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늘어날 때 해외·대체투자 눈 돌려야 [기로에 선 국민연금]①2043년까지 기금 증가…국내시장은 포화
이상균 기자공개 2014-05-28 08:42:08
이 기사는 2014년 05월 26일 09: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산규모 427조 원(2013년 기준)의 국민연금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슈퍼 갑의 대접을 받는 위치로 성장했다. 기금 규모는 일본 GPIF(1382조 원), 노르웨이 GPF(727조 원), 네덜란드 ABP(442조 원)에 이어 세계 4위다.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탁받기 위해 해외 유수의 운용사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수 조원을 호가하는 메가 딜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다.국민연금의 자산은 매년 30조 원 이상 늘어나고 있다. 국내 다른 연기금과 달리 자산 증가가 향후 30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동안 국민연금은 리스크는 높지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가 가능해진다. 이미 국민연금도 이를 인식하고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에 나서고 있다. 주요 타깃은 해외와 대체 투자 부문이다.
◇총 자산 중 운용수익금 차지하는 비중 44% 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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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과제는 기금고갈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현재 9%로 책정된 보험료율을 올려 보험료 수입을 늘리고 연금지급액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2074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와 정치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 국민연금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보다는 기금운용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지난 25년간 국민연금의 수익 구조를 살펴봐도 기금운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인식할 수 있다. 1988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연금의 보험료 수입은 333조 원, 연금지급액은 96조 원이다. 여기에 운용수익금 189조 원이 더해져 총 적립액은 427조 원이 된다. 총 적립액에서 운용수익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44%에 달한다. 범위를 2003년부터 2013년까지로 좁힐 경우에는 기금운용 수익이 총 170조 원으로 같은 기간 기금증가분의 52%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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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의 기금 규모 변화 추이에 따라 자산배분에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국민연금 자산은 2043년 2561조 원으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감소하기 시작해 2060년 완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기간을 세분해 살펴보면 2014년부터 2030년까지는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이 연금지급액을 포함해 총지출을 상회하면서 증가 폭이 가장 가파르게 나타난다. 반면 2031년부터 2043년까지는 총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앞지르지만 기금운용 수익 덕분에 자산 증가세가 이어지게 된다.
이중에서도 국민연금이 가장 공격적으로 자산배분을 해야 하는 시기는 2014년부터 2030년까지다. 안정적으로 자산규모가 늘어나기 때문에 리스크는 높지만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 투자 및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긴 자산에도 투자할 수 있다.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 기조는 다소 완화되기는 하지만 2030~2043년까지 이어갈 수 있다. 이후 기금이 고갈되는 2043~2060년에는 투자 전략이 정반대로 재편되는 시기다.
◇국내 시장 포화상태…해외 진출은 선택 아닌 필수
국민연금에게 공격적 자산배분이란 해외와 대체투자의 확대를 의미한다. 국민연금의 중기(2015~2019년) 자산 배분안에 따르면 대체투자는 9.5→10% 이상, 해외 주식은 10.4→15% 이상, 해외 채권은 4.3→10% 미만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중에서도 해외 투자 확대는 국민연금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로 다가오고 있다.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포화상태에 달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국민연금 주식 보유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6.4%를 기록했다. 2002년 1.9%에 비해 3배 이상 상승했다. 향후 국민연금 규모가 커지면서 2035년에는 1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해외 연기금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일본 GPIF와 네덜란드 ABP가 자국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4.6%와 4.2%다. 캐나다 CPPIB는 0.8%, 미국 캘리포니아 CalPERS는 0.4%로 1%가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12월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율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도 268개에 달한다. 전체 상장사(1786개) 중 15%다.
채권시장도 마찬가지다. 국내 채권발행 잔액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3.7%를 기록했다. 금액으로는 239조 원이다. 2008년 17.3%로 최고치를 찍은 이후 5년 연속으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향후에도 10% 이상의 비중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려스러운 점은 2043년 이후 국민연금이 고갈되기 시작하면 지금처럼 매수자가 아닌 매도자로 바뀐다는 것이다. 투자자산을 유동화하기 위해 순매도로 전환하면서 국내 주식과 채권시장이 일제히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송홍선 실장은 "예상대로 국민연금이 2060년 완전 소진될 경우 17년간 총 2500조 원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이중 70%가 국내 자산이라고 가정할 경우 1750조 원이 매년 평균 100조 원씩 빠져나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송 실장은 "국민연금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울 만한 기관투자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재 80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이 대안으로 지목되지만 향후 30년 뒤에도 국민연금의 빈 자리를 다 채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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