보와 전문성을 갖춘 기금운용본부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할 뿐 아니라, 기금운용본부의 탄력적인 기금운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 기금운용의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기금운용위원회가 정보의 비대칭으로 본연의 역할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대표성을 상징하는 기금운용위원회는 국민연금의 보험료 수납에 정당성을 부여해주는 조직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현재 위원들을 기금운용 전문가로 교체를 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안은 교육과 학습을 통해 기금운용위원들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국민연금도 위원들의 전문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5월 ‘제1차 기금관리포럼'을 개최했다. 대상은 기금운용위원회와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위원, 정부관계자들이다. 안건 분석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게 목적이다. 올해 6차례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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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PIB, 과학교사 출신 70대 여성이 투자위원 활동
이와 관련해 업계 전문가들은 캐나다 국민연금(CPPIB)이나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등 해외 연기금의 사례를 참고하라고 조언한다.
원종욱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은 "CPPIB에는 한 평생 과학 교사를 하다가 퇴직 후 투자위원회에 합류한 70대 여성 위원이 있다"며 "10년 동안 투자 업무를 담당하면서 꾸준히 교육을 받다 보니 교사 출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문성이 뛰어났다"고 전했다. 원 연구위원은 "CalPERS에도 소방관 출신의 투자위원이 있는데, 자산배분에 대한 식견이 전문가 못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해외 연기금의 경우 국민연금과 달리 비전문가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이 잘 갖춰져 있다. 네덜란드 공무원연금(ABP)은 매년 운용역과 위원 등 100명을 토론토대학의 기금관리국제센터(ICPM)와 뉴욕 맨해튼에 파견해 교육시키고 있다. 심지어 위원들 간 상호 평가를 통해 자격 미달인 위원들을 걸러내기도 한다.
CPPIB의 경우 위원들의 임기를 최소 3~5년 이상 보장한다. 위원 대부분은 별도의 직업을 갖지 않고 CPPIB에 소속돼 있다. 그만큼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국민연금 소속 위원들이 평소에는 생업에 종사하다가 1년에 4~6차례 안건을 검토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다. 이런 구조 덕에 CPPIB는 하나의 안건을 놓고도 2박 3일 동안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할 수 있다.
원 연구원은 "회의가 있을 때에만 안건을 토의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민연금 위원들 중 일부를 상근직으로 돌리고 적합한 보상체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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