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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구의 한국씨티는 왜 실패했나 [thebell desk]

김현동 기자공개 2014-07-07 10:29:37

이 기사는 2014년 07월 02일 07: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씨티은행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한미은행의 경쟁력을 접목해 리딩뱅크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10년 전인 2004년 7월 하영구 당시 한미은행장이 한 말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씨티은행 상황은 어떤가. 자산 규모로만 보면 시중은행 가운데 꼴찌다. 10년 전 52조원에 달하던 자산은 49조원으로 줄었다. 기업대출 영업을 등한시하면서 대출채권은 감소했고, 쌓아둔 현금 및 예치금만 늘어났다. 은행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딩 뱅크가 아니라 꼴찌 은행으로 전락했고, 한국 은행권에서 천덕꾸러기가 돼 가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자산추이

한국씨티는 2010년 한국씨티금융지주를 설립했다. 지주회사 산하에 은행과 함께 한국씨티그룹캐피탈, 씨티금융판매서비스 라는 자회사를 둬 교차판매를 통한 시너지를 모색했다. 그렇지만 금융상품 중개와 판매를 위해 설립했던 씨티금융판매서비스는 올해 1월 청산됐다. 씨티금융지주는 오는 9월30일 한국씨티은행에 흡수합병된다.

한국씨티의 실패 원인은 무엇일까. 다양한 견해가 있다. 글로벌 씨티 특유의 현지화 불허로 인한 현지화 실패(점포 축소와 대출모집인 중심 영업), 절박함이 없는 기업문화와 RM(Relation Manager)영업 부진, 리스크 테이킹(taking) 없는 보수적 영업전략(중소기업 대출 축소, 가계대출 중심) 등등. "씨티는 수익성 때문에 기업금융을 포기했다. 수익성을 위해 가계대출만 했다. 국내 은행은 돈이 되지 않아도 기업금융은 평판 리스크 때문에 포기할 수가 없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CCO)의 평가다.

지난 10년간 한국씨티은행에서 변하지 않은 것은 최고경영자(CEO) 뿐이다. 하영구 행장은 2004년 한미은행과 씨티은행 한국지점 통합 은행장으로 선임된 이후 10년째 한국씨티은행을 이끌고 있다. 10년째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고, 은행경영을 총괄했다. 하영구 행장은 은행의 주요 경영정책을 결정하는 이사회도 좌지우지했다. 이사회 의장이면서 최근까지 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장, 사외이사후보추천 및 운영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았다. 한국씨티은행의 오늘을 만든 장본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영구 행장은 올 3월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한국씨티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과제로 '줄탁동시'를 주문했다. '줄탁동시'란 알 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깨고 세상에 나오기 위해서는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동시에 서로 쪼아야 한다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하영구 행장은 냉혹한 금융환경 속에서 알껍질 속에서 안주해왔던 낡은 관행을 깨고 나오는 변혁을 요구했다.

한국씨티는 최근 실적부진을 이유로 점포 통폐합과 함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전체 인력의 10% 넘는 인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고 한다. 은행의 젊은 직원들은 낡고 무기력한 조직을 떠나는 변화를 선택했다. 이제는 하영구 행장의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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