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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기에 뒷걸음질..성장 놓친 한국씨티 [한국씨티은행의 실패]② 2004~2008년 성장 기회 날렸다

윤동희 기자공개 2014-07-08 08:34:15

[편집자주]

2014년은 한국씨티은행 출범 10주년이 되는 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씨티는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한국 시장에서 엄청난 변화와 혁신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됐던 한국씨티가 진출 10년만에 구조조정이라는 실패를 선언한 것이다. 머니투데이 더벨은 씨티은행이 한국에서 실패한 원인을 짚어보는 기획 시리즈를 마련했다.

이 기사는 2014년 07월 02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의 가장 큰 실패로 지목되는 것은 '애매한 사이즈'다. 한국씨티는 모든 국내 은행이 성장하던 시기에 홀로 자산을 줄여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격차가 벌어졌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해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됐다.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의미다.

한국씨티는 시중은행으로 분류되는 만큼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과 경쟁하는 관계다. 하지만 지점 수만 비교해 보더라도 현격한 차이가 난다. 가장 많은 국민은행은 1151개, 하나은행은 625개로 지난 1분기 기준 한국씨티의 190개보다 3~6배 많다. 네트워크 측면에서 경쟁이 힘든 구조다.

자산 규모 차이도 크다. 한국씨티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는 55조 원이다. 국민은행은 260조 원, 우리은행은 230조 원, 신한은행은 227조 원, 하나은행은 155조 원이다. 평균적으로 3.5배가 차이 난다.

규모의 격차가 벌어진 데 대해 업계 전문가는 "한국씨티가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있는 크기로 컸어야 했는데 애매한 사이즈에서 멈춰 구조조정에 들어가게 됐다"며 "2004년부터 2008년 까지가 시중은행이 많이 성장한 기간인데 씨티가 당시에 상대적으로 천천히 성장하면서 점유율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자산여신성장

실제로 한국씨티는 국내은행의 호황기였던 2004년에서 2008년을 허송세월했다. 당시는 중국경기 활황으로 건설과 조선·해운 등 여신이 급격하게 늘어나던 때다. 국내 은행이 과당경쟁으로 주의를 받을 정도로 치열하게 자산을 늘려가던 시기인데 한국씨티는 반대의 행보를 보인 것이다.

2005~2008년의 시중은행은 연 평균 10%의 성장률로 여신을 늘렸다. 한국씨티는 한미은행 시절이던 2002년 2004년까지는 여신을 전년대비 12~35% 늘렸는데, 한국씨티 인수 후인 2005년부터 급격하게 여신 성장 속도를 줄였다. 2005년에는 전년대비 여신이 14.7% 감소했다. 2005~2008년 동안 한국씨티는 평균 마이너스 4.3%의 성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중은행은 2006년과 2008년까지 건설업 여신이 연 22~35% 수준으로 늘었고 부동산 임대업 부문이 13~41%까지 늘었다. 제조업 부문도 5~24%까지 증가했다. 반면 한국씨티는 건설부문은 연 평균 21.8% 수준으로 감소시키고 제조업 부문에서도 6% 수준으로 여신을 축소했다.

경기 변동에 발빠르게 맞춰 여신 정책을 운용했던 시중은행과 달리 한국씨티는 자산규모가 작았음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성장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쳐버린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한국씨티가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은 극히 제한돼 버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시는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었던 때라 PF, 사업비 대출 등을 중심으로 기업 대출이 많이 늘어나던 시기였다"며 "글로벌 방침에 따라 자산운용에 제약이 있었겠지만 씨티는 기업여신에 관심을 쏟지 않고 소매금융쪽으로만 신경을 쓰면서 지금처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구조에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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